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치사랑

나무^^ 2019. 1. 5. 15:06

 

 

 

 

 

2019년 기해년이 된지도 며칠이 지난 주말이다.

강추위가 주춤 물러가고 예년의 기온이 된 듯 별반 춥지 않다.

재작년 이사온 이 아파트는 종일 환한 햇빛이 거실 가득하고 새로 창문을 한 탓인지 난방을 하지 않아도 따뜻하여 기분이 좋다. 닭장 같은 아파트를 싫어했지만 어쩔 수 없이 편리한 아파트에 둥지를 틀게 된거다. 그래도 길 하나 사이로 산이 있어서 도심에서 쾌적한 전원생활을 하는 기분이다. 마치 산을 정원으로 지니고 있는 부유한 느낌이 든다.ㅎ

 

나도 전에는 바다나 산을 찾아가 해돋이를 하며 새해를 맞이하곤 했던 시간들이 기억난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건만 새해의 다짐을 하며 의미 부여를 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더욱 그 의미가 컸었으리라.

올해도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마음 속으로 한 가지 다짐을 하고 실천하기로 마음 먹는다.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을 뒤집기라도 하듯 부모를 치사랑하는 자식이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일이 있다.

나는 그들을 잘은 모른다. 다만 삼십 중반의 미혼 아들이 몇 년전에 신장 투석을 하던 어머니에게 한쪽 신장을 이식하고, 이번에는 또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한 후 무사히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식의 간을 이식받으러 병원에 입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두 사람의 수술이 무사히 잘 되기를 바라는 한편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한 젊은이의 경우 70%의 간을 떼어주고도 살 수 있으며 다시 재생이 된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의학기술의 발전은 부유한 인간의 수명을 늘이는데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비용이 육천여만원 든다고 하니 간에 이상이 없는 사람은 그냥 아무 수고도 않고 육천여만원을 번거나 다름 없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 한 사람은 부모가 가지고 있는 송파구의 빌딩 하나를 날릴 만큼 치료비를 지불하고 백혈병을 이겨냈다. 그러나 다른 가난한 남자는 몇년투병하다 결국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들의 간을 이식받은 아버지의 나이는 70세였다. 예전으로 치면 세상을 살 만큼 산 나이기에 대수술이라는 위험을, 아니 만의 하나 자식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수술을 감행한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너무 놀라웠다. 내가 사는 하루 하루가 참으로 감사하며 기뻐해야만 하는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무리 효성이 지극한 자식이라도 그러한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겠는가!

 

나이들면 정상적으로 다 있어도 몸이 힘들고 통증이 생기는데 그렇게 부모님에게 이것 저것 떼어주고 난 아들은 노후에 얼마나 더 힘들까 생각되어 참으로 측은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그렇게 효성스러운 아들에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결혼을 했더라면 그의 아내는 아마도 결사 반대를 하였을 것이다.

유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아비를 죽이기도 하는 참혹한 세상에 아비 어미를 살리겠다고 자신의 장기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떼어주는 효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훈훈해진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자 연로했던 부모님의 고충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어머니는 하지정맥으로, 아버지는 허리관절 협착 등으로 많이 괴로우셨을텐데도 자식들에게 아픈 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던 강인하고  속 깊은 부모님을 생각할수록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살아가면서 지은 내 행위에 대한 인연 과보는 어디로 달아나도 피할 수 없다는 부처님 말씀을 생각하면 이런 무리한 생존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행여 자식에게 해가 되거나, 본인에게 더 큰 화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하지만 생사의 고비를 무사히 넘긴 두 사람이 편안한 삶을 살아가길 빈다. 더할 수 없는 공덕을 지은 착한 효자는 어여쁜 우렁각시를 만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빈다.

  

살아서는 행복한 줄 모르고 괴로워 죽겠다고 버둥거리고 죽을 때가 되면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우리 어리석은 인간들, 죽음도 삶 못지 않게 존엄해야 하는 일이다. 새해에는 좀 더 의연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존재하고 싶다.

또한 우리 나라에 산적한 수많은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을 보며 진척이 있길 바란다.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마음을 합쳐야만 한다. 36년간이나 일본에 지배를 받았던 뼈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 때이다. 제 나라를 떠나 방황하며 거처를 구하는 수많은 난민들을 생각하면 나라가 없이 나 개인의 행복 또한 있을 수 없다. 나의 큰오빠처럼 돈 싸들고 캐나다 이민이라도 가지 않는한... 그러나 어디 간들 나서 자란 정든 내 나라만 하겠는가. 그 곳이라고 고생이 없겠는가. 뿌리를 내리기까지 숱한 시련을 겪어야 하는 일이다. 그 역시 형제들이 살고 있는 제 나라가 잘 살아야 그 곳에서도 마음 편히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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