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공연을 보고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나무^^ 2023. 10. 12. 18:50

 

* 2023.10.11.(수) 7:30 새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 이 공연을 보면서 즐거웠다. 4층까지 꽉 메운 관람객은 그의 인기가 식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작곡한 노래들이 좋고, 동서양 악기를 합쳐 연주하는 그의 역량을 보고 싶어 갔다. 역시  '작은 거인'이 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어눌한 목소리로 연주 사이사이 진솔하게 말하며, 지휘하고, 마지막에는 노래도 불렀다. 연신 땀을 닦았지만 아주 즐겁게 공연을 이끌어 갔다.  협연한 가수들은 그가 작곡한 노래를 한 곡씩 불렀다. 성시경 <내일>, 화사 <정녕 그대를>, 이적 <나도야 간다> , 백지영 <왜 모르시나> , 양희은 <정신차려> 모두 절창이고 감동적이었다. 김덕수의 북장단과 그의 전자키타로 공연장을 뜨겁게 달군 곡은 <기타산조>였다. 

 

대학에서는 통신학과를,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한 그의 음악적 재능은 놀랍기만 하다. 무엇보다 국악에 뿌리를 두고 자곡한 많은 노래들이 심금을 울린다. 예를 들어 영화 서편제에 나오는 <소리길>, <천년학> 등이다. 그외 영화 '고래사냥', '경마장 가는길' 등 수많은 노래들을 작곡했다. 그러나 히트곡 몇 곡 외에는 적자를 보며 음악적 실험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 공연도 기업의 후원이 없어서 자비(10억원)를 들여 하는 공연이라며 후원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렸다. 45년 음악을 하면서 작곡한 곡들을 단독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 정부는 쓸데 없는데 돈 쓰지 말고 이런 훌륭한 문화 공연 후원 좀 하면 좋을 텐데...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곡으로 만든 ‘도약’이 무대 의 시작을 열었다. 전자음이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태평소의 찌르는 듯한 고음! 가야금을 뜯고 활로 켜는 소리가 합세하고, 동서양 타악기가 일제히 연주하는 음악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팔만대장경> 1악장 서곡 '다가오는 구름'을 들으면서 서양음악가들 못지않은 감동을 느꼈다. 이어서 서편제 영화 장면과 함께 '소리길'과 '천년학'이 연주되었다.

오케스트라 연주 중 피리, 대금의 연주가 정말 심금을 울렸다. 젊은 여성 연주자 등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았다.

김수철은 젊은 세대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전통을 알리기 위해 40여 년 국악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했다고 한다. 이 날 3시 공연은 전석 소방관, 경찰, 환경미화원, 우편배달부 등 무료 초대 관객으로 채우며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하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내 옆에 앉았던 여사님은 어찌나 즐겁게 <젊은 그대>노래를 함께 부르는지 내가 다 신이 날 정도였다. 언제까지나 소년같은 순수함과 열정을 지니고 살 것 같은, 그의 연미복과 짧은 바지, 반짝이는 검은 구두, 활발한 움직임이 그의 나이를 잊게 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음악적 영혼을 펼치는 김수철과 오케스트라 덕분에 아주 행복한 시간을 음미하며 돌아오는 밤, 선선한 가을 바람이 옷자락을 스치며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