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티스토리로 옮겨 글쓰기 (큰오빠)

나무^^ 2022. 11. 12. 14:34

 

아들의 도움을 받아 낯선 티스토리로 불러그를 옮겨놓고 시간이 마냥 흘러갔다.

낯섬의 이질감을 극복하기 전에 큰오빠 내외가 오셔서 함께 지내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효도해야 할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대신 큰오빠 내외에게 효도하자 생각했다.

어린 시절, 한때는 경제력 없던 아버지 대신 동생들을 돌보아 주었던 고마운 큰오빠이다.

줄줄이 사탕처럼 고마움을 느꼈던 시간들이 생각나 은혜갚는 마음으로 성심껏 대접하였다.

 

큰오빠기 내게 단골치과가 있느냐고 물으셨다.

결혼하기전 나를 치과에 데려가 상한 이를 모두 치료하여 주었던 일이 생각나 제가 치료해드리겠다고 선뜻 답하였다.

캐나다에서는 치과는 보험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분의치를 포함해 치아를 다시 치료하고 임프란트 치아를 심느라 최소 삼개월이 소모되는 동안 작은오빠집과 우리집에 계실 거다. 양평에 있는 손윗 처남댁에 머물겠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오빠가 사돈댁 친척 결혼식에 갈 일이 있다며 갑자기 할인매장에서 산 양복, 내가 계산하려고 했지만 더 빨리 오빠가 계산하였다. 하는 수 없이 양복에 맞는 와이셔츠를 사고 다음날은 백화점에 가서 디자인이 멋진 구두를 사드렸다.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청춘인 오빠이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아들이 드린 촌지를 받은 올캐가 겨울코트를 사입고 들어왔다.

패션에 민감한 젊은애들처럼 옷을 바리바리 많이도 가져오셨다. 큰오삐는 검은 큰 배냥을 메고 또 큰 여행가방을 두 개나 굴리며 오셔서 나를 놀라게 했다. 정말 실한 머슴처럼 말이다. 

'난 괜찮다. 필요없다'며 처자식만 좋은 거 먹이고 입히며 살아온 큰오빠가 측은해진다.

지방에 사는 친척을 만나러 가시는 오빠가 추울까봐 서둘러 백화점에 가서 구스잠바와 니트셔츠를 사와 입혀 드리니 한 인물 하셨다. 자신은 좋은 옷 입고 남편은 싸구려옷만 입히는 올캐에게 살짝 서운함이 일었다.

50여년을 함께 살다 보면 온갖 궂은 일을 함께 겪으며 남편이 밉살스러울 때가 좀 많았겠는가! 

이십대 한때는 극도의 미운 맘으로 올캐를 본 적도 있었지만 흐르는 세월은 수많은 감정을 다 희석시키고 오히려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을 많이 겪고도 이혼하지 않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었다. 이제는 오빠가 올캐를 극진히 대해주어 부러울 정도였다.

 

그윽한 가을색이 깊어져 초겨울로 들어서는 길목,

몇십년 떨어져 살던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고요했던 나의 일상이 분주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채워졌다.   

삼형제가 모여 여행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옛날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힘든 줄도 모른고 성심을 다한다.

올캐는 (내게 신세지지 않으려고 했다지만) 친오빠네 집보다 우리집에 있는게 더 좋다며 한 달여 함께 지냈다.

내외가 세상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찾은 고국에서의 시간이 즐겁고 편안하길 바란다.

온갖 건강식품으로 몸보신을 하지만 100세를 넘기기 어려운 인생길이다.

함께 늙어가며 서로를 이해하는 황혼길, 저무는 햇빛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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