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안 평야지대에 올리브, 포도 등 과실수밭이 이어지고 들판에는 빨강, 노랑, 보라색꽃 등 예쁜 꽃들이 아름다웠다. 저렇게 상점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녹색 마을에 드문드문 있는 집들은 가축을 키우며 거의 자급자족을 하는 모양이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주황색 지붕의 오밀조밀한 건물들,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는 낭만적인 풀경, 좁은 골목들이 미로 같이 바다로 연결되는 로비니 구시가지를 둘러보았다.
베니스 풍 바로크 양식의 '성 유페미아 성당'을 구경하고 내려오다 잘못 찍은 사진을 지운다는 게 '모두 삭제' 를 누른 순간, '아유! 왜 이러는거야~' 여행은 원래 별일이 다 있는 거다. 이건 암 것도 아니지! 한숨 한 번 쉬고 털어버린다.
크로아티나 화폐로 환전을 했다. 1유로가 7쿠나 정도 되었다. 시장 등에서 자잘한 물건들을 사려면 현지 화폐가 필요했다.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을 조금씩 다 다녀보아서인지 그리 색다를 게 없는 풍경들이었지만 이 발칸반도쪽은 대체로 좀 더 소박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였다. 오랜 침략과 내란의 흔적들이 묘한 연민과 함께 측은한 가운데 편안함도 느끼게 했다. 이제부터 내가 찍은 로비니 구시가지 풍경을 올린다. ㅎ
* '코레니카'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 호텔에 박제된 곰들이 있었다. 내일은 '자다르'로 이동한다. 짝꿍은 저녁마다 그 많은 짐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또 아침 뿐만 아니라 밤에도 머리에 롤을 마느라 신경을 쓴다. 덕분에 나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래도 나를 배려한다고 새벽에는 불도 켜지 않고 소리없이 움직이지만, 쓸데없이 예민한 나는 그녀의 기척에 잠을 깨 한참씩 누워있어야 했다. 이제 안정제 한 알 먹는 거로는 부족한지... 여행할 때마다 잠을 잘 자기 위해 젤 작은 용량의 안정제를 처방받아 한 알씩 먹는데, 내성이 좀 생긴 것 같다. 첨에는 반 알로도 잠을 푹 잤는데... 무슨 말 끝에 짝꿍이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독신인 것 같아 심하게 몸치장을 하는 게 이해되었다. 그녀뿐 만이 아니다. 거의 모두가 제일 큰 트렁크에 옷을 담아와 영화를 찍는 모습들이 꽤나 부산스러웠지만 웃겼다. 체력들이 참 좋다. 70 대 노부부도 있었는데 잘 다니셨다. 선생님 37년 하셨다는 사모님은 더 활발해 보였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바다 오르간(morske orgulje)' 소리를 들으러 갔다. 약간 흐린 날씨, 마치 바다 속 거대한 고래들이 합창이라도 하는 듯 웅장한 소리들이 출렁거렸다. 보도 아래에는 35 개의 파이프가 설치되어 파도의 크기와 속도에 따라 공기를 밀어내며 음악을 연주한다고 한다. 피아노 건반을 디자인한 보도 바닥 장식이 돋보였다. 일출을 볼 수있는 맑은 새벽이나 석양이 물드는 시간에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낭만을 불러일으킬 것 같았다. 우리가 간 날은 좀 흐린 날씨 탓에 사진의 색이 선명하지 않았다. 1990 년 새로 제정된 크로아티아 국기는 무늬가 아기자기 예쁘고 귀엽다.
* 9 C 초 주교 '도나트'의 이름을 딴 세인트 도나트 교회와 마리 수도원, 연이어 나란히 줄 서있는 5 개의 우물은 오스만 투르크 침략때 식수 공급원이었다. 죄인을 묶어놓고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수치심기둥 등을 관광하였다. 야만적인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전쟁과 파괴가 휩쓸고 지나간 씁쓸한 자리... 중세 비잔틴 양식과 돌이 남아있어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였다.
* 50 대 초반의 부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며칠 지나자 확실하게 일행들 개개인의 특징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린 흰 대형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자리가 넉넉하여 한 사람이 두 좌석씩 자리잡아 쾌적하게 다녔다. 운전기사는 잘생긴 크로아티아인 청년이였는데, 부지런하고 깔끔하여 수시로 휴지통 대용의 비닐봉지를 갈았다. 매일 버스에 대형 트렁크를 올리고 내리는 일이, 종일 운전하는 일 못지 않게 보통 고된 일이 아니었다. 미처 생각지 못해 헤어지는 날 팁을 좀 주지 못한 게 아쉽다. 누군가 친절한, 메너 좋은 한 여인이 팁을 주어서 보기좋았다. ㅎ
* 스폴리트로 이동하는데 이 지역이, 달마치야가 원산지라는 검은 점 무늬가 있는 개, '달마티안'으로 유명한 곳인가 보다. 옛날에는 마차를 호송·호위하는데 한 역할 했다고 한다. 지금은 감시견이나 군견, 미국 소방서의 마스코트, 서커스에서 재주를부리는 일 등에 이용된다고 한다. 눈에 띄는 모습인데 나는 실제로 이 개를 본 적은 없다.
* 고대 로마황제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이곳 스폴리트에 궁전을 지어 살았다고 하여 도시 전체가 황제의 궁전으로 불린다. 로마 유적 중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디오 클레티안 궁전'을 둘러 보았다. 신하와 하인들이 거주하던 궁전 안 200 여개의 집터가 남아있어 상점, 까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파괴된 잔재를 그대로 둔 채 활용하여 고대의 옛정취를 느끼게 하였다.
* 구시가지 궁전의 안내도이다.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허름한 집의 정원이자 텃밭에 널린 빨래들이 정겹다.
* 버스 타고 지나가는 차창 밖으로 예쁘게 무지개가 떴다. '야! 무지개다!' 외치니 잠자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사진을 찍는다. 가이드는 DVD로 이곳 궁전에 둥근 천장이 있는 곳에서 아가펠타 공연 한 것을 보여주었다. 남성 합창단이 반주 없이 음성으로만 부르는 성가곡이 아름답게 공명되며 가슴을 울렸다. 이제 산악지대 성모발현지 '메주고레'로 이동하였다가 며칠후 드브로브니크로 다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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