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한국대표 수필문학 전집(2)

나무^^ 2021. 8. 1. 15:57

                                                                                           (등꽃)

신소설가이며 언론인 이상협님의 글 중 '양기탁 선생'에는, 일본에게 진 국채를 갚는 일이 이천만 국인의 의무라며 담배라도 끊어 한 달에 20전씩 석 달 동안 모으고, 모자르면 유지들의 도움을 보태어 국가의 강토를 보존할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즉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이었다. 그럼에도 일본의 야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강토는 식민지 지배하에 놓이고 그 분은 8년을 감옥생활 하며 온갖 고초를 겪다 돌아가시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대할 때마다 선조들의 고난이 뼈아프게 느껴진다. 우리는 참혹한 굴욕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는데, 오늘날 나라정세는 분열과 안일함이 뒤섞이며 염려스럽다.  

  

신소설가이며 사학자, 교육자인 현상윤님의 글 '거듭나자'에는 우리는 이미 과거에 격을 잃어버렸으니 근본적으로 기초부터 다시 새로워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즉 마음의 반영인 생활을 건전하게 하여야 사회가 건전해질 것이니 우리가 지닌 성질을 개량하고 새롭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해야 하고 용기를 길러야 한다. 그리하여 지력과 경제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호소한다. 오늘날이라고 다르겠는가. 더욱 더 절실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연출가이자 배우인 홍해성님의 '연극 독립의 가치' 글에서 '희곡은 환상이고 연극은 실제'라는 의미를 설명하였다. 따라서 '연극의 미는 각 물체와 그것의 構成의 美인 고로, 연극이 관객에게 어필하는 것은 감각적이며 직감적이며 본능적이다. 모든 간접적 존재를 버리고 무엇보다도 직접으로 연극은 그 美를 관객에게 주며 그 미와 융합하며 그 미로서 휘광을 발할 것을 요구한다. 그것을 완전히 성취했을 순간에 인생이-참딘 생명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연극 독립의 가치이다.' 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 연극의 생생함이 좋아서 한동안 즐겨 보러 다녔던 생각이 난다.

 

소설가 전영택님은 독실한 신앙인다운 글들을 썼다. '큰 대(大)자의 뜻' 글에서 사람이 큰 몽둥이를 가진 것이라고, 즉 큰 짐을 진것이라고  풀이하는 어린 학생의 뜻풀이가 재미있다. 세상에서 백성의 짐을 진 훌륭한 사람을 대인이라 부른다. 사리사욕에서 벗어난 진정한 대인이 많을수록 그 사회가 부강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시인 오상순님은 글 '짝잃은 거위를 곡하노라'에서 10여 년 키운 거위 한 쌍 중 한 마리가 맹견에게 물려 죽자, 남은 한 마리가 식음을 전폐하고 비통해 하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시인은 술과 담배, 거문고라도 있다 위안하지만 순간 거위의 외로움에서 제 자신의 고향을 느끼며 모든 것이 꿈인 것을 깨닫는다. '萬象이 적연히 부동한데 뜰에 나서 우러러보니 봉도 학도 간 곳 없고, 드높은 하늘엔 별만 총총히 빛나고 땅위에는 신음하는 거위의 꿈만이 그윽하고 아름답게 깊었고녀- 꿈은 깨어 무엇하리.'

어느날 문득 뒤돌아보면 살아온 날들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글학자 최현배님 글 중 '사주오 두부장수'는 사려!가 아닌 사주오!라고 소리치는 인심 좋은 두부장수의 이야기이다. 가난했던 시절 두부를 외상으로 먹고 월말에 계산하는데 끝내 오지 않아 궁금해 했더니 이제는 도매상을 하느라 바빠서 못온다 했다. 돈을 갚지 못한 그들은 늘상 그 두부장수를 궁금해하며 빚을 진 느낌이었다. 못살아도 마음이 넉넉했던 시대였다.

'함흥 감옥살이' 글에서는 옥고로 동료들이 죽고 필자는 복종 권유를 마다하고 상고를 하여 옥살이 하던 중 연필을 구해 한글 가로 글씨체를 고안하여 옷 속에 넣고 꿰매어 집사람이 가져갈 때를 초초하게 기다린다. 그리고 유언처럼 한 방에 있던 청년 두 사람에게 그 것을 가르치던 중 해방을 맞는다. 구사일생으로 사형을 면한 것이다. 나라 잃었던 굴욕과 함께 제 나라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한다.

 

소설가 민태원님의 '청춘예찬' 글은 학창시절에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 아름답고 뜨겁던 청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답고 진하게 느껴진다. 청춘이 품는 理想, 그로 인해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다 하였다. 허나 그 이상이 고단한 세상살이에 부딪히며 깨지고 좌절하면서 점차 성숙해 간다. 그 경험은 세상의 욕심을 내려놓는 지혜를 배우고 자타의 수많은 부족함을 포용하는 자비심도 지녀가게 된다.

 

언론인 진학문님은 '나의 문화사적 교유기' 글에서 13살 나이에 동경유학을 갔다 2년만에 돌아오면서 우연히 보성학교 교사를 하게 되고 다시 유학을 다녀와 동아일보를 창간, 주간지 동명이 시대일보가 된 연유, 도산과 박영효, 해송의 죽음, 육당에게 보내는 글등이 나온다. 일제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 서춘님은 '에누리論' 글에서 에누리의 원인과 폐해를 살피며 타파하기를 주장한다. 요즈음은 에누리가 거의 사라진 정찰제 시장경제가 자리를 잡았다. 나라가 부강해지면서 그만큼 안정과 질서가 생활화 된 것을 알 수 있다. 

 

여류시인, 수필가이자 승려인 김일엽님 글 '法悅과의 대화'에는 중의 처세법과 警句를 자세히 나열한다. '조그마한 나라를 회복하려 해도 많은 희생을 요하는 것인데 전우주인 나를 찾으려 할 때 그 대가가 될 만한 예산을 세워야 할 것이다. 누구나 다 하찮은 물건을 잃어버린 것은 알면서, 無價寶인 내 정신을 잃어버린 것은 모르니 애달픈 일이다' 라며 모든 욕망을 버릴 때 비로소 온 천지가 내 것이 되고 바라는 것이 없어질 때 일체의 것이 내 것이 되며 苦와 樂을여윈 곳에 균등한 생활이 열린다고 한다. 이 진리를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수행하는 삶을 위해 힘써야 한다.

 

국어국문학자이자 시인 이희승님 글 중 '유머 철학'에는 조선시대 유학자 강희맹의 <촌담해이>를 비롯하여 여러 예가 소개된다. 또한 우리 고대 소설들 속에서도 유머는 재미를 더한다. '어쨌든 우리 생활, 우리 문학에는 白衣 냄새가 나는 채로 유머는 풍부하다. 우리는 <멋>의 국민인 만큼 멋진 유머가 우리 생활의 이모저모에서 풍겨지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유머는 여유로운 마음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기에 유머가 있는 사람은 멋있다.  

'눈을 의심한다' 글에서는 삼팔선에 육이오전쟁에 살림살이뿐만 아니라 정서 또한 말이 아닌 빈곤을 대체 무엇으로 헤쳐나갈지 필자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음을 토로하였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선조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본다면 좀  위안이 될까? 아마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살아가는 참상을 애통해 할 것 같다.

 

사학자이자 문학박사 이병도님 글 '3.1운동의 민족사적 의의'에서 일제 식민지 시절 억압된 교육정책은 망국의 한과 함께 향학열을 막지 못했으며 오히려 해외로 유학을 가면서 항쟁정신을 불태웠음을 피력한다. '신라인의 육체미관'에서는 源花, 화랑제, 불상 및 설화문학을 통하여 內體美觀의 변천을 설명한다.

  

시인 김억님은 '소월의 추억' 글에서 소월의 요절을 애달파하면서 시<못잊어>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를 소개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 시인의 삶이 잊어질지언정 그의 시는 오늘날에도 가곡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필자는 孤寂한 가운데 감흥이 일어나고 시상이 떠올라 한숨에 쓰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즉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단숨에 시가 되는거다. 

 

소설가 염상섭님의 '개성과 예술'글에서는 각성한 자기가 자신의 존엄을 주장할 수 있으며 정신생활에 내재한 개성이 영혼의 불멸을 이룰 수 있다 말한다. 즉 예술세계의 無邊無涯는 개성의 발전과 표현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내일' 글에서는 내일이란 네 생명의 충실과 흐름과 뜀을 원하는 노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창조욕으로 생명체는 끊임없이 성장해가고 기쁨 또한 얻으며 창조적 생활에 이른다고 말한다. 하루 하루 살면서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아지는 그 무엇이 있다면 오늘을 사는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업작가로서의 고충과 빈곤함, 40여년 문필 생활을 하고 난 뒤의 기진함, 물러난 뒤 비사교적인 생활을 하는 미안함 등을 읽으니 학창시절 읽었던 작가의 소설이 생각나며 감회가 깊다. 

 

시인이자 영문학자인 변영로님은 '불혹과 부동심'글로 인해 교편생활 40년을 파면당한 일을 '독서문맹' 글에 고한다. 죄목인즉 '先聖侮辱'이라니, 현세대를 개탄한 풍자문에 불과한 글인 것을 '독서한 문맹인 文에 의의는 포착치 못하고 字에만 시안이 교착된 고루 막심의 유생들 아니고는...' 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탄한다. 교수의 학문적 비판이나 사유를 허용않는 일이었다. 

'나의 자평' 글에서 '우리에게는 無形의 線이 儼在한다. 선과 악의 선이 그것이고 의와 불의의 선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무형의 선이 畫然치 않으므로 소위 국토 양단하는, 38선 따위의 斷腸의 線이 현출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글 곳곳에서 필자의 '드높은 사고와 소박한 생활'의 향기와 강건함이 느껴진다.

 

언론인이자 문학박사인 유광열님 글 중 '세모의 정을 전방에' 에서는 열악한 산간지대 군영의 환경개선에 힘쓰는 장군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학교근무를 할 때 어린이들과 해마다 위문편지와 선물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형편이 나아져 근무환경이 좋아져서 다행이다. '역사의 나그네' 글에는 '한말 통신학교의 추억', '고려조 천도 39년의 哀歎', '병자수호조약의 조인', '위장된 불평등 수교', '펠리제독을 모방한 일본', '병인양요와 정족산성', '자립 기른 삼벌초정신'의 글로 옛 선조들의 고군분투한 역사를 낱낱히 보여준다.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권력자나 힘없는 나라로 인해 수많은 민초들의 희생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잊지  말고 뼈아프게 새겨야 할 역사의식이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노자영님의 글 '병상 3년기'에는 절대안정을 취하기 위하여 시외의 조용한 곳으로 떠난다. 몸이 성할 때는 그리 아름다운 줄 몰랐던 세상, 맘이 상하면 죽고 싶기도 했었는데 정작 죽음을 앞에 두고는 한없이 살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아, 내가 누운 창 위에 늘 떠오르는 흰구름덩이! 그 구름 너머 구만리 하늘바다에 밤마다 떠오르는 고운 별들! 아, 저 하늘같이 푸른 몸으로 영원의 별 아래 힘껏 살자!' 토끼를 기르다 놓치고 꾀꼬리도 날아가버리고 그를 알아보는 흰닭들에게 정을 붙이며 삶을 이어간다. 살면서 마음을 나누는 일이 곧 희망인 것이다.

 

어류학자, 이학박사인 정문기님의 글 '문인과 錦鱗魚'에는 복숭아꽃이 만개되기 직전 쏘가리가 가장 살지고 맛있다고 한다. 쏘가리는 복숭아꽃이 만개할 때부터 약 1,2개월 후에 산란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해두기 때문이란다. 쏘가리를 잘 잡는 신기한 맹인을 주위로 탐방하여 이듬해 인공수정을 성공하고 쏘가리 창자젖갈이 별미라는 이야기도 한다. 

 

음악가인 홍난파님의 글 '로렐라이의 유래'에는 독일 시인 하이네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사랑을 거절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悲歌에 작곡가 질헤르가 곡을 붙였다. 또 '월광의 곡' 글에는 우연히 목격한 장님 소녀의 연주와 소원에 부응하여 즉흥으로 연주하게 된 이야기가 감동 깊다. 피아노를 배운 적 없는 아들이 이 곡이 좋다며 한동안 연습을 해서 들려주었다.

'쇼팽과 그의 연인'글에는 쇼팽의 사랑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이다. 10년을 함께 산 조르즈 상드는 그와 이별함으로  임상을 지키지 못하였다. 무상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는 병상에서도 2만프랑의 돈이 필요하여 작곡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다행히도 지인의 도움으로 그 돈을 받고 불편한 마음에서 놓여나 자유롭게 죽을 수 있었다. 아마도 갚아야 할 빚이 있었던 것 같다. '음악과 건강' 글에서는 정신건강과 모발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였다. 나부터도 음악은 내게 친한 친구처럼 일상을 함께 한다.

  

아동문학가 방정환님 글 '어린이 찬미'에서 어린이는 '자비와 평등과 박애와 환희와 행복과, 이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만 한없이 많이 가지고 사는 이가 어린이다. 어린이의 살림 그것 그대로가 하늘의 뜻이다...'라며 순복덩어리라고 표현했다. 그러한 예쁜 어린이들이 잘못되는 것은 어른이 탓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밥벌이에 바쁜 어미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할 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 '없는 이의 행복'에서는 한없는 용기밖에 내놓을 게 없어서 행복하다 한다. 부자가 돈쓰듯, 용기를 내기에 거침없다는 것이다. 아침햇살보다도 더 씩씩한 용기를 내자는 필자는 어린이처럼 맑고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동화檀上珍談' 글에는 소변벼락 소동, 도망가는 연사, 오줌 싼 연사 등 재미있는 일화들을 들려준다.

   

소설가인 방인근님은 '조선문단 시대' 글에서 문예잡지 '조선문단'의 창간과 역사, 폐간하기까지를 소상히 알린다. 빈털털이가 되어 취직도 못하고 난처한 지경에 처하였을 때 다행히 영변에사는 친구가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자는 편지를 해 길을 나선다. '세간 부스러기를 싣고 맹중리에서 트럭으로 영변까지 가노라니 날은 춥고 눈은 오고 정말 눈물날 지경이었다. 갑자기 우리가 이렇게 영락하다니 꿈속 같았다.' 고생을 모르고 살던 필자가 맞은 세월의 고단함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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