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잠언집 류시화 엮음
조화로운 삶 출판
이 책을 우연한 곳에서 만나 매일 두어장씩 읽으며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전에 공부를 많이 한 지인이 법정스님의 글은 다 아는 이야기라며 대수롭잖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불교공부를 좀 했거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살은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 아는 것을 실천하며 사는 일은 쉽지 않아 세상에는 이해 못할 일들이 수없이 벌어진다.
매일 아침 얼굴을 세수하며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우리의 마음도 늘 양심의 거울에 비추어보아야 한다.
스님은 '하루 한 생각' 맨 끝장 말미에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결코 인내가 취미인 사람이 아니지만 삶을 살다보니 인내의 연속임을 알게 되었다. 가정을 꾸려 자식을 낳지 않은 수행자의 삶도 끝없는 인내일때 중생의 삶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매사에 있어 참지 않을 때 사단이 나는 법이다. 그렇게 인내를 미덕으로 살다보면 인생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가끔 어느 장이든 펴서 읽으면 좋은 책이다. 주옥 같은 글 중 두 편을 써본다.
깨어있는 사람
행복은 단순한 데 있다.
가을날 창호지를 바르면서 아무 방해를 받지 않고
창에 오후의 햇살이 비쳐들 때 얼마나 아늑하고 좋은가
이것이 행복의 조건이다.
그 행복의 조건을 도배사에 맡겨 버리면
스스로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자기가 해야 한다.
도배가 되었든 청소가 되었든 집 고치는 일이 되었든
내 손으로 할 때 행복을 경험한다.
그것을 남에게 맡겨버리면
내게 주어진 행복의 소재가 소멸된다.
행복하려면 조촐한 삶과
드높은 영혼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몸에 대해서는 얼마나 애지중지하는가
얼굴에 기미가 끼었는가 안 끼었는가
체중이 얼마나 불었는가 줄었는가에 최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자신의 정신의 무게가,
정신의 투명도가 어떤가에는 거의 무관심하다.
내 정신이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사람만이 자기 몫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
자기 분수를 헤아려 삶의 질을 높여 갈 수 있다.
끝없는 탈출
자기를 가둔 감옥에서 탈출하려면
무엇보다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한다.
자기 인생에 대한 각성 없이는
벗어날 기약이 없다.
깨어있는 사람만이
자기 몫의 삶을 제대로 살 수 있고
깨어있는 사람만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끝없는 탈출을 시도한다.
참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활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어야 한다.
의미를 채우지 않으면
삶은 빈 껍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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