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1평의 기적 (이나가키 아츠코 作)

나무^^ 2013. 7. 14. 18:42

 

  얼마전 신림역 부근에 생긴 중고책 매장 '알라딘'에 들어가 이 책 저책 구경하다 몇 권을 구입하였다.

 

              나는 이제 돈 벌 생각은 하지 않으므로 이 책을 구입한 건, 한 여인의 집념어린 노고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앞으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나, 현재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산 교훈이자 지침이 될 수 있는 책이었다.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는 다는 것은, 부모와 다른 생각을 가진 자식이라면 쉬운 일이 아니나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감지덕지 손쉬운 선택일 수도 있는 일이다.

 

                내가 아는 분 중에는 운수업을 하면서 이와 관련된 주유소 등 세 가지 사업을 자식 셋에게 고루 나누어 운영하게 하는

                현명한 이가 있다. 그 자녀들은 어머니 덕에 취업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가 없는 건 물론이고 벌써 나이에 비해 부유한

                생활을 하며 살지만,  만약 그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 이상의 재능이나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쉽게 안주한 대가로

                더 큰 발전을 하기는 어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은 그냥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성한  세자녀가 모두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행여 알 수 없는 어려움에 도전하기 두려운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저자는 고교를 졸업하고 선택의 여지없이 맏딸로서 아버지가 하는 일을 거들어 열여섯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1932 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1951년 전쟁의 상흔 뒤 경제적 성장을 이루기 시작하던 때에 아버지가 만드시는

                경단을 반평 남짓한 노점에서 12시간, 365 일 휴일 없이 팔면서 장사를 한다. 1954 년 기치조지의 다이야 거리로

                이전한 한평 남짓한 가게에서 양갱과 모나카 두 가지 상품만을 지금까지 팔고 있으며, 40년 넘게 새벽부터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연매출 40억의 '오자사'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책의 맨 앞장에 모나카를 들고 있는 온유하고 선량한 인상의 그녀 사진을 볼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키가 145cm 인 작은 그녀가 평생을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일군 장인정신은 감동과 함께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그녀는 책에 부모님 외에 자신의 가족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결혼하여 자녀도 두었다.

                이제 80 세가 되어가는 그녀는 변함없이 현장을 돌아보며 125 살까지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결같음'이란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이는 끝없는 인내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한우물만 파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마치 돌부처인양 자신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며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살아가는 그녀 삶의 철학이 아름답고 훌륭하게 느껴진다.

                옛 것의 좋은 점을 이어가며 새 것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상도를 지키는 그녀,

                나아가 60여년을 오자사와 함께 한 그녀는 자신의 상품을 알아주는 고객들을 위한 사회적 책임까지 실천한다. 

 

                부모님께 순종하는 고운 심성과 건강한 심신을 타고난 그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본질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엄격함으로 그녀를 이끌어주셨던 아버지와 유연한 어머니,

                그녀의 한결같은 부지런함 등이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 오자사를 있게 하였다.

 

                내가 퍽 어렸을 때, 양쪽 어깨에 진 초롱 같은 유리상자에 팥경단을 넣고 다니며 팔았던 사람을 보았다.

                간식이 귀하던 때라 아주 맛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곧 사라지고 이후 양갱을 맛보면서 자란 세대이므로

                지금도 가끔 제과점에서 파는 고급 양갱을 사먹기도 한다. 아들은 '이게 뭐 맛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혹 일본 여행을 가면 이 오자사 양갱과 모나카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재미있게 읽고 사업을 시작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새 책을 한 권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