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종교, 철학, 심리학

깨달음 (법륜 作)

나무^^ 2019. 1. 25. 18:16

 

법륜 지음  정토 출판 (2012년)​

제 고집대로만 하는 아들이 어느 날 '법륜 스님께서...' 운운하기에 '넌 어미 말은 안 듣고 스님 말씀은 믿는구나.' 웃으며 유투브에서 스님의 <즉문즉설>을 찾아보게 되었다. 어리석은 중생들의 숱한 고민을 묵묵히 들으시고 친절하게 명쾌한 답을 주시는 스님께 신뢰와 존경심을 느꼈다. 그 후로 한 번 들었던 금강경, 육조단경 등의 법문을 다시 집에서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서점에서 눈에 띄어 사 읽었다.

책을 펴자  많은 상을 받으신 스님의 이력과 쓰신 책들을 알게 되었다.

쉽게 써내려간 짧은 글이지만 그 의미와 가르침은 심오하기 그지없는 내용들이다.

 

제1장 '존재로부터의 자유'에서 <반야심경>의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을 들어 일체의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확연히 알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존재로부터 진정 자유로운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있다고 하셨다. 그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경계에 끄들려 괴로움에 잠시 잠깐 빠지곤 한다. 그래서 늘 쉬지말고 수행정진하라는 것이리라.

'지금 이 순간'에서는 언제나 지금 이대로 좋은 삶이어야 함을 설하신다. 즉 내 의식의 전환만이 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음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름다웠던 젊은 날을 돌아보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었음에도 어리석게 괴로움에 빠져 지냈던 시간들이 기억난다. 그 괴로움은 깨닫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으로 비롯한 것에 불과했다

 

'마음의 상처가 깊은 사람에게 제일 쉽고 근원적인 치료방법은 참회다. 참회란 단지 잘못을 깨우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본래 잘하고 잘못한 바가 없는 도리를 아는 것이다. 내가 어리석고 무지해서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즉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분별심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마음의 고통이 사라지며 상대에 대한 미움 또한 사라지는 것이다.

'나에게 억울함과 분함이 일어날 때. 내 마음의 뿌리를 잘 살필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예전에 백팔배를 하며 참회의 눈물을 펑펑 흘려본 나는 이제 평화로운 마음을 지니고 살아간다.

 

'나는 길가에 핀 풀 한 포기와 같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만물 그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것 없음처럼 또한 내가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하지도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때 상처나 괴로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살고있는 삶은 누가 등 떠밀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여 살은 것이니 그 과보를 좋든 싫든 달게 받아야 할 뿐이다.

 

제2장 '삶은 이미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에서 세상 모든 존재의 연관에 대해 설명하셨다.

삶을 행복하게 살려면 연기법을 잘 알아야 하고 모든 인연을 좋게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수행이다.

'돌부처 앞에서는 엎드려 절하면서 부모 앞에서 남편 앞에서 아내 앞에서 자식앞에서 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돌맹이도 부처라 여기면서 그들을 부처라 여기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옳으신 말씀이다. 이렇듯 누구든 지극한 하심(下心)으로 섬기면 어찌 좋은 과보를 받지 않겠는가! 누군가와 함께 사는 일은 자신을 낮추는 하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처럼 바람처럼'에서 사람을 네 종류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욕하면 맞대응해서 욕하는 사람이고,

번째 사람은 욕하는 이를 피해 만나지 않는 이고,

세번째 사람은 욕을 해도 화를 내지 않고 참는 이다. 

네 번째 사람은 다른 이가 욕하면 나도 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상대에게 욕을 하고 있음을 보고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형상 없는 물이 그릇 따라 모양을 바꾸듯이 뭘 해야한다는 고집없이 상대와 인연에 따라 상응한다. 즉 화엄경에서 말하는 화작(化作), 보살의 마지막 경지이며 부처의 경지라고 한다.

 

'여래는 육신이 아니라 깨달음의 지혜입니다. 내 마음 밝고 가벼우면 그것이 붓다입니다.'

내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좋아하는 '견성성불(見性成佛)'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일체유심조'에서는 원효대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해골물을 먹고 깨달은 '불구부정(不姤不淨)'이다.

모든 것이 제 마음에서 일어나는 줄을 알고는 유학길을 접고 신라로 돌아와 화통불교 사상을 펼치었다고 한다. 원효스님이 쓴, 학승들의 교재라는 <대승기신론소>라는 책을 요즘 조금씩 읽고 있다.

 

'바라는 마음을 버리는 열 가지 수행'의 글을 옮기며 다시 새긴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세상살이에 곤란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 공부하는데 마음의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마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어라' 하셨느니라.

· 수행하는데 마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게 되나니 ,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 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써 원림(園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덕 베푼 것을 헌신처럼 버려라' 하셨느니라.

·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이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의 게송은  모든 고통이 이와 같이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됨을 알고 소멸시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신다. '내 의식 속에 세상이 있고 세상 속에 내가 있으므로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과 내가 깨닫는 것은 분리될 수 없다.'는 말씀이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마지막으로 '정토를 일구는 사람'에서 보살수행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먼저 자기 마음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이것이 수행이다. 보살행은 자기 마음을 편하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이롭게 베풀어야 한다. 즉 보시를 해야 한다.' 수행과 보시, 또 재산과 재능을 베풀어 남을 도우는 봉사까지 해야 한다.

천성적으로 몸이 약한 나는 이제는 봉사는 커녕 봉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도 되려고 하는데, 이런 소극적인 태도를 반성하게 한다. 

몇 권 사서 불교에 거부감이 없는 친지들에게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