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같은 글

나의 노래 7 : 홀로 즐기는 자유

나무^^ 2015. 8. 28. 10:03

 

                                                      

                                  (Edvard Munch 作  생명의 춤)

                                              

 61.  어느 주말의  단상

                                              나무

 

 지나치게 방만한 거리를 걷는다

 뭐든지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며 쏟아진다

 가는 곳마다 성형광고 얼굴들이 떡을 치고

 젊은 여인들 값싼 향기가 거리에 지하철에 넘쳐난다

 늙은 여인들 천박한 위장도 질펀하니 고개를 돌린다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다 연민의 시선 따위는 보내지 않는다

  사랑이 끝났다 향락이 넘치는 시대 사랑은 거짓이고 기만이다

  젊은애의 초미니스커트 늙은 여인의 미니스커트까지 측은하다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서글픈 교태일망정 아슬아슬하다

 

  몇 번을 만난 사내를 몰라본 무심함  그의 주말을 좌절시키고   

  베에토벤 교향곡으로 폼잡는 놈의 극단적 분노에 시달린다

  결혼식을 축하하는 주말 오후 삶의 인내심을 꾸역꾸역 쳐담는다

  서둘러 돌아오는 거리에 새파란 어둠이 무심히 무심히 스며든다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시대 물욕은 외로움을 채우지 못한다

  자유와 평안 대신 불확실한 행복을 선택하는 친구는 꿈꾼다

  덫에 걸린 그녀  제멋대로인 사내와 안락한 내일을 꿈꾼다 

  다시 돌아와야 할 대지를 뒤로 멀리 멀리 강을 건너간다 

  나의 좋은 하루를 피곤하게 한 사람들 서둘러 지워버린다.

                                                                                                                                                                          

           

  62.  외사촌 큰 오빠 

 

잘 생긴 그는 평생 기구했지만 슬퍼하지 않는 피에로 차럼 웃고 살았다

성질 고약한 아버지에게 내던져져 불구가 된 다리를 절뚝거리며 살았지만

예쁘고 순종적인 가난한 아내를 얻어 토끼같은 딸을 셋이나 얻었다

 

오래전 구두쟁이였던 그는 발뒷축이 까지는 내 구두에 밑창을 깔아주었다

나는 어느 출장길 늦은 밤 단칸방에 사는 그들과 저녁밥을 먹고 나란히 누웠다

늙어가는 세월 비켜갈 수 없는 우리는 만나면 아픈 곳을 물으며 건강하길 빌었다

췌장암 말기 그를 견디다 못한 아내가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기자 그는 욕을 해댔다

 

메니큐어에 지성이던 아내 늙은 손에 여전히 고운 손톱을 반짝이며 진저리쳤다

가난한 그는 고집불통으로 아내는 고운 얼굴 치장하는 즐거움으로 삶을 버터냈다

세 딸이 부모를 공경하며 살던 곳에서 그닥 오래 앓지 않고 떠난 오빠를 배웅했다.

                                   

미용사였던 맏이 외사촌 언니는 신경증 환자로 사느라 동생들 챙기지 못하고

막내 여동생은 벌써 오래전에 전신마비를 앓다 호주로 갔으나 세상을 떠났다

남은 두 동생 중 하나는 불구 형이 받아야 할 작은 집을 꿀꺽 삼키고  

성실한 막내동생의 껌딱지 아내는 가난한 시댁식구들을 싫어했다

그래도 크게 다투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는 내 어머니 조카들이다

삶에서 죽음으로 고단했던 그의 유골이 납골당 한 쪽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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