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자연, 과학 외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나무^^ 2021. 1. 9. 19:53

권오길 지음  을유문화사 출판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있다면 좋으려만, 도무지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는 이렇게 독후감을 쓰면서 다시 한 번 글의 내용을 더듬어가는 즐거움을 누린다.

음악이 흐르는, 햇빛 가득한 거실에서 책을 읽을 때는 세상 부러울 게 없이 행복하다. ㅎ 

 

들어가는 글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생각이 마음에 와 닿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구하시느라 힘드셨을까!

책은 네부분으로 나뉘어 온갖 생물들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첫번째, '작고 별나지만 지혜로운 미물들'에서는

도토리거위벌레, 책벌레, 학질모기, 쌀바구미,  작은소참진드기, 사마귀, 메뚜기, 옴진드기, 집먼지진드기, 흰개미가 나온다.

 

춘추시대 제나라 장공이 행차하다 덤비는 사마귀를 보고는 용맹한 사나이에 빗대며 피해갔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당랑거철'이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을 대적할 때 이르는 말이란다.

집먼지 진드기는 바닥요나 매트리스 0.914제곱미터에 약 10만 마리가 산다고 하니 우리의 잠자리가 천국인 셈이란다. 현미경적인 눈을 가지지 못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침구 등을 자주 갈아주어야 하겠다.

또 각질형성세포는 40~50일 주기로 죽고, 생김을 되풀이하는데, 이 세포들이 죽어 만든 각질층은 병원균을 막는 장벽이 되고 열, 자외선, 수분증발을 막는 마개이며 덮개이므로 때를 박박 미는 것은 보호막을 없애는 일이다.

 

'흰개미여왕은 하루에 보통 2,000개의 알을 낳으니 한 평생(100년을 사는 것도 있다) 내내 낳은 산란수가 무려 50억 개에 달한다고 한다.자기보다 작은 부군과 함께 왕실의 모퉁이에 머무르며, 항상 많은 시녀들이 양껏 먹여주며 제반사를 떠받쳐 돌좌 주기에 오직 산란에만 전념한다. 이들은 불완전변태를 하기에 알에서 깬 어미를 닮은 유충은 자라서 곧장 성충이 된다... 흰개미가 일단 건물에 침입하면 목재뿐만 아니라 종이, 옷가지, 카펫 따위의 섬유성인 것들은 마구 먹어 치운다.'

놀라운 번식력이며 생존력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 인간은 점점 번식에 소홀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직업을 가진 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고충이 많기 때문이다. 남성의 능력이 향상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는 살림도 육아도 남성들이 더 많이 참여한다.

또 흰개미 창자 속에 사는 트리코님파(트리코는 털, 님파는 소녀라는 뜻)는 눈물방울을 닮은 공생동물이라고 한다. 섬유소를 먹는 곤충과 그것을 소화시키는 공생생물처럼 우리 인간도 불가불 공생을 하기 위해 가족을 만든다. 그러나 가족구성원 사이의 공생은 그리 쉽지가 않다. 균형과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혼자 사느니만 못한 경우도 허다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모두 그러하다.

 

두번째, '바다를 벗 삼은 생존의 달인들'에서는 

갈치, 문어, 넙치, 진주조개, 돌속살이조개, 갯장구, 개오지, 해파리, 청어, 복어 양미리가 나온다.

연체동물인 문어는 바다의 카멜레온이라고 불리며 자절(自切)까지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몹시 주리면 제 다리도 끊어먹는단다. 번식을 할 때는 지극한 모성애로 수개월간 수정란을 돌본다. 숫컷은 짝짓기하고 얼마 안가 죽고 새끼를 돌보느라 지친 어미는 새끼들의 부화와 함께 죽고만다고 한다. 오로지 번식을 위한 생존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지구상의 모든 동물은 번식을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오로지 인간만이 고생스럽다는 이유 등으로 번식을 마다한다. 그러나 나이들어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그 허망함은 분명 더 클 것이다.

비목어인 넙치(광어), 비익조와 함께 연리지를 애틋한 사랑의 대명사로 여기지만 모두 인간의 바램에서 본 해석일 뿐이다. 부모의 사랑외에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없다는 것을 살면서 깨닫는다.

회를 먹고 살을 발라낸 뼈로 시원하게 끓여나오는 매운탕을 '서덜이탕'이라고 한단다.

불교와 기독교의 상징이 된 물고기의 유래와 의미는 흥미롭고 나아가 저자의 폭넓은 해석이 재미있다.

 

세계적으로 65종이 넘는다는 배벌레, 필자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4종의 '배벌레(선박벌레)'를 찾았다고 한다.

'조개껍질에는 톱날같은 예리한 돌기가 수두룩이 나있어서 그것으로 나무(목재)를 문질러 구멍을 내니(1분에 8~12번 간격으로 나무를 갉는다), 파낸 구멍에 야물고 하얀 석회관을 만들어 그 속에 조개몸을 밀어넣는다... 이 배좀벌레조개의 굴 뚫기를 흉내내어 땅굴기계가 탄생된다... 그 작은 생물의 행동을 예사로 보지 않았기에 큰 산을 뻥뻥 뚫는 굴착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배좀벌레조개가 두더지를 닮았다면 돌속살이 조개는 돌을 쪼고 다듬는 석공이요, 석수다. 고작 1~2cm 크기로 10종 넘게 우리나라 남해안과 동해안에 서식하는데, 돌 속에서 한살이를 보내는 조개로... 이들에서 우리는 생물들의 생명력이 모질고 다양한가를 되씹어보게 된다. 바위 안에 집을 튼 가여운 이것들은 한 번 들면 빠져나오지 못한다. 몸집이 커지면서 따라서 굴도 넓게 파내고, 내키지 않아도 죽을 때까지 오순도순 거기에, 아니 죽어서도 그 속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살다보면 마음이 울적할 때가 있다. 마음을 달래며 산길을 걷다보면 추운 겨울에도 짹짹거리며 날아오르는 쪼그만 아기새들!

순간 눈시울이 시큰해지면서, 돌보는 사람 없어도 저리 작은 몸으로 생명을 유지하느라 분주한 새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얼른 '밝음' 스위치를 켠다. 그래서 혹한을 견디는 새들에게 한줌 모이를 놓아주곤 한다.

 

세번째, '걸어다니는 또 하나의 우주와 생명들'에서는

오소리, 돼지, 무자치, 소쩍새, 괭이갈매기, 내장세균, 촌충, 남자와 여자, 사마귀 바이러스,대사증후군, 식도, 감기바이러스, 장내세균, 침과 침샘을 설명하였다.

'화성인과 금성인만큼이나 서로 다른 존재, 남자와 여자'에서 여러 가지 다른점 중에 남자의 뇌가 여자보다 약 100g 정도 더크고 무겁다고 한다. 골반이 여자보다 작아서 걷기도 더 잘하고 폐활량도 56% 더 나간다. 노래 부를 때 보면 확실히 남자가 폐활량이 더 좋은 것은 단순히 건강해서만이 아니었다. 걷기도 비교할 수 없게 남자들이 더 잘한다. 친구 중에도 골반이 작은 친구가 걷기를 훨씬 잘 한다. 반면에 여자는 살이 남자보다 더 따뜻하고 체지방이 많고 혈압도 낮으며, 냄새에 예민하고 어휘력이 더 풍부하며 통각점이 많아 아픔에 견디는 힘이 약하다고 한다.

신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서도 남여의 차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 같다. 그런 두 존재가 함께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는가! 그 모든과정을 인내하고 함께 남은 노년의 부부는 인간 승리라 하겠다.

 

사마귀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또 여름, 겨울에 생기기 쉽고 사마귀바이러스(인유두종바이러스)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따라서 전염이 되는 것이다. 사마귀가 생기는 부위와 그 질환에 따른 위험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 왼손 네째 손가락 둘째마디 옆면에 작은 사마귀가 난 적 있었다. 깜짝 놀라는 내게 할아버지는 '열살 되면 없어진다'고 하셨다. 없어진다고 하니 그 말씀을 믿었는데, 정말 어느날 자고 났는데 그 사마귀가 깜쪽같이 사라졌다. 그때가 몇살이었는지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몸에 저항력이 생기면 그렇게 사라지기도 한단다.

 

'대사증후군'에서는 '운동은 무엇보다 정신을 맑게 하여 우울증이나 분노를 가라앉힌다. 운동은 결코 몸운동만이 아니라 정신운동인 셈이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아편과 유사한 물질인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극도의 행복감과 희열을 느끼게 된다... 한 마디로 운동은 버릇이요,  습관이다. 근데 바다에 사는 해마가 사람 머리에도 있다! 움직임은 장기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해마의 크기를 유지시키고, 그것을 구성하는 뉴런(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 성인이 되면 뇌신경 분열이 멈춘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마디로 운동은 뇌의 노화(치매)를 예방한다. 걷기 같은 유산소운동이나 아령, 역도 같은 근육 운동을 하면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어 간, 이자, 골격근에 저장되어 있는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여 혈중.혈당 농도를 낮추니 운동은 당뇨예방에도 으뜸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보생와사(步生臥死)'를 실천해야 한다. 나는 산 앞으로 이사온 덕을 톡톡히 누리며 산다. 이제 산길을 걷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우주 속의 장내 세균 생태계' 에서는, 요새들어 많이 알려진 유익균과 유해균에 대해서 설명한다.

예전에 십이지장궤양을 앓아본 적이 있어서 이름을 알고 있었던 헤리코박터균이 위산을 조절하고, 뇌에 배고픔을 알리는 공복호로몬인 그렐린과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식욕억제 단백질인 렙틴의 양을 조정한다고 한다. 이 세균이 없으면 호르몬 조절이 안 되어 과체중이 된다니 이 유해균도 얼마간은 필요하다는 거다. 또한 장내 유용 미생물의 생육이나 활성을 촉진하는 생균을 강박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인에게 처방한다고 한다. 즉 정신건강에까지 미생물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 피부가 좋은 사람은 대장건강도 좋은 편이다. 식생활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모유유산균이 아기의 면역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모르고, 장거리 출퇴근에 수유를 하지 못했던 것이 많이 후회된다.

의사가 설명만 해주었어도, 불편함을 견디고 수유를 했을 것이다. 시어머니께서 어미도 아기도 고생한다며 아예 수유를 하지 말라고 권하셨기 때문이었다.   

 

네번째, '말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괴짜들' 에서는

새삼, 오동나무, 식물의 생체량, 발아, 민들레, 부추, 대추나무, 네펜테스, 아카시아나무, 인삼, 석이, 석류나무, 잇꽃, 금낭화, 당근, 고구마, 동화작용,자귀나무에 대해 설명하였다.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하고, 어린순으로는 묵나물도 해 먹는다는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라고 한다. 하얗게 날리는 솜덩이 하나에 무려 123개의 씨앗이 끝자락 관모의 부력으로 날아간다. 이것을 보고 낙하산을 만들었단다.

 

대추나무 열매에는 구연산, 능금산, 주석산이 듬뿍 들은데다 비타민 C는 사과나 복숭아보다 많으며 비타민B군, 카로틴, 칼슘, 철, 인 등의 영향분이 많아 한약재로 사용되었다. 대추가 제독작용을 하고 온갖 약의 성질을 조화시키기 때문이다. 천식, 아토피, 항암, 노화방지, 불면증, 간, 위장병, 빈혈, 전신쇠약 등에 좋으며 중국에서는 대추술, 대추식초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히 만병통치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추나무 또한 단단하여 관목(版木)이나 떡메, 달구지 재료로 쓰인다. 벼락맞은 대추나무는 양기운이 세서 상서로운 물건들을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다산의 의미가 있어 폐백때 치마폭에 던져주기도 한다.

음력 정월 초하루에 도끼머리로 나무를 두드리거나 가지틈에 돌을 끼워두기도 했으니 이는 조상들의 음양의 원리에 착안한 심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한다. 물을 수송하는 물관에 자극을 줌으로 양분이 열매로 몰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어른들이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로 지금도  원줄기의 수피 일부를 살짝 고리 모양으로 벗겨내는 환상박피를 한다고 한다.

몇년 전부터 대추를 챙겨 먹기 시작하고 체온이 조금 높아진 것 같다. 겨울에 추위를 몹시 타고 찬물에는 손도 대지 못했는데, 지금은 추위를 덜 타고 찬물을 만져도 예전처럼 몸이 오그라들지 않는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산길을 걷는 게 좋아졌다. 

 

'사람을 닮은 영험한 식물, 인삼'에서는 인삼의 종류, 효용 등을 설명한다.

한 해에 약 21억달러에 해당하는 8만톤의 인삼이 한국, 중국, 케나다, 미국, 네나라에서 생산되어 35개국으로 수출되는데 그 중 한국이 최대 생산국이고 중국이 최대 소비국이라고 한다. 인삼의 다양한 효능은 말할 것도 없이 만병통치약이라고 하겠으나 체질적으로 인삼을 소화시키는 가수분해효소가 없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 술도 분해효소가 없는 사람은 마시지 못하는 것처럼...

 

홍화에서 연지를, 연지벌레에서 카민을 얻어 화장품 등 백방으로 쓴다고 하니, 우리 주변의 식물이나 곤충이 참으로 고맙다.

'피를 흘리는 염통을 닮은 꽃 금낭화'는 단형 종자식물(꽃식물)로 예쁜 만큼 훼손되기 쉽고, 7~8월경에 익은 종자를 받아 바로 뿌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효용도 잘 설명되어 있다. 개미의 도움을 받아 씨앗을 퍼뜨린다니 제비꽃처럼 공생관계이다.

'물 건너와 백성의 허기를 달랜 기특한 식물, 고구마'는 조선 영조 때(1764년) 조엄이 통신정사로 일본에 갔다가 종자를 가져왔다고 한다. 나팔꽃을 닮은 통꽃으로 보라색을 띤다고 하는데 나는 본 적이 없다. 또 감자는 '덩이줄기'이고 고구마는 '덩이뿌리'라고 하고 모두 영양생식을 한단다. 어떻게 심고 거두는지도 자세히 알려주셨다.

흔히 고구마 줄기를 먹는다고 하는데 그 말은 잘못되고 '잎자루'를 나물로 볶아먹는 거다. 도시 사람들은 돈 사먹을 줄 밖에 모르니 편리한 대신 수확의 기쁨은 누리지 못한다.

 

'세상에서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오직 녹색식물뿐이다. 때문에 영물인 풀 한 포기나 나뭇잎 하나도 만만히 보아 허투루 해코지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식물(plants)은 식물(foods)을 만드는 공장으로 우리에게 젖을 주는 어머니다! 동물들도 죄다 식물(쌀, 밀가루, 옥수수 등)을 먹고 태양에너지로 살을 찌운 것이 아닌가. 하여 밥이나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태양을 씹는 일이요, 토마토나 귤즙을 마시는 것은 태양을 들이켜는 것이다... 광합성-호흡=저장이란 등식은 우리 가정에서 수입-소비=저축과 같다.' 그러므로 고랭지에서 자라는 채소가 실하다는 것도 알았다.

 

자귀나무 잎은 낮과 밤이 다르니, 밤이면 접어 짝을 맞춘다 하여 부부금실을 상징하는 나무라 칭한다. 가지 모양이 풍성하고 꽃이 피었을 때는 매우 아름다워 정원수로 많이 심으며 꽃말이 '환희'라고 한다. 그 나무 주변에는 다른 식물을 자라지 못하게 한다. 짙푸르고 그림자를 드리워 여름나무로 으뜸이라 한다.

 

수많은 생물들에 대해서 자세하고도 재미있게 설명하는 책이라 청소년에서 나이든 어른에 이르기까지 쉽게 읽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아도 흥미로울, 교육용 책으로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