레마르크 (
영화로 본 '개선문'이 좀 미진한 느낌이 들어 오래된 세계문학전집(1988.12.28) 의 먼지를 털어내고 읽어보았다.
20C 유럽의 절망적 분위기를 그린 작가 '레마르크'는 1898년 독일 베스트팔렌의 오스나브뤼크 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교시절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대학에서수학하던 중 군에 지원하여 서부전선에 배속되었다.
부상 당한 그는 휴전하자 훈장과 함께 제대하여 여러 가지 직업(초등학교 교사, 세일즈맨, 사서, 피아노 교사,
연극 평론가, 광고 카피라이터, 스포츠 잡지 편집자)을 전전하다 베를린에서 기자로 문필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31세때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발표하여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34세 때 반전주의자에 대한 나찌의 탄압에 위험을 느껴 스위스로 탈출하였으며 40세때는 독일국적이 박탈되었다.
1945년 연합군이 독일을 점령하고 히틀러가 자살하면서 휴전이 성립되고 그 다음해 48세때 '개선문'을 발표하였다.
49세에는 미국으로 귀화하여 71세(1969년)에 사망하였다. 1971년 유작으로 '리스본의 밤'이 발표되었다.
그의 작품 중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1940년), '사랑할때와 죽을때'(1954년), '리스본의 밤'을 읽어보고 싶다.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따스함을 바탕으로 한 이성적인 휴머니스트였울 것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전운이 감도는 파리의 개선문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독일 게쉬타포의 위협을 피해 프랑스 빠리로 탈출한 외과의사 '라빅'이 거리에서 무명 여배우 '조앙'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법이주자로 몇 번을 추방당하며 이어지는 암울한 망명생활, 자신의 연인을 죽게하고, 그를 고문했던
게쉬타포 '하아케'에 대한 복수, 책임질 수 없었던 조앙과의 비극적 사랑을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불행한 시대 상황을 가늠하게 하는 한 개인의 절망적 삶과 허무를 사실적이며 서정적인 문체로 표현함으로
시대와 상황을 초월하여 독자를 공감하게 한다.
하아케를 살해한 후, 암에 걸려 멀리 떠나는 친구이자 환자인 '케이트'를 배웅하고 빠리로 차를 몰아 돌아오는 장면...
'끝이며 완성이다. 라빅은 전에도 이런 기분이 든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것이 완전하고 ,
아주 강렬하여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그것이 그의 내부에 스며들어와, 이젠 저항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둥실둥실 떴고, 무게라는 것이 없다. 미래와 과거가 하나로 합쳐졌다. 양쪽 모두 소망도 없고 고통도 없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고, 강하다고도 할 수 없다.지평선은 균형이 잡혔다. 이상한 이 순간,
존재의 저울은 균형이 잡혀 있었다.
운명은 태연작약하게 이것과 직면하는 용기보다는 절대로 강력하지 않다. 더 이상 운명을 견뎌 낼 수 없게 될 때엔,
인간은 자살할 수가 잇다. 이것을 알아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 있는 한, 완전히 망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도 또한 좋은 일이다.
라빅은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가를 알고 있었다. 내일은 또다시 저항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밤, 잃어버린 아라랏 산에서 닥쳐오는 파괴의 피비린내나는 냄새 속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지금, 모든 것이 갑자기 이름도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위험은, 위험이면서 위험이 아니다.
운명은 제물이며, 동시에 또 인간이 제물을 바치는 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일은 미지의 세계이다.
모든 것이 이것으로 좋은 것이다. 기왕에 있었던 일도,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일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으로 마지막이라고 해도 그대로가 좋은 것이다.
그는 한 사람을 사랑했고, 그리고 그 사람을 잃었다. 그는 다른 한 사람을 미워해서, 그 사람을 죽였다.
두 사람 모두 그를 자유롭게 풀어 주었다. 그중 한 사람은 그의 감정을 되살아나게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의 과거를
지워 주었다. 다하지 못한 일은 하나도 없다. 소망도 미움도 슬픔도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만약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 남아 있다면, 그 시작이란 바로 이런 것일게다. 사람들은 아무런 기대 없이 강해지긴
했으나, 산산히 부서지지 않았던 단순한 경험의 힘을 가지고서 시작하는 것이다. 재는 쓸려 버렸다.
마비되었던 곳은 다시 살아났다. 신랄한 조소는 힘이 되었다. 이제 됐다' 공감할 수있는 인상적인 글이었다.
조앙이 죽고 선전포고가 발표되었다. 라빅은 또 다시 추방당하면서, '...광장에는 짙은 어둠만이 깔려 있었다.
너무 어두워서, 개선문조차 보이지 않았다.'로 이 책은 끝난다.
번역자는 레마르크를 '세계고(世界苦)의 작가'라고 말한다. 한 개인의 삶이 세계라는 변화하는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이 느끼는 내면의 고통이 바로 형태를 달리한 나 자신의 고통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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