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랑코 제피렐리
제작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영국, 루마니아 (2002년, 108분)
출연 화니 아르당, 제레미 아이언스, 조안 플로라이트 외 다수
클래식 뮤직홀 '라뮤즈'에서 오페라 대신 그녀를 주제로 만든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그녀가 사랑과 함께 목소리마저 자신감을 잃고 상심의 나날을 보내던 중 그녀를 아끼던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던 오페라 영화가 있었다. 바로 '카르멘'이었다. 그러나 끝내 예술적 자존심을 굽힐 수 없었던 그녀의 간절한 부탁으로 영화 '카르멘'은 상영될 수 없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이야기를 내용으로 다룬 영화였다.
오페라의 성녀라고 불리는 그녀의 약력을 간단히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923년 미국에서 태어난 그녀(Maria Cecilia Sophia Anna Kalogeropoulos)는 아들을 바라던 부모님의 미운오리 새끼였단다. 허나 그녀는 어머니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7세 때부터 음악수업을 받으며 많은 노력을 하였다. 14살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자 그리이스로 가서 외삼촌의 도움으로 국립국악원 성악선생님인 '마리아 트리벨라'을 만난다.
선생은 그녀의 천부적인 목소리를 알아보고 나이를 두살 올린 16세로 하여 국립국악원에 등록시킨다. 그리고 1941년 17세 나이로 최고의 스승 '엘비라 데 히달고'를 만나 학비를 면제받는 개인지도 학생이 되었다. 곧 이어 아테네 오페라단의 평생단원이 된다.
1945년 22세에 아버지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고자 했으나 뚱뚱했던 몸매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서 탈락한다. 그녀는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겨 활동하던 중 28살 연상의 사업가인 후원자 '메네기아'를 만나 결혼한다.
'라 지오콘다'로 데뷔한 그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투란도트' '아이다', '노르마' 등의 오페라를 열연하며 세기의 소프라노로 불리게 된다.
그녀는 1954년 영화감독 '루치노 비스콘티'를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당신의 몸매가 오드리 햅번 같다면 진정한 트라비아타가 될 것이다.'라는 그의 말 한 마디에 체중을 30kg 감소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을 정도였으나 아쉽게도 그는 동성애자였다.
1957년 선박왕 오나시스를 만나면서 그녀의 음악 인생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열정적인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했으나, 그는 존 F.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과 결혼함으로 그녀를 절망에 빠지게 한다. 이어지는 그녀의 불미스러운 행동들이 더욱 더 그녀를 궁지로 몰아갔고, 그녀의 목소리가 한물 같다는 평을 받기에 이른다.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겨 상해가고 있었으니...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 같은 남편을 저버린 댓가를 치루는 것일까? 화려한 성공과 함께 감정에 솔직한 그녀의 불같은 성격은 사랑에의 소유욕을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1965년 로얄 갈라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잠정 은퇴한 그녀는 비밀리에 줄리어드 마스터클래스를 열어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유럽을 거쳐 세계투어를 진행하던 중 1974년 서울 이화여대 강당에서 2회 공연, 일본에서의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만족스럽지 못한 그 공연을 보면서 다시는 무대에 서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또 결심한다.
1975년 오나시스의 죽음은 그녀를 더욱 충격 속으로 몰아갔고 파리의 한 아파트에 칩거한 채 절망에 빠져들었다.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섬세하고 여린 내면을 지닌 그녀는 소유할 수 없는 한 남자의 사랑에 안주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부모의 따뜻한 사랑이 부족했던 성장 과정이 그녀의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했는지도...
이 영화는 그 때 만들어진 오페라 '카르멘'을 통해 그녀의 성격이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칼라스로 분한 배우 '화니 아르당'은 그녀의 이미지를 더할 수 없이 잘 표현하며 립싱크도 훌륭하게 해낸다.
1977년 55세의 나이로 외롭게 죽은 그녀의 유해는 그리이스에서 화장되어 푹풍우가 몰아치는 에게해에 뿌려졌다. 그 바다는 열정적이며 드라마틱했던 그녀가 평소 유달리 좋아했던 곳이였다고 한다.
그녀가 공연 기획자에게 '카르멘' 영화를 상연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한창 때에 부른 노래들을 자신의 연기에 접목시킨 음향 및 영화 기술은 진실이 아니므로 자신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는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녀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관객은 한 번쯤은 열광하겠지만 곧 그녀의 차선책에 실증을 내며 그녀가 쌓은 그간의 명예까지 색이 바랠 것이다.
벨칸토 오페라의 새로운 장을 열며 성악가로, 연기자로 인기절정을 누리며 최고의 스타였던 그녀는 추락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랑을 빼앗기다니! 그녀의 성격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한 것이 부러진다는 옛말처럼 그녀의 강력한 애정에의 집착이 스스로를 망치고 만 것이다. 노래처럼 사랑도 자신이 최고가 되리라 생각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부를 소유한 남자는 결코 한 여자에게 머물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하는 소박한 삶은 그녀에게 주어진 삶이 아닌 것을...
오나시스와 결혼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또다시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들지 모를 일이다. 소유하지 못하는 사랑에의 집착은 결국 자신을 파괴함으로 그녀가 지켜야 했던 예술혼까지 파괴하였다.
그녀를 능가할 소프라노 가수가 다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녀의 목소리는 매력적인 연기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가고 없지만 그녀가 남겨놓은 수많은 아리아들은 전세계 음악애호가들의 심금을 울리며 그녀를 기억하게 한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아야 할 좋은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CD로 나온 그녀의 음반을 사와 여러 번 들었다. 지금도 그녀의 목소리로 듣고 싶은 유명 아리아를 들을 때가 있다.
맨 아래 사진이 실제 살아 생전의 칼라스 모습이다. 참 강한 인상처럼 화려했지만 결국은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다 간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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