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의 전작 두 편을 모두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었기에 선뜻 이 책을 사서 읽었다.
작가의 글을 다 읽고 나면 새삼스레 그의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게나 섬세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그리는 작가라니, 그의 얼굴에 번지는 자애로운 미소...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이자 의사인 그가 그리는 고국의 사람들, 그들의 아픈 사연들은 그가 품고있는
인류애로 아름답게 피어나며 독자들의 가슴을 아련한 감동으로 실어간다.
작가는 세대를 넘나들고 아프카니스탄의 수도 카블에서 프랑스 파리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또 그리스의 섬 티노스로 장면을 바꿔가며 독자의 시공간을 넓혀간다.
1952년 아프카니스탄, 오빠 '압둘라'와 여동생 '파리'는 어느 날 아버지와 사막을 건너 카불로 향하는 여행길에 오른다.
처남의 차를 빌려타고 갈 수 있음에도 그는 힘들게 수레를 끌고 걸어간다. 고통스러운 이별을 지연시키기라도 하듯...
아이들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의 옛날이야기는 그들 미래의 삶을 예견한다.
이들 남매의 새어머니 '파르와나'와 그녀와는 무척 다른 아름다운 쌍둥이 언니 '마수마' 자매의 이야기,
파르와나의 오빠인 '나비'와 그가 사랑하는 여주인 '닐라', 한편 나비를 사랑하는 닐라의 남편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각각의 독립성을 지닌채 한 편의 작품으로 아름답고 슬프게 짜여지며 펼쳐진다.
이글을 읽으면서 나는 어린시절 나의 오빠들이 생각나 그리움이 번져간다.
내가 10 살때쯤 돌아가신 큰오빠의 각별했던 애정, 또 내가 30 살쯤 캐나다로 이민간 둘째오빠와의 애증어린 갈등들...
이제는 희미해진 추억들이 '압둘라의 깃털'과 함께 가슴을 채우며 먹먹함을 느끼게 하였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비현실적으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자유롭게 옮겨다니지만,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없는 감동과 슬픔,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작가의 저력이 대단하다.
작가는 소설의 제목을 '월리암 블레이크'의 시 '유모의 노래'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그래,그래 어두워질 때까지 놀다가/집에 가서 자려무나/
작은 아이들이 뛰고 소리치고 웃었다/ 그러자 모든 언덕이 울렸다.'
언덕이 주를 이루는 영국과는 달리 산이 많은 아프카니스탄의 지형에 맞게 언덕을 산으로 묘사한 것이다.
번역하신 분의 이야기처럼 이 소설의 핵심은'울림(원제:And the Mountains)'이다.
인간이 행하는 일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그것을 반향하는 산,그 울림의 물결이 번져가는 이야기다.
뒤늦은 오누이의 만남은 그들 인식의 처지를 뒤바꾸며, 그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삶이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릴 때 그것을 인식하면서 느껴야 하는 당혹스러운 아픔...
예술은 그 고통스러움을 아름답게 승화시킴으로 삶을 가치있게 만든다.
할레드 호세이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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