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작곡가 박범훈 연출 연극인 손진책 안무 무용수 국수호
배우 김준수, 이소연, 김수인, 민은경, 유태평양 외 다수
장소 시간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2023.12.29-31
* 아침부터 흰눈이 펑펑 내리며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한다.
전날은 산에 가서 새모이를 주고 내려오다가 어린새들이 포르르 포르르 날아와 쪼아먹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너무 귀여운 나머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가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라 내려앉았다 날아오르곤 했다. 그 작은 생명이 추운 겨울을 살아내는 갸륵함은 감동이다. 한겨울 눈이 오면 다음날 쌀을 한 웅큼씩 들고 산에 가 놓아주고 내려온다.
이 멋진 음악극을 혼자 간 건 불교적 내용이어서 기독교인 친구들에게 함께 가자 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리 감흥이 없으면 바쁜 연말 소중한 시간을 축내고 싶지 않았다. 오래전에 한 후배와 창극을 보러갔었는데, 후배는 피곤한지 졸고 있는 것을 본 후로는 누군가에게 공연을 함께 가자고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 보고 나오면서는 혼자 본 것이 아쉬울 만큼 감동적이고 훌륭했다. 관객들 모두에게 하늘 보리 한 병과 공연 이미지를 새긴 아기손만한 거울을 주는 센스도 있었다. 눈이 많이 온 날이라 길이 미끄러울까 걱정했는데 셔틀버스 운행도 고마웠다.
이 음악극은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과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출연자만 총 281명이다. 국악기와 서양 악기, 연극과 창(唱), 한국 무용과 독창·중창·합창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었다. 국립극장 50주년 기념으로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라고 한다.
무대는 원형 오케스트라를 가운데 두고 뒷편 양쪽으로 합창단원들이 있고 양쪽으로 둥글게 무대가 꾸며져 무용수와 배우들이 활동했다. 끝날 때는 관객석 뒤에서 무용수들이 내려왔다. 모든 파트가 돋보이도록 구성한 무대였다.
30여명의 무용수들이 번갈아 드나들면서 역동적인 음악에 맞게 춤을 추었다. 의상도 춤도 만족할 만큼 현대적이고 멋있었다.
연출가는 '천 개의 달이 비추는 것 같은 화엄(華嚴)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세종의 다짐이 월인천강지곡에 담겨 있다. 군주로서의 외로움, 지아비로서의 순정, 애민 정신, 통치 이념과 같은 세종의 정신세계가 모두 담긴 대작”이라고 설명했다.
줄거리는 석가의 탄생, 출가, 성불, 열반에 이르기까지 세종이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위해 한글로 쓴 '월인천강지곡'(석가모니의 생애를 담은 찬불가)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시인 박해진이 한자어를 쉽게 풀어 현대어로 노랫말을 써서 이해하기 좋았다. 많은 합창단원들의 조화로운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웅장함을 더하며 감격적이었다.
세존역을 맡은 김준수는 TV 경연에서 1등을 했던 이라 그 노래실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노래하는 배우들의 실력이 모두 출중하여 감동적이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신 작곡가 박범훈의 실력 또한 세계 유명 서양 오케스트라 못지 않게 좋았다. 이런 멋진 훌륭한 작품이 세계무대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잊혀지지 않는 노랫말 중에는 세존이 부르는 '너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라. 나(석가)의 법을 의지처로 삼아라.'는 말이 으뜸이다. 진리중에 진리이다. 한 해를 멋진 공연으로 마무리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한다.
새해에는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멈추길 바라고 어지러운 우리 나라 정국이 바르게 운영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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