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다큐'워낭소리' 농부와 소

나무^^ 2009. 1. 25. 15:15

 

            

            

 

              

                                            

      

         

                            감독    이충렬                    출연    최원균, 이삼순, 사십 살 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시울을 적셨다.

                       최노인의 망가진 육체의 보면서 내 아버지의 바로 펴지 못하시던 굽은 허리가 생각나고, 평생을

                       자고나 눈 뜨면 새벽같이 들로 나가 일하셨다던 아버지의 거칠고 상한 손이 기억났다.

                      

                       아버지는 이북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한량인 아버지(내게는 조부) 덕에 학교는 근처에도 못 가보시고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려가셨다. 이북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마지막 논까지 노름으로 날리고 염치가 없어

                       들어오시지도 못하는 시아버지를 어머니께서 모셔왔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다 늙으신 어머니께 들은 적이 있다.

                       농사 지을 땅이 없어지자 통조림 공장을 다니시다 월남한 아버지는 나의 조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그저

                       묵묵히 자식의 도리를 다하셨다. 물론 아내의 효성이 함께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불평을 하거나 화를 내는 법이라곤 없이 소처럼 우직하게 살아오신 부모님 덕에 우리 자식들은 모두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모두들 제 몫을 잘하며 살아간다.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더 부모님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과 함께 30년을 동거동락한 충직한 소는

                       그의 일손이자 그의 발이었으며, 고단한 그의 삶의 벗이자 애인이었다.

                       소의 수명이 보통 15년이라는데 이 소는 무려 마흔 살이나 되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일했다.

                       최노인은 이 소와 함께 9 남매를 키우고 공부시켰으나 그들은 모두 외지에서 살게되어 부모님을

                       돌봐 드릴 수 없었다. 그저 최노인이 움직이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말 못하는 소가 있을 뿐이다.

                      

                       그의 나이도 팔순을 바라보게 되어 귀도 잘 들리지 않고 눈도 침침하지만, 소의 목에서 울리는 워낭소리와

                       소울음에는 절로 머리가 돌아가고 눈이 떠진다. 그러나 모든 생명이 맞아야 하는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는 

                       안타까움 속에 소를 먼저 보내고 망연히 앉아있는 최노인의 자태는 가슴을 저리게 한다.

 

                       소와 함께 죽음을 향해 가까이 가는 남편을 보는 아내의 안타깝게 이어지는 넋두리는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인간다움 속에는 징한 애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보탬도 꾸밈도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일상을 찍은 질박함이 영화를 더욱 진실한 감동으로 몰아간다.

                       삶이 어떤 모습으로 인간의 도리를 다해야하는지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소에게 화학처리된 사료 대신 농약 치지 않은 꼴을 베어다 먹이기 위해. 애절하게 간구하는 아내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상한 다리로 그리 애쓰는 그는, 그렇게 소가 그에게 베푼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문명 속에서 편리함에 길들여져 잃어가는, 수많은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보여지는 아름다움이 존재하기 위해 희생되고 사라지는 수많은 잊어버린 가치들을 기억하게 하는

                       아름답고 고귀한 메세지를 전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