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자연, 과학 외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슈테판 클라인)

나무^^ 2014. 9. 17. 17:17

 

 

슈테판 클라인 지음

청어람미디어  출판

 

 세계최고의 과학자 13 인이 들려주는, 그들의 삶과 존재 그리고 우주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은이 '슈테판 클라인'은 1965년 독일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생물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연구자에서 저자로 전향하여 과학컬럼니스트로 활동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가 13인의 과학자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신비하고 흥미로웠다.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라는 말은 천체물리학자 '마틴 리스'가 한 말이다.

'모든 원소가 별의 내부에서 수소와 헬름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 결과로 발생했지요. 이런 표현이 조금 거슬릴지 모르지만, 인간은 별이 남긴 원자쓰레기라고 할 수 있어요...'

 

무조건적인 신앙을 지닌 종교인들이 들으면 펄쩍 뛸 소리이겠지만 사실이다. 먼지에 불과한 존재들이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인 모양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책 제목이 왜 그리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지... 

그는 21세기 위험이 인간 자신에게서 유래되고, 과거의 어떤 위험보다 큰 점을 단언한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뻐기는 말을 들으면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드는 건 이런 위험적 요소때문이다.

                       

화학반응 메카니즘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화학자이며 시인인  '로얄드 호프만'은 헤모글로빈을 예로 분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크 예술처럼 화려한 분자랍니다. 원자 1만개가 (주로 수소 원자와 탄소 원자인데요) 결합해서 사슬 3개를 이루고, 그 사슬이 얽혀서 헤모글로빈이 되죠. 그러니까 헤모글로빈의 모양은 촌충이 교미할 때의 모습과 비슷해요.'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긴장, 단순함과 복잡함 사이의 긴장에서 아름다움이 비롯된다고 하는 그는 사람들을 결합시키기 위한 구실로서 분자를 연구하며 희망을 지닌다.

 

신경 생물학자 '한나 모니어'는 '뇌속의 메트로놈 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간 뉴런'으로 인간의 기억에 관해 설명한다. 그리고 명성과 상관없이 연구에 몰입했을 때 자신과 우주가 결합되어있는 심오한 느낌을 사랑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다방면에서 활약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의 가상대담도 재미있다.

'노동의 결과가 노동한 사람과 함께 죽는 그런 노동은 하지 말라' 주어진 날이 넉넉지 않음을 알고 허비하지 않는데서 기쁨을 느껴야하며 우리의 인생이 사람들의 정신속에 기억으로 남도록... 그러나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자식을 낳아 기르며 자신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일 것이다.

 

행동과학자 '라가벤드라 가닥카'는 애벌레에게 먹이를 주는 말벌을 관찰하면서 참된 헌신을 깨닫는다. 보살핌을 받는 사람은 거의 예외없이 보답을 하지만 말벌은 아무 보답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을 보살피다보면 결국 자기 자신을 덜 중시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 말벌뿐인가? 부모에게 있어 자식이란 존재 역시 참된 헌신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기대할 때 부모는 좌절과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 는 사회적 정의감에 대한 실험을 통해 인류가 범하는 오류들을 지적한다.

'행복이 사적 재화라면, 정의는 공적 재화입니다. 당신은 개인으로서 당신의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은 혁명과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지요. 반면에 정의를 얻으려 한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싸워야 합니다... 사회가 불평등을 정당화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불평등이 실적을 통해 정당화되지요... 일부 최고 경영자들은 탁월한 실적 때문에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부정의는 한 사회 자체의 자기 이해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어요. 우리는 경제 위기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예요. 오히려 도덕적 위기가 더 심각합니다.' 해결할 수 없이 치닫는 인류의 문제점을 경고한다. 

 

생화학자 '크레이그 벤터'는 유전자 해독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그가 말하는 '조용한 혁명'을 통하여 인간 유전 정보의 다양한 변이들이 점차 조사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생명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를 이용하면 예컨데, 다양한 종을 비교하면서 왜 이 박테리아는 유전자가 500개뿐이고 저 박테리아는 1800개인지 알아낼 수 있어요. 생명이 가능하려면 유전자가 최소한 몇 개 있어야 할가요? 우리는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싶었어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간단하게 인공 유전체를 만들고 맞춤형 생물을 만들기 위해서였지요... 우리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유용한 연료로 변환하는 미생물을 만들어 낼 생각입니다.'

수많은 비판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계를 구원하고자 한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부작용도 함께 드러낸다.

 

신경과학자 '비토리오 갈레세'는 15 년전 아주 특별한 뉴런을 발견한 연구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 뉴런 덕분에 우리는 모방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정신은 오직 물체의 세계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말하는 그는 불가피한 죽음의 전망을 견뎌낼 수 있기 위해서 장기적인 묵표를 추구할 것을 권한다. 수많은 유명인들이 죽은 후에도 후대 사람들의 뇌 속에 여전히 살아있음은 일종의 공명이며 문화라고 말한다.

 

신경약리학자 '발터 치클겐스베르거'는 가장 강렬한 감각인 통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삶의 기쁨을 얼마나 많이 재발견하느냐에 따라 환자는 꼭 그만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통증에 끊임없이 신경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있고요. 지나친 보호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오히려 쾌락을 즐기는 능력을 다시 키우는 편이 더 나아요. 좋은 통증 치료법을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찜질(fango) 대신 탱고(tango)를!'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를 내 경우를 비롯하여 주위에서도 많이 본다.

 

인류학자 '세라 허디'는, 새끼를 부화하자마자 마비증상에 빠지며 분비물을 방출해서 제 몸을 새끼가 먹기좋은 죽으로 변신시키는 오스트레일리아 거미 등을 예로 모성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점점 문제가 되는 노인인구 증가를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음이다.

나 역시 예전 우리네 전통가족의 중요성을 나이가 들수록 실감한다.    

   

인도에서 태어난 뇌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은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자아가 아니라 두뇌골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뇌에는 모듈이라고 불리는 20여개의 회로가 있어 임무를 수행한다고.

'자아는 여전히 상상입니다. 뇌가 만들어 낸 덧없고 비극적인 구성물이예요. 이것과 똑같은 주장을 벌써 몇천 년 전에 인도의 현자들이 했습니다.' 

아! 우리는 잘 알지 못하여 너무 많은 상상 속 믿는 것들에 파묻혀 오늘도 살아간다.

                        

생리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제러드 다이야몬드'는 파푸아 뉴기니의 원시림에서 문명의 기원을 연구하며 오늘날 인류가 처한 파괴적 문제들에 대한 오류를 경고한다. 그의 저서 <총, 균, 쇠>를 읽어보아야겠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스티븐 와인버그'는 과학과 종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왜 자연법칙이 지금 이대로인지 영원히 알아내지 못할 거예요. 비밀은 끝내 남을 겁니다...

우리의 삶에 객관적 의미를 부여해주는 무언가를 우리는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자연법칙 속에는, 우주에서 우리의 자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아무리 봐도 없거든요. 이건 내가 내 삶을 무의하게 여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의미를 우리의 삶에 스스로 부여해야 합니다...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인간의 삶을 광대극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하고, 인간의 삶에 한가닥 비극의 품위를 불어넣는다...' 

                
미래에는 우리보다 지능이 더 높은 종이 거주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마틴 리스는  현재의 진화가 다윈이 기술한 자연적 메커니즘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문화를 통해서 추진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탈인간적 지능에 도달할지도 모르는...

나 개인의 삶이 모여 인류를 형성하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시간들이 흘러 역사를 이룬다.

수많은 무지의 삶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과학적 진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인간은 얼마나 많은 어리석음과 오판속에 자신의 삶을 또 인류의 삶을 파괴하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지 인식해야 한다. 

부분적인 과학적 지식을 넘어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을 잠시나마 만나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