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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나무^^ 2014. 8. 24. 16:09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류시화 옮김. 오래된 미래 펴냄

                 

내가 오래전 즐겨 읽었던 책 '월든'의 작가 데이빗 소로우가 신학자 해리슨 블레이크와 13년간 주고 받은 편지를 류시화 시인이 번역을 맡아 각 편지마다 그와 관련된 일화들을 소개하고, 저서들에서 뽑은 중요한 구절들로 해설을 덧붙여 더욱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 책이다.

편지에 붙은 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편지 1. 진실한 영혼 소로우에게
편지 2.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편지 3. 내 식대로 사는 삶
편지 4. 자신만의 대양을 탐험하라
편지 5. 산책의 즐거움

편지 6. 신조차도 홀로 있게 하라
편지 7. 소유 지향적인 삶과 존재 중심적인 삶
편지 8.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사건 
편지 9. 홀로 있으나 외롭지 않다
편지 10. 빵은 어떻게 벌어야 하는가 
편지 11. 여행과 가난의 주제
편지 12. 원칙 없는 삶, 원칙을 가진 삶
편지 13.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편지 14. 생의 파종기
편지 15. 지난해보다 나아진 올해 
편지 16. 여행자, 나는 이 말을 사랑한다 
편지 17. 강에서 발견한 것들 
편지 18. 단풍 시럽 만드는 계절
편지 19. 나의 재산은 소유가 아니라 향유
편지 20. 고독과 무명인의 삶

편지 21. 인디언 세계로의 여행 
편지 22. 땔감 전문가가 되라 
편지 23. 침묵만이 들을 가치가 있다
편지 24. 인간에게는 슬퍼할 권한이 없다
편지 25. 우주를 담고도 투명한 마음

편지 26. 탐험되지 않은 땅
편지 27. 산, 폭풍우, 그리고 별들
편지 28. 마지막 편지, 마지막 여행

 

참고문헌 ; 월든 호수로 흘러드는 갠지스 강 - 강연숙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러나 강한 의지로 자신의 삶을 산 그의 글을 읽으면 마음의 평안과 함께 겸손해진다.

'하루의 질을 높이는 것이어야말로 가장 고귀한 예술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그의 삶...

대개의 사람들은 하루의 질을 높이는 게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좀 더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아예 부자가 될 만한 그 무엇도 없었으므로 바라지도 않았다.

세끼 밥 굶지 않고, 남한테 손 벌리지 않고 가끔 밥 한끼라도 대접할 수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까페 이름이 'BUZA'인 것을 보고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하는지도 모르지만) 주인이 어지간히 부자가 되고 싶었거나, 그 까페에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 부자가 되길 소망하는 주인의 마음이거나, 어찌됐든 현대인의 가장 큰 소원은 부자로 사는 것이다. 그것은 욕망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즐거움이나 기쁨을 느끼는 다른 것을 알지 못하거나 찾지 못할 때 그 욕망은 극대화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말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 약속은 되도록 적게 하라.

정신을 자유롭게 하고 존재를 우주 속에 두라. 그러면 당신이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귀뚜라미의 계절에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귓전을 울릴 것이다. 그 소리를 얼마나 잘 알아듣는가에 따라 당신의 정신이 얼마나 고요하고 건강한지 알 수 있다.' 라고 말하는 그의 충고에 십분 공감한다.

                      

'어떤 것을 향해 손을 뻗거나 열망하는 것은 본능적인 것입니다. 그런 본능을 바탕으로 자연의 모든 것은 서로를 구성하고 협력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본능은 헛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태함과 절실함 역시 본능의 일부분입니다.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싸울 준비를 하려면 절실한 동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자신의 삶을 싸구려로 취급하는 것이 됩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남에 의해서가 아닌, 모두 자기 스스로 꾸려나갔다.

                      

우리들의 삶이 우주의 티끌에 불과할지라도 오늘 내가 열정적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동기 내지는 목표가 필요하다. 지나고 나서 그것이 한낮 부질없는 꿈에 불과할지라도 최선을 다하는 삶은 후회가 없다.

'내가 가진 가장 뛰어난 재능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땅을 껴안을 수 있다. 그 안에 묻히더라도 역시 즐거울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그동안 한 번도 표현하지 않았지만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그는 죽음을  맞기 전 이런 말을 남기고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욕심이 없는 것 만큼 행복한 일이 세상에 또 있겠는가! 만족하면 행복하다.

생노병사의 이치를 깨달아 담담하고 평화롭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 여행을 마칠 수 있다면 잘 살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루해져가는 육체를 들여다보는 시간보다 점점 더 성숙한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는 정신을 들여다보고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