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자연, 과학 외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나무^^ 2021. 1. 3. 17:47

 

최대천 지음  효형 출판

 

최재천 선생님을 예전에 TV에서 보았던 적이 있어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함께 버물려 재미있게 들려주셔서 몰랐던 동물들의 세계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며 읽었다.

책장을 열면 '삶은 어떤 형태로든 결국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는 걸 일깨워주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두 생명,

아내와 아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글이 그 분의 인품을 느끼게 한다. 

문학도가 되고 싶었던 저자는 동물행동학자가 되어 결국은 두 가지 소망을 모두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알면 사랑한다'는 주제에서 '동물도 남의 자식을 입양한다.'는 타조에 관한 글이 나온다.

'서열이 높은 암컷이 다른 암컷들에게 자신의 둥지에 알을 낳게 한 다음 혼자 그 많은 알을 품고 보호한다. 너무 많이 모아 날개 아래 제대로 다 품지도 못한다 또 새끼들이 태어난 후 그들을 데리고 다니다 다른 엄마를 만나면 서로 다퉈 승리한 암컷이 양쪽 새끼들을 모조리 데리고 간다. 왜 이렇게 동네 아이들을 모두 불러모아 혼자 기르려고 하는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 이유를 아직 밝히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인간이 내 새끼 남의 새끼 구분 않고 이렇게 모두 기르고 싶어 한다면 세상에 태어나 불쌍하게 버려지는 아이들은 없을텐데...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도 마다한다. 심지어  학대, 살해하는 일마저 있다.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유럽 공산정권이 무너질 때 루마니아의 고아들을 입양하는 기쁨을 감사하던 미국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에이즈 바이러스를 물러받은 아이들을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기꺼히 감수하며 품에 안은 그들이 천사이고 신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꿀벌사회의 민주주의'에서 꿀벌들의 춤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거짓공약을 남발할 수 없는 민주적인 꿀벌들에게서 인간들은 보고 배워야 한다. 그렇게 수고해서 얻은 단꿀을 우리 인간이 모두 갖다 먹으니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새삼스럽게 가득해진다.

 

'동성애도 아름답다'에서는 암컷 두 마리가 함께 새끼를 키우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컷과 성관계를 가져 낳은 자식을 마음 맞는 또 다른 암컷과 키우는 거다. 이른바 양성애자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산다는 채찍꼬리도마뱀들도 거의 모두 레즈비언이라고 한다. 암수성기의 교접이 없이도 수태가 되어 암컷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다른 거의 모든 동물들에서 동성애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독 인간들에 있어서는 동성애자를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종교적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지닌다.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양성애자였다는데, 인간의 의식이 많이 깨인 이제는 그들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할 일이다. 내가 만약 그렇게 태어나 배척 당해야 한다면 존재 그 자체로 얼마나 괴롭겠는가!

 

젖먹이 동물 고래는 부상당한 고래를 등에 업고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떠받치고 있거나, 다친 고래를 가운데 두고 수많은 고래들이 둘러싸며 보호를 한다고 한다. 놀랍게도...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점점 박애정신은 사라져 가는 것 같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세상이지만 부는 소수에게 국한되어 빈부의 차이, 불평등의 문제는 커져간다.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세상은 점점 살기 어려워질 것이다. 혁명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잠꾸러기의 행복'에서는 동물들의 잠에 관해 이야기 한다.

'한 유력한 학설에 따르면 잠은 우리 몸의 생리적 보수기능을 위해 진화했다. 실제로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조직에서 가장 활발한 세포분열은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에 일어난다. 수면상태의 뇌조직을 검사해보면 꿈을 꾸지 않고 자고 있는 동안에 단백질 합성이 가장 왕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밤에만 합성되는 신경전달물질들도 여럿 알려져 있다.' 이처럼 밤에 자야하는데, 현대인들의 잠 못자는, 아니 잠 안 자는 밤이 길어져서 문제다.

밤새도록 불을 밝히는 사회 분위기와 TV 심야방송, 야간 작업 등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너무 많다.

밤 12시가 되면 모든 세상 활동이 딱 멈춘다면, 인간들은 더 건강해지고 행복할텐데, 또 손상되는 지구도 좀 나아질텐데...

 

새끼끼리 경쟁해서 살아남은 자만 키우는 백로와 하이애나 이야기와 함께 우리 인간의 불공정한 경쟁을 예로 든다.

자연계에서 인간외에 대량학살을 하는 동물로는 개미와 벌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도로 발달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량학살은 사회성의 진화에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인가보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몸을 먹이는 염낭거미, 또 독거미는 실험실에서 알코올 표본을 만들 때, 먼저 알코올에 담구어진 어미는 시간이 흐른 후에 새끼들을 쏟아 붓자 홀연 다리를 벌려 새끼들을 차례로 끌어안고 죽어가더라는 거다.   

 

기계문명 사회의 주인은 인간이지만 자연계로 치자면 개미만한 동물이 없다고...

인간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온갖 잘못을 저지르며 살기에 그리 오래 살아남을 종족이 못 된다고 한다.

'하느님께서 어찌하여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먼지와도 같은 작은 행성인 지구만 특별히 생각하셨고, 또 그 지구에 살도록 한 그 많은 동물들 가운데 유독 우리만 당신의 모습을 닮도록 허락하셨단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짝사랑인 것만 같다. 나는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자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을 보려는 인문학자이고 싶다. 인간 본성의 기원은 어쩔 수 없이 동물 속에 있다. 왜냐하면 그 옛날 생명이 최초로 탄생한 바닷속을 떠돌며 우연히 자기 자신을 복제할 줄 알게 된 그 DNA의 후손들이 지금도 내 몸 속, 그리고 개미의 몸 속에 함께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명이 발달해도 맹목적인 신앙심을 지닌 종교인들이 지나치게 많은 건 의지하고픈 사람들을 이용해 권력이나 부를 창출하려는 지도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함께 가장 오래 살아왔다는 쥐에 관해서는 권터 그라스의 소설 <암쥐>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직후 남태평양 어느 작은 섬에서 핵실험을 감행했는데, 그 초토화된 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동물이 쥐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핵전쟁과 자원의 낭비로 자멸하는 인간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쥐를 택하였다. 

TV에서 보았는데, 라오스 오지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쥐를 잡아 요리해 먹기도 한다. 우리는 몹시 혐오하지만...

 

'기생충이 세상을 지배한다'에서 생물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기생충의  한 예로 '맵시벌 애벌레에게 농락당하는 거미의 운명'이 놀랍다. 이상한 짓을 하는 인간들의 수많은 요인들이 그와 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유전자들의 정체가 속속 밝혀지면 그 중 상당수가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의 몸 속에 들어왔다 그냥 눌러앉은 바이러스들의 유전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기생충들이 우리 몸 속에 들어와 우리로 하여금 하고 싶지 않은 크고 작은 일들을 하도록 조정하고 있을 까 생각하면 적이 섬뜩하다.'

 

'환경호르몬에 따른 성전환의 위기' 글에서, 새삼스럽지만 맞다라는 생각이 드는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런 점으로 보면 식물은 동물에 비해 성적으로 더 대담한 면이 있다. 자기가 사랑하는 꽃을 찾아가 대신 잠자리를 같이 해줄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그들은 온 천하에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 놓고 산다. 꽃이란 다름 아닌 식물의 성기이다. 그걸 우리는 사랑하는 연인의 코 밑에 바친다. '

열대 바다의 산호초 지역에  사는 물고기 중에는 수많은 암컷 무리를 거느리던 한 마리의 숫컷이 늙어 죽으면, 암컷들 중 지위가 높은 가장 센 암컷이 완벽하게 숫컷으로 변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비혼자나 동성애자가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신의 영역이라는 말이 소용없어지는 세상이 되었다. 

 

'동물도 거짓말을 한다'에서 바나나를 숨겨놓고 거짓말하는 침팬지, 여우로부터 새끼를 구하기 위해 거짓행동을 하는 물떼새, 거짓말을 잘하는 어린아이, 남의 숙제를 베끼는 대학생, 용기를 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하는 선의의  거짓말 등, 이러한 거짓말이 가져오는 파장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한 번도 거짓말을 안 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만 실속없이, 또는 이익을 위해 체신없이 거짓말을 일삼는 이들은 살면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다.

 

해마의 경우는 짝짓기가 끝나기 무섭게 암컷이 수정란들을 수컷의 배주머니에 넣어주곤 사라져 버린다. 아빠가 배가 불러오는 경험까지 하면서 홀로 자식을 기른다고 한다. 대부분 암컷이 새끼를 책임지고 키우는 인간과는 대조적이다.

나뭇잎 엮는 배짜기개미는 자기 애벌레들을 마치 베틀 북처럼 사용하여 살 집을 짓는단다. 애벌레들이 분비하는 명주실은 원래 그들이 번데기가 됐을 때 들어앉을 고치를 만드는데 사용해야 하는데, 여왕과 아가의 방을 짓기위해 착출된 애벌레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이다.  그처럼  필리핀에서 수출을 위한 관상용 열대어를 잡는 일에 동원되는 예닐곱살 먹은 어린이들이 추를 매달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죽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세계 여러 곳에서 미성년자의 노동력 착취가 일어나는 실정이다.

 

제비는 새들 중에서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인간의 눈으로 볼때 모범적인 새이다. 실험을 통해 제비의 꽁지가 길수록 암컷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또 양쪽 꽁지의 길이가 고른 수컷을 선호한단다. 인간이 잘 생긴 외모에 반하듯이...

이젠 농약으로 인해 제비가 날아오지도 않는다.

새가 오지 않는 숲을 염려하고 '침묵의 숲'을 저술한 작가가 생각난다. 감동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산책나가는 둘레길이 이어진 삼성산(관악산 줄기)에는 아직 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다.

추운 겨울이면 아주 쪼그만 아기새들을 위해 모이를 놓아준다. 가끔 그들이 내려와 잽싸게 모이를 주워먹고 날아오르는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흐믓해지며 미소짓게 된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깨어난 새끼는 원래 주인의 새끼까지 밀어내버리고, 너무 한다 싶은 뻐꾸기는 새끼가 자립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시간 맞춰 찾아온단다. 새끼가 자기 종족을 만나야 번식을 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얌통머리 없는 삶을 살도록 운명지어진 동물인거다. 인간들 중에도 그렇게 남의 등골을 빼먹으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그런 사람들도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도록 타고나는 것일까?

 

'인간의 성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에서는 정자매매와 체외수정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여성이 남성의 정자를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가정을 꾸릴 수 있다. 가정을 이루는 부부라는 존재의 가치가 희박해지고, 능력만 된다면 우수한 유전자의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거다.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은 많이 변화하겠지만, 인간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하는 보금자리로서의 가정은 변함이 없다.

주변에 결혼하지 않고 노년에 이르는 여자들을 보면 왠지 아쉽고 안스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해야할 일을 안 한 것처럼...

 

'죽음이 두려운가'에서 '노화란 좀더 효과적인 번식을 위해 오랜 세월을 두고 자연이 선택한 삶의 책략이다...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닳아 없어지는 틸로미어라 부르는 염색체의 끝부분이 마모되지 않으면 늙지 않을 것이라는 셍각에 많은 생물학자들이 세포의 죽음에 대하여 연구한다'라는 글이 나온다.

또 '모두가 200세, 300세까지 살아서 무얼 어쩌겠다는 것인가. 생물이란 죽지 않으면 모두가 같이 죽게끔 되어 있다. 영원히 죽지 않거나 그저 오래 살기를 원하기보다는 한 백년을 살더라도 죽기 직전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그냥 하루아침에 고통없이 조용히 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한다.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살아있는 오늘이 귀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살 권리가 있다면 죽을 권리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개는 자신의 육체적 건강상태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으므로 삶을 더이상 지탱하기 어려울 때는 스스로 존엄한 마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수명연장 치료에 대한 거부의사를 사전에 남겨놓는 일, 또는 활동할 수 없을 만큼 오래 살아 삶을 멈추고 싶을 때는 떠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생물학적인 많은 지식과 함께 우리 인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남녀노소가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교육용으로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