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게리 로스
제작 미국 (2003년. 141분)
출연 토비 맥과이어, 제프 브리지스, 크리스 쿠퍼 외 다수
TV 명화극장에서만 두 번을 본 것 같은데, 두 번 다 재미있게 보았다.
수년전 잠깐이지만 승마를 배워본 경험이 말과 교감하는 것이 어떤 건지 느껴 보아서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1932 년 미국 불황기에 있었던 실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라 더 실감났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전거포 주인 '찰스 하워드'는 요란스러운 굉음에 깜짝 놀란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려 뛰어나간 그는 자동차라는 기계 덩어리가 말에 이끌려서 돌진해오는 것을
보고는 직감적으로 미래를 예감한다.
사업 수완이 뛰어난 그는 서부에서 가장 잘 나가는 뷰익(Buick) 자동차 대리점을 소유하게 된다.
부와 성공을 가져다준 자동차가 그에게 비극까지 가져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의 아들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고 삶은 곤두박질친다. 결혼생활이 파탄 나 아내가 떠나며 그는 무기력에 빠진다.
한편 카우보이 '톰 스미스'는 아름다운 들판에서 말을 달리고 있지만, 곧 그 광활한 땅에 드리워진
철조망과 철로를 발견하며 이제 자신이 지나간 시대의 하찮은 유물처럼 쓸모없어진 것을 깨닫게 된다.
부유한 아일랜드 이민자의 집안에서 태어난 '쟈니 폴라드'는 아빠와 명작 암송을 하며 행복하세 지내던 중,
불황으로 인한 주가폭락으로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되어 삶이 막막해진 아빠는 사춘기 나이의
어린 아들을 말 다루는 재능이 있음을 믿고 마주에게 맡긴 채 떠난다.
정든 가족과 헤어진 그는 초라한 경마장에 홀로 남겨져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다. 그는 닥치는대로
돈을 벌기 위해 애쓴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말을 타는 기수였다.
내기 경마가 없을 때는 돈내기 복싱으로 푼돈을 벌다가 급기야 죽도록 얻어맞고 한 쪽 눈을 실명한다.
절망한 그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실명한 사실을 감춘다.
도시들의 실업률이 50%에 육박하고 2백만 명의 실업자들이 집이나 직장이 없이 미국 전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런 빈곤과 절망은 미국 역사에 처음 있는 일로 신대륙 국가의 희망이 위협받는다.
그 와중에 찰스 하워드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 그를 위로하며 사랑하기에 이른다.
힘을 얻은 그는 결혼을 한 후 말을 한 필 사기로 하고 기수와 조련사를 구한다.
하워드는 숲에서 혼자 생활하는, 말 수가 적지만 신뢰가 가는 톰 스미스를 조련사로 고용한다.
그는 명마의 아들이지만 제멋대로 날뛰는 말 '씨비스킷'을 조련시키면서 희망을 불어넣기 시작한다.
그 말은 비정한 마주들의 손을 옮겨 다니면서 잘못 길들여진데다 다리 부상으로 안락사에 처하게 되었다가
톰 스미스 덕에 살아나서 물리치료를 받으며 서서히 회복한다.
그는 또한 상처받고 절망에 빠진 폴라드를 발견하고 기수로 마주에게 소개한다.
자애로운 마주와 제대로 볼 줄아는 조련사, 재능있는 기수와 말은 서로 합심하여 서서히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흥행에 성공한 그들은 체격부터 비교가 안 되는 3관왕 경주마 '제독' 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이 경주가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는, 동부의 재력가들의 거만함 대 빈곤하지만 굴하지 않는 투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겨루기였다. 그들은 볼품없었던 씨비스킷의 승리를 통해서 자신들의 암울한 처지가 희망적으로
변하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게 마련한 1대1 경주를 앞두고 폴라드는 다른 말에 올랐다가 주위의 소음으로 낙상을 하고
중태에 빠진다. 한쪽 다리를 심하게 다쳐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될 거라는 진단을 받은 그는 자신 대신
동료에게 부탁하여 온갖 조언으로 씨비스킷이 우승하게 돕는다.
수개월 뒤, 씨비스킷이 경주 도중 부상을 입는다. 하워드는 이제 그만 그들을 자신의 목장에 데려가
건강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레드(폴라드)는 독서를 하거나 씨비스킷에게 산책을 시켜주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말이 다시 경보 수준으로 걷기 시작하고, 이어서 겅중겅중 뛰더니
마침내 한쪽 다리에 부목을 댄 레드와 잡풀이 무성한 언덕을 달린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3선 대통령으로 선출되던 1940년 , 산타 아니타 핸디캡 칠판에 씨비스킷의 이름이 적히자
관중들이 열광한다. 그들은 국민들의 영웅이 되어 불가능을 극복하고 다시 경주를 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느꼈던 폴라드가 다시 그의 가족과 상봉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자식은 일찍 독립시킬수록 좋은 것 같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해야한다는 옛말은 고생과 성숙함이 비례함을
뜻한다. 요즘은 자식이 고생할까봐 전전긍긍하지만 그렇게 키운 자식일수록 부모를 업수히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재산상속에 관한 괴상한 유행어가 떠돌 만큼 효심이 사라진 세상이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는 보여준다.
짐승들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보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키우고 교육하는 이들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모두를 알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진정한 사랑으로 실천하며 돌보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경주를 하다 다치거나 버려지는 수많은 말들이 참 불쌍하다. 생명있는 존재란 모두 불쌍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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