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음악, 무용

더 콰르텟 (4중창)

나무^^ 2024. 3. 13. 23:11

 

 

감독   더스틴 호프만

제작   영국 ( 2013년. 98분)

출연   매기 스미스, 마이클 캠본, 빌리 코널리, 톰 커트니 외 다수 

햇빛 가득 좋은 날, 생일을 축하해주는 친구와 이대 '모모' 극장에서 재미있게 보았다. 올들어 가곡 합창 모임에 즐겁게 다니고 있어 음악 영화에 관심이 갔다. '콰르텟'은 4중주 또는 4중창을 뜻하는 말이다.

 

학창시절 '졸업'이라는 영화를 인상깊게 보았는데,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함께 테마 음악이 기억난다. 그 영화의 주연으로 데뷔한 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노년에 이르러 열정을 쏟은 작품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어려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던 그는 연기로 진로를 바꾸었지만, 이러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음악적 잠재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명한 클래식 선율이 가득한 아름다운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정경이 멋진 '비첨하우스'는 은퇴한 음악가들이 사는 곳이다. '베르디 기념 갈라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학교에 나가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도 하는, 과거 사랑의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테너 레지, 유머와 익살이 가득한 분위기 메이커 베이스 윌프, 정신이 오락가락해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하는 소녀같은 알토 씨씨. 이들은 한 때 세계적 명성을 날리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던 오페라 가수들이었다.
어느 날 이곳에 막강했던 슈퍼스타 소프라노 '진'이 들어오면서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드림팀이었던 그들이 30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모두가 그녀의 입주를 환영하는 가운데, 젊은 시절 진과의 결혼에 실패한 상처를 간직한 레지는 불편하고 언잖은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재정난에 빠진 비첨하우스를 지키기 위해 추진된 갈라 콘서트의 콰르텟 제의를 콧대 높은 진은 단칼에 거절하며 친구인 씨씨를 상처 입힌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아무도 불러주는 이 없는,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인 것을...

 

영화는 쟁쟁했던 스타들의 원숙한 연기와 함께 성숙한 노년의 모습이 어떠해야하는지 시종일관 생각하게 한다. 젊었을 때 '노년'이란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관심밖의 머나먼 일로 느껴지지만, 세월은 유수 같아 어느새 성큼 내곁에 와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맞아야하는 시간이기에 특별할 것이 없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많이 다를 수 있다.

노년다움이란 어떠해야 할까? 사람마다 사고와 행동양식이 모두 다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노년이란 '지는 노을의 황홀함'처럼 아름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아무리 성형을 하고 값비싸게 치장을 해도 병들고 쇠약해진 육신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온퉁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사라져가는 소멸의 위대함...

내가 사라지는 것에 추호의 미련도 남기지 않고 떠날 수 있는 최선의 마음가짐...

노을이 넓을수록 아름다운 하늘처럼 나라는 존재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나누어 주고 가야하는 일이다.   

자식이 늙고 힘없는 부모님을 추하다 여기지 않고 사랑하는 이유는 그 분들의 은혜를 알기 때문인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베푼다면 늙음은 존중 받는 아름다움이 될 것이다.   

절제된 마지막 장면에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 불이 꺼질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로날드 하우드'의 각본과 '어톤먼트'등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음악, '레미제라블''캐리비안의 해적 4 – 낯선 조류'의 '사라 위틀' 세트 디자이너 등,  2013년 해외 언론들이 호평을 한 이 영화에는 많은 명품 제작진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자녀들와 부모님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