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문학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나무^^ 2007. 4. 1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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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톰 티그베어

제작  써밋 엔터테인먼트 (2007년. 146분). 영국외 3국

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만, 안토인 리치스 외 다수

 

향수는 라틴어인 '퍼퓨뭄'[Per(though) + Fumum(smoke)] '연기를 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프랑스어로는 파르팽(Parfum), 영어로는 퍼퓸(Perfume)이라 불린다. 나는 향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어쩌다 지하철 등에서 곁에 앉은 여자가 진한 향수내를 풍기면 속이 미식거릴만큼 싫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작품의 이 영화는 아름답고 흥미진진했다.

18C 프랑스의 빈부차이는 극심하여, 악취나는 생선시장의 한 아낙은 생선을 다듬다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스스로 끊고, 생선내장을 버리는 곳에 아이를 던진다. 벌써 다섯번째 아이였다. 그러나 타고난 명(命)은 인간의 힘으로는 거둘 수 없는 듯 어린 생명은 죽지 않고 삶의 끈질긴 울음을 터트려 어미를 처형시킨다.  

무지한 한 개인의 처절한 생존 앞에 벌어지는 끔찍함은 천부적인 후각을 지닌 주인공 '장 바티스트'의 천성적인 향기에의 집착으로 이어진다.

고아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다 일꾼으로 파리에 팔려온 그가 만나게 된 향수 제조사, (이제는 늙은 배우 '더스틴 호프만'을 금방 알아보지 못했다.) 그에게 천부적인 후각을 인정받으며 제대로 향수기법을 배우게 딘다.

          

난생 처음 파리 뒷골목에서 접한 아름답고 순결한 처녀의 향기를 영원히 소유하고 싶은 그는 향수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그라스'(프랑스 남동부 지역)로 가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향수 제조 기법을 터득한다. 18 C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거리, 화면 가득 펼쳐지는 보라빛 라벤다 꽃밭의 아름다운 풍경 등은 옛유럽의 정서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아름답고 순결한 여인의 향기'를 위해 희생되는 여인들로 그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향수를 만들고 급기야 감옥에 갇힌다.

사형직전에 벌어지는 한바탕의 패러다임 장면은 얼마나 대단한 예술적 장면인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처형시킨 인간의 무리들이 이제 영원히 그에게 열광하는, 군중의 몽매함을 비웃는 듯 영화는 인간의 살벌함을 향기로운 사랑의 도가니로 뒤바꾼다.

 

'톰 튀크베어' 감독은 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750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했다고 한다. (영화 전체로는 5200명이라나!)

또한 그는 감정을 안무하는 기분으로 그려내기 위해서 유럽 최고 무용단 전문 무용수를 150명이나 동원했다니 가히 그 비용만도 엄청났을 뿐 아니라 예술을 위한 그의 정성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중국영화 '황후화'도 450억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만큼 그 호화로움이 극치를 이루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더한 600억원의 제작비라니, 그러나 중국영화처럼 드러내 제작비를 자랑하지 않는,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만큼 품위가 있으니 한 수 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물질문명 절정의 시대이기 때문일까?  이렇게 끔찍할 만큼 제작비를 많이 들여야만 예술적인 좋은 영화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아무튼 장관을 이루는 장면은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프랑스 영화에는 나신(裸身)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늘 느끼듯이 그 나신들을 최선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예술성을 보여줌으로 즐거움의 깊이를 더한다. (근데 이 영화는 영국에서 제작한 영화라네! )

또한 전화면을 가득 채운 나신들의 사랑하는 모습을 승화시키는 환희에 찬 아름다운 선율은 어느새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외롭고 천한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사랑 그 자체가 된 주인공의 파격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용서와 사랑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누구도 용서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인간 모두가 지니고 있는 나약함과 추함을 용서해야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며 살 수 있다. 그 사실에서 제외되는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영화다운 좋은 영화를 보고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고, 열정을 다한 감독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독특한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나를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 절규하는 <좀머씨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작가는 <향수> 이 작품을 영화화하는데 많이 망설여 출간 20년만에 촬영했다고...

영화는 늘 책보다 못한 것쯤이야 상식이겠으나 나는 책을 읽지 않고 보아서인지 퍽 재미있었다.

베스트셀러였다는 이 책을 사서 읽어보면, 다시 한 번 이보다 더 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