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호퍼 지음 이다미디어 출판
나이 들면서 철학책들이 더 관심있어지는 건 살면서 겪은 경험들이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일게다.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떠돌이 삶을 살면서 자신이 보고 경험하며 느낀 생각들을 적은 이 책은 어렵지 않고 진솔하여 쉽게 읽혀지지만 울림이 있어 좋은 책이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주는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그의 교육관이다.
교직생활을 오래 한 나는 과연 어린이들을 그렇게 교육했는지 반문해본다. 노력은 했지만 그 성과는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은 여러 선생님들을 거치면서 교육을 잘 받았는지 끊임없이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나이들어도 배우는 과정의 몰입과 배움으로 얻는 성취감을 좋아하는 것이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용기를 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는 용기에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희망은 소멸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 없는 상황에서 용기가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줄 때 인간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용기를 내어 고난을 극복해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그는 많은 길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과 나눈 일상에의 통찰을 담담히 들려준다.
헬렌과의 진지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안주하지 않고 떠나는 자유를 택한다. 자신의 본성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친한 동료 '앤슬리'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안주하지 않는 삶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종교는 신이나 교회, 성스러운 동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엑세서리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적 몰입의 근원은 자아에, 아니 그보다는 오히려 자아의 거부에 있다. 헌신은 자아 거부의 앞면이다. 종교적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왜냐하면 몽테뉴도 지적했듯이 <자기를 증오하고 경멸하는 것은 다른 피조물에서는 볼 수없는 인간에 국한된 병>이기 때문이다. 그는 몽테뉴의 수상록을 3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나는 읽지 않은 그 책의 첫장을 펼쳤다.
그가 만난 한 훌륭한 지인중에 '...노년이 감미롭고 향기로운 인생의 열매여야 한다...'는 유언과 함께 그가 살던 마을에 문화예술비를 기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나 당연한 말인가! 그러나 현실은 그 당연한 순리를 누리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돌이 에릭 호퍼의 영향을 받은 그는 떠돌이들의 정글을 세울 수 있는 기금도 기부하였다.
필자는 자유로운 삶을 열정적이고 착실하게 산 사람이었다. 또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 원했던 사람이었다.미국이라는 나라가 창출할 수 있었던 인문학자인 그는 추상적이 아닌 실천적 철학자이다. 그가 쓴 다른 책은 '맹신자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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