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좋은 시를 읽으며 맞는 봄

나무^^ 2019. 4. 2. 14:52

 

 

                                                      

그의 반


                                   정지용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 식물(高山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 -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길 위 -

나 -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지니고 걷노라.

 

 

오래전, 이 아름다운 느낌의 시를 신문에서 읽고 오려놓았었다.  

책상정리를 하다 발견하고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시어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정지용 시인의 널리 알려진 시이자 노래가 된 '향수'도 얼마나 좋은가!

 

정지용 시인은 1902년 5월,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에서 살며 일본 유학을 하고 와 이화대학에서 문학과 라틴어강의를 하였다. 또한 천주교 재단의 경향신문에서 주간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여러 내노라 하는 유명시인들과 동인지'문장'을 만들어 활발한 문학활동을 했던 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6·25 사변때 월북하여 그의 시사상을 한때 금기시하였으므로 나의 학창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시인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을 맞은 나라는 사상이 둘로 나뉘면서 많은 지식인이 월북을 했었다. 그 바람에 투철한 반공사상은 사실 이상으로 모든 것을 왜곡하기에 이르렀고,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지금에 와서는 지난 날 지나쳤던 점을 바로 잡으며 월북 예술가들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되었다. 시대적 상황이 빚은 비극이다.

 

시는 읽는 사람에 따라 그의 심상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그 대상이 우주일 수도 있고 신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사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이렇듯 가슴에 오롯이 사랑하는 그를 지닐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겠는가.

꽃샘 추위가 막바지에 이른 사월 초순 어느 날, 기분 좋은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창문을 열게 한다.

시인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읽고 또 읽어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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