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Alain de Btton
옮긴이 정영목
출판사 이레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을 사놓고 다른 책과 함께 조금씩 오랫동안 읽었다.
작가는 윌리엄 워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등 여행을 동경하고 사랑했던 예술가들을 등장시켜
여행에서 끌리는 장소, 호기심, 욕망 등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게 서술해 나간다.
책의 내용은 크게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으로 단락이 나뉘어져 있다.
출발편에서는 여행을 가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생각해본다.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그렇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라는 점에서 해방감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책에서 '데제생트'의 경우 수많은 짐과 2 명의 하인까지 동행한 네델란드 여행보다 루브르 박물관
전시실에서 보낸 오후 한나절이 더 네델란드에 깊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네델란드 문화에서 그가 사랑하는
요소들과 더 강하게 접촉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여행하면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역설적 상황에 처함을 이야기한다.
대양을 가로지르는 배를 특히 사랑하고 구름을 칭송했던 보르레오의 시 '이방인'을 읽는 재미도 있다.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이미지, 외로움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동기편에서는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여러 가지 흥미로운 기술을 하고 있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소년 시절 프랑스 루앙을 떠나 이집트에 가기를 희망했다. 그곳에서 낙타몰이꾼이
되어 하렘에서 코밑에 솜털 자국이 있는 올리브빛 피부의 여자에게 동정을 잃기를 소망했다고. ㅎ...
그는 혼돈에서 나오는 이국적 정서의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진정한 삶이라고 느꼈다.
작가는 말한다.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보다는 나에게 개인적인 유익을 준다는 점에서 정당화되어야 했다.
나의 발견은 나에게 생기를 주어야 했다. 그 발견들이 어떤 면에서는 삶을 고양한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했다.'
삶을 고양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니체'의 경우를 들어 '덧없고 개별적인 존재를 넘어선 시야를 가지게 되며,
자신이 자신의 집, 자신의 종족, 자신의 도시의 정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자신이 완전히 우연적이고 자의적인
존재가 아니라, 과거로부터의 상속자이자 꽃이자 열매로서 성장해왔으며, 따라서 자신의 존재는 용서받을 수
있고 또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
'현재에 있는 것들, 그리고 지나버린 것들이
추는 빠른 춤에 취해버린 마음 앞에
영속하는 것들의 단정한 모습을 내보여라.' 위즈위드의 시이다.
위즈위드는 '자연을 통해 바람직하고 선한 것을 얻게 되고, 올바른 이성의 이미지로서 도시생활의 비꼬인
충동들을 진정시킨다'고 말한다.
'이 햇살과 공기를 나와 함께 마시는
착하고 고요한 생물체여!
그대는 전에도 그랬듯이 나의 마음에
기쁨을 주고
그대의 온유한 성품까지 조금씩
나누어주는 것인가! <데이지에게>
'겸손과 온유의 모범'으로서 데이지꽃을 찬양한 시이다.
나역시 여행을 하면서 인간이 만들고, 또 사라져가는 유적들에 느끼는 감회도 크지만,
푸르른 하늘과 구름, 바람, 나무, 들꽃들이 이국적 장소에 어우러지면서 만드는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오랜 세월과 함께 존재해온 대단한 자연경관이 베푸는 '숭고함'에 숙연해지는 마음을 느낀다.
예술편에서는 화가 '반 고흐'의 예술정신을 따라간다.
'원래의 모습에는 감탄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닮게 그린 그림에는 감탄하니, 그림이란 얼마나 허망한가'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구절을 소개하며 고흐가 그림을 그렸던 장소들을 여행한다.
또한 실제 그림을 그렸을 뿐 아니라 말그림(그림을 그리듯이 말로 자세히 표현하는 것)을 그리게 한 작가
'러스킨'을 통해 작가나 화가가 나무나 한 장소를 예술로 표현할 때 얼마나 많은 애정과 시간을 바치는지
이야기한다.
귀환편에서 팡세에 나오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훔볼트'는 남아메리카 여행을 한 후 '신대륙의 적도 지역'을 썼다 그리고 그 이후 '나의 침실 야간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여행의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지 여행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ㅎ...
여행을 할 때 동기는 아주 많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권태나 피곤함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또는 삶에의 허망함이나 상실감에 시달릴 때, 꼭 가보고 싶은 관심분야의 무엇이 있을 때 등등...
별 생각없이 '갑자기 훌쩍 떠난다'라는 말이 주는 모호한 느낌을 즐기며 공간이동을 하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하지 못했던 장시간의 여행을 여러 곳 하면서 삶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책은 시간이 지난 뒤 언제고 다시 아무 장이나 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작가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사서 읽어야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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