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베니아 블레드 성
'참좋은 여행'사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을 갔다가 참변을 당한 이들에게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한다. 여행 중 그 소식을 듣고, 참좋은 여행사로 여행을 온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맑은 날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람선 투어가 취소되었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가려던 여행을 취소한다는 글을 보았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한동안은 그럴 것 같다. 허나 삶은 어느 곳에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법, 죽음 또한 언제 맞을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나는 작년부터 다녀오고 싶었지만 함께 갈 친구와 시간이 맞지 않아 예약했다 취소를 했다. 그런데 룸조인이 필요했던 여행사의 권유로 '그래 맘 먹었던 여행이니 다녀오자.' 생각하고 갑자기 떠나게 되었다. 가곡발표회도 끝나고, 5월이 발칸반도를 여행하기에는 가장 쾌적한 날씨라고 생각되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몸은 좀 힘들어도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즐기는 마음은 행복하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9 일간 함께 방을 써야하는 번거로움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저런 곤란한 일을 겪으면서 삶의 다양한 포용력을 지니게 되고 여러 가지 경험은 의식의 확장을 가져온다. 점점 힘들어지는 쳬력이 자신없어서, 영양주사 같은 약이 있다길래 공항 안 약국에서 문의하니 먹는 알부민 종류의 영양제가 있었다. 10 개(5만원)를 준비하고 짐은 최소화해서 기내로 들고 갈 수 있는 작은 트렁크와 가볍게 소지품을 넣고 들고 다닐 백을 준비했다. 카메라 또한 가져갈까 말까 망설이다 그래도 핸드폰보다 좋은 점이 있고 익숙하니 가져갔다.
밤 11시 50분 출발 비행기인데 8시까지 모이란다. 2시간 잡고 나갔는데, 신림역에서 타지 않고 서울대 앞에서 탔더니 빙 둘러간다. 모이라는 시간보다 30분 늦어서 함께 가는 일행들 얼굴도 못 보고, 가이드만 만나 트렁크를 부쳤다. 기내에서 남의 손 빌려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번거로워서... 근데 비엔나로 짐이 간다고 한다. 두바이에서 쓸 챙 넓은 모자를 준비했는데 빼지 않고 그냥 보냈다. 뜨거울텐데...
두바이를 경유하는 '에밀레이트' 항공기를 탔는데, 좌석도 비행기 앞부분이어서인지 소음을 거의 느끼지 않을 정도로 편안했다. 밤시간이라 빈 좌석도 많아 발을 뻗을 수도 있었다. 비행기 소음이 괴로웠는데 이번은 꽤 안락한 느낌이었다. 옆에 앉은 이가 혹시나 일행인가 해서 물었더니, 열흘간 함께 할 룸메이트였다. 반가워서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으로 연령대가 비슷해보이는데, 웃는 얼굴에 해맑음이 있는 이였다.
* 한국어로 나오는 영화를 찾는라 시간을 보내다 'Mather's day' 라는 영화를 한 편 보고(나름 재미있었다) 두바이에 도착했다. 두바이는 예전에 사막 투어도 하고, 잠시 경유하는 동안 쇼핑도 했던 곳이라 별반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다시 즐비한 건물들과 나무들을 보면서 인간의 기술력이 참으로 막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막위에 펼쳐지는 기막힌 파라다이스! 장관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 바벨탑을 연상케하는 높디 높은 건축물들 보다는 자연속에 겸손하게 감춰질 듯 소박한 옛건축물들이 좋다. 인간을 짓누르는 듯한 위용, 불필요한 수많은 소비, 부의 축적이 가져오는 불평등 등이 부담스럽다.
* 파리 개선문 모양의 국제금융센터 에미레이츠 타워, 무역센터, 바스타키아 '21세기 바벨탑'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층 버즈 칼라파, 돛단배 모양의 호텔 버즈알아랍, 쥬메이라비치 해변, 열리지 않은 금시장 등을 돌아보았다.
*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열지 않은 새벽에 도착했다. 덕분에 덥지 않은 활보를 할 수 있었다. 이슬람의 금식기간인 '라마단'(5/26~6/25)이여서 먹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근데 설명을 듣고도 금방 까먹고는, 한 군데 문을 연 상점에서 대추야자에 콩종류를 넣은 맛난 간식을 사서는 일행들과 나누어 먹다 아차! 싶었다. 후덕한 인상의 현지 가이드는 너그럽게 웃으며 자신은 먹지 않고 손에 들고 있었다.ㅎ 그는 한국이 처한 국제정세와 이란과의
친밀한 외교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물가 비싼 두바이에서의 생활고도 알려주었다. 내 나라에서 사는 삶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작은 실수들을 하면서 '아, 나이 들었구나!'를 절감하곤 했다. (새삼스럽게 뭘!ㅎ)
잘못 찍힌 사진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커셔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두바이에서부터 찍은 이틀분의 사진이 순식간에 삭제되었다. 에구! 이렇 수가... 어이가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아쉬움을 달래며 과정의 즐거움으로 기억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본 것들 중 나보다 더 잘 찍은 사진들을 인터넷 이미지에서 찾아 올린다. 사진 올리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 두바이 최고층 빌딩 '버즈 칼리파' 124 층 전망대 관람은 희망하지 않았다. 여행에서 대개의 옵션을 모두 하는 편인데, 그 빌딩에 올라 높은 곳에서 신도시의 건물들을 내려다보는 일이 내게는 그리 흥미롭거나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몇 사람과 차를 한 잔 마시며 일행들이 다녀오기를 기다렸다. 거리 곳곳에 시원스레 뻗은 종려나무들, 향수나 진정제로 쓰인다는 하얀꽃 '일랑일랑'과 주황색 꽃나무가 많아 보기 좋았다. '자빌 펠리스' 왕궁의 잘 가꾸어진 정원 풀밭에는 공작새들과 많은 작은 새들이 어울려 먹이를 먹고 있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하여 짐을 찾은 후 호텔로 가 짐을 풀었다. 짝꿍 등 일행들의 가방이 내가 들어가도 될 만큼이나 컸다.ㅎ 조식을 한 후, 호텔을 떠날 때 분명히 짝꿍이 열쇠를 프론트에 놓았다는데 지배인은 안 받았다고 난리다. 나는 혹시나 해서 방으로 뛰어가 봤지만 없었다. 한참 싱갱이 하다 우리 가이드 결단을 내리고 떠나버렸다. 앞으로 열쇠는 내가 관리해야겠다. 두바이 공항에서는 비행기표를 찾지 못해 한참을 애태우더니... 짝꿍 부산댁은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라츠를 경유하였다. 이 도시는 오스트리아에서 두번째로 큰 문화도시로 구시가지가 잘 보존된 곳이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그라츠의 기차역이, 감동깊게 본 영화 <티벳에서의 7년> 영화 속 배경이 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 백과사전에서 담아온 그라츠 시내 사진. 그라츠는 슬라브어로 '작은 요새'라는 뜻이다. 15~16 세기 세워진 이곳의 요새들은 헝거리와 터어키의 포위공략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단단함을 지니고 있다. 숲이 빽빽한 도로를 오랫동안 달리며 평화롭고 한적한 전원풍경들을 보았다. 그라츠에서는 중국식 점심식사를 하고 슬로베니아의 볼레르로 떠났다.
발칸이란 지명은 19 C 초부터 사용되었는데, 터키어로 '산맥'이라는 뜻이다. 발칸 반도는 대부분이 산악지대이다. 북쪽으로 도나우 강 하류와 사바 강, 동쪽으로 흑해, 남동쪽으로 에게 해, 남쪽으로 지중해, 남서쪽으로 이오니아 해, 서쪽으로 아드리아 해 등에 의해 경계가 이루어진다. 이번 여행은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4국의 몇몇 도시를 둘러보는 관광이다.
* 블러그 '티스토리'에서 담아온, 시내를 가로 지르는 무어강과 시침이 분침보다 길다는 시계탑 사진이다. 멀리서 보아도 대충 시간을 알게 해주려는 배려로 그리했다고...
* 크로아티아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라는 발칸 반도 북서부에 있는 아드리아해 연안의 슬로베니아로 간다. 면적은 2,273 ㎢, 인구는 약 200 만명, 수도는 '류블랴나', 정식 명칭은 '슬로베니아 공화국'이다. 최고의 휴양지라는 '블레드'로 이동하여 호수면에서 100 m 높이에 세워진 블레드 성을 보았다.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고즈넉한 풍광이었다. 배우같이 잘 생긴 청년 뱃사공이 노를 젓는 나무배를 타고 천천히 안전하게 초록색 호수를 건너갔다. 18명의 적은 인원이 움직이는 여행이라 별 탈없이 잘 진행되었다. 가끔 해프닝이 벌어지기는 했지만...ㅎ
호수 둘레 산책길을 거니는데 팔뚝만한 고기들이 유유히 노닌다. 초록색 호수물에 고기들이 엄청 많았다. 블레드 성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한국 관광객 커플을 찍어주고, 그럼 나도 한 장 찍어달라고 했더니 길이 좁아서였는지 목을 댕강 잘라놓았다. 어휴! 이래서 아예 사진 찍어달라고를 않는다. 그나마도 날아갔다!
* 블레드 섬과 블레드 성은 빙하호인 블레드를 동화속 나라처럼 아름답게 하여 연인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이다. 신랑이 신부를 안고 오르는 전통이 있다는 섬 입구의 99 개 계단이다. 몸 약하면 결혼하기 힘들어! 이곳을 오르면 티토 대통령이 김일성을 만나 3 일 예정이었던 그를 보름간이나 있게 했다는 '티토별장'이 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부인이 슬로베니아 출신이라 이곳에서 스몰웨딩을 했다나...
* 가이드께서 찍어준 11명 단체사진. 총인원은 남자가 2명, 여자 16명이었다.
* 성모승천 교회에서는 종을 치며 소원을 빈다. 웬 소원들이 그리 많은지,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해서 세 번만 치라는데 오래 붙들고 있는 사람들...
종의 수난이 아닐 수 없다.
* 성 아래층에 있는 15 C 구텐베르크 활자 인쇄 방식을 재현하는 인쇄소에서는 원하는 문구를 새겨준단다.
'It's happy to live.' (살아있음이 행복한 거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나이들면 느낄 수 있는 사실이다.
* 일행 중 방성희씨가 찍은 멋진 사진이다.
*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로 이동한다. 중세시대 성채가 남아있는 이 도시는 1895 년에 심한 지진을 겪었단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 대부분을 18 C에 지은 것이다. 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류블라니차 강에는 스피탈교로 불리는 돌다리 '트리플' 브릿지가 있다. 이 도시는 오스트리아로 가는 철도 및 도로교통의 요지라고 한다. 슬로베니아의 국민 시인 '프레세렌'을 기념하는 프레세렌 광장을 둘러보았다. 그의 동상 맞은편에 그의 연인 집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분홍빛 '성 프란체스코 성당'도 둘러 보았다. 용의 다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다리가 긴 짝꿍은 순식간에 사라지곤 해서 같이 다닐 수 없었는데, 그게 서로 자유스러웠다. ㅎ
* 약 30 분 정도 이동하여 '돔잘레'로 가서 호텔에 들었다. 들어서는 순간 작은 잔에 달콤한 체리주를 나누어 주며 반겨주는 사장님은 후덕하고 멋진 분이었다. 다녀간 사람들의 사진을 벽에 쭉 붙여놓았는데, 무엇보다 수영복 차림의 늘씬한 미인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잠자리도 깨끗하고 좋았지만 식사는 더더욱 여행 중 어느 호텔보다 맛있고 푸짐했다. 그는 아주 즐겁게 일을 하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많은 여행객이 그분과 사진을 찍는 이유를 알겠다. 기분좋게 방명록에 한 줄 찬사를 남기고 '포스토이나'로 떠났다. (여행 가기 전에 사보았으면 더 좋았을 책 <아내를 닮은 도시> 강병용 에세이 책을 나중에 사서 읽었다. 저자는 류블레나 도시에 살면서 소소하지만 다정한 느낌의 글들을 아기자기 들려준다.)
* 포스토이나에서는 자연 미술관이라 불린다는 '포스토이나 동굴' 관광을 했다. 여행 가는 곳마다 동굴들을 보곤 했는데, 최고였다. 이 동굴은 세계 두번째로 규모가 크다고 한 만큼 희귀한 종유석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보존도 잘하고 있었다. 그 길이가 20 km 에 이르는데 그 중 5.8 km 를 개방했다고 한다. 꼬마기차를 타고 달리며 보는 기분은 참으로 장쾌했다. 기차에서 내려서 걸으면서 여러 가지 모양의 종유석의 관한 설명을 들었다. 예쁜 모습에 목소리도 좋은 숙녀 가이드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편리하게 느낀 건 바로 가이드의 말을 멀리서도 들을 수 있는 수신기 사용이었다. 원칙상 그 지역의 가이드에게 설명을 듣게 해놓은 제도도 지키면서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에게 뒤따라오는 가이드가 요약해서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아예 다른 곳에서는 그러한 번거로움을 더는 융통성도 보여주어 편리했다. 이곳에 어제까지 비가 많이 내렸다는데, 우린 운좋게도 공기 좋은 맑은 날씨였다.ㅎ
* 동굴의 석회암과 석순 등은 사람 손이 닿으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10 년에 0.1mm 정도 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하니 보통 귀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이러한 동굴이 형성된 시간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자연의 신비 그 자체이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계속 석순을 만들고 있는 동굴에서 가장 높은 곳인 '골고다 언덕'의 아름다운 모습, 천장에 스파게티 모양의 석순이 즐비한 '아름다운 동굴', 석순이 투명한 '다이아몬드 홀', 수명이 100 여년 된다는 인간 물고기, 소녀의 젖꼭지 처럼 작은 아기 석순, 아이스크림 석순, 한 때 콘서트가 열렸었다는 넓은 장소의 '콘서트 홀' 등 경이로운 모습들을 감탄하며 보았다. 인간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이 창조한 거대한 예술품이었다. 이곳은 기온이 낮아 다운 잠바를 입었는데도 기차가 달릴 때는 목덜미가 서늘해서 스카프를 두르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플래시 사용은 금지했지만 촬영할 수 있어서 짝궁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남자처럼 키가 크다.
* 프레드야마 성. 슬로베니아 로빈 후드가 최후를 보냈다고 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성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곳이다. 123 m 높이의 수직 절벽 동굴 입구에 지어져서 성의 뒤쪽으로는 자연동굴이 이어진다. 적의 공격으로 꼼짝없이 갇혔을 때, 동굴 뒤편으로 나가 식량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성을 거쳐간 여러 성주들 중 '에라젬 루에거' 이야기가 알려져 있다. 그는 중세시대 남작으로 부잣집을 털어 가난한 이들을 도운, 로빈후드였다. 황제에게 미움을 사 쫓기는 신세가 되어 난공불락의 이 성으로 피신했는데, 그만 매수당한 하인의 배신으로 한쪽에 벽이 취약했던 화장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사진 찍을 시간은 좀 주었지만 안에 들어가 볼 시간 여유는 없어 아쉬웠다.
이제 아드리아해의 사랑스런 마을이라고 적혀있는 해안도시 '피란'으로 이동한다.
* 수많은 보트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바닷가 마을에 도착했다. 촉촉히 비가 내리다가도 우리가 내려서 관광을 시작할 때는 햇빛이 쨍했다. 우아! 하늘이 돕고 싶은 착한 사람들만 모였나 보다! ㅎ 피란 시내를 한 눈에 볼 수있는 '성 조지 교회'로 올라갔다. 아기자기 동화속 마을처럼 소박한 시내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500여 년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은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 피란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타르티니 광장은 바이올리스트였던 음악가 주세페 타르티니의 동상이 있는 광장이다. 가운데 빨간 건물이 베네치안 하우스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란다. 타르티니는 18 C 초반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였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피란이 이탈리아에 속해있던 시기였다.
* 광장에서 자유시간에 일행들과 어울려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잠깐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우리 일행은 비슷한 연령대의 여덟분 여사님들 한 팀과 대구에서 한 교회에 다닌다는 네분 팀, 또 부부 두 팀, 그리고 싱글로 온 두 사람이었다. 왼쪽 맨 앞 분홍색 줄무늬 셔츠를 입은 동안의 여사님 남편이 사진을 찍어 주었다. 금슬 좋은 50 대 초반의 부부였다. 그들은 이 여행에 이어 오스트리아로 자유여행을 며칠 더 하고 간다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바른 생활 아내가 덩치 큰 순한 남편을 꼭 잡고 사는 것 처럼 느껴졌다.ㅎ
* 양이 좀 많게 느껴지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서인가 목이 좀 칼칼한 것 같아 뜨거운 물을 마시고 싶었다. 호텔에 왔을 때 마침 부부가 가져온 포트가 있다며 빌려주었다. 물을 한 컵 정도 넣고 스위치를 꼽았는데, 손을 한 번 대보니 물이 끓지를 않아서 이상하다 싶었다. 짝꿍 왈, '무슨 냄새야?' 얼른 포트를 들어보니 아뿔싸! 냄비에서 전기 받침대를 꺼내 뒤집지 않고 그냥 냄비에 물을 붓고 올려놓았던 거다. 아무리 처음 본 캠핑용 포트라지만 그렇게 멍청할 수가! 휴!!! 하얀 데스크판에 갈색 동그란 고리가 생기고 말았다. 이걸 어쩌나... 이런저런 말을 하며 불안해하는 짝꿍이 정신이 사나워서 '사고는 내가 쳤는데 왜 그대가 난리인가' 했더니 정색을 하고 화를 벌컥 낸다. 날 생각해서 염려를 한거라고... 아! 알았다며 얼른 사과했다. 엎친데 겹친다고 쓸데없이 그녀의 심기를 거슬리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따라 가이드가 방 번호도 말해주지 않아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 다시 물이나 끓여 먹자. 그리고 일단 잠을 자고 내일 아침 말해서 변상을 해야한다면 하면 되지 생각했다.
아침 식사시간 보다 좀 일찍 로비에 내려가 가이드 방번호를 알아가지고 문을 두드리니 샤워중이란다. 아니, 샤워는 어젯밤에 안 하셨나? 시무룩하니 식당으로 내려가 기다렸다. 좀 지나 그가 와서, 자초지종을 듣더니 흔쾌히 알았다며 식사하시라고... 그리고 아무 조치없이 호텔을 떠났다. 나중에 연락이 오면 처리하겠지. 그리고 아직까지는 연락이 없다. 나중에 포트 주인에게 그 멍청한 일을 이야기했더니 어이없어 하며 웃었다.
잔소리 않는 우리 가이드, 그 날 이후 믿음직하게 느껴졌다.ㅎ
오늘은 이스트라 반도의 두브로니크라고 불리는 크로아티아 '로빈'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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