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한국 영화

기생충 : 블랙 코미디

나무^^ 2020. 1. 10. 15:35

 

 

감독  봉준호

제작  2019년. 131분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오 다수

 

  계속되는 유명세에 이끌려 이 영화를 아들과 함께 보았다.

유명한 영화답지 않게 포스터가 좀 허접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 점을 노린 건지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살인의 추억'은 그리 인상깊지 않았다.  '설국열차', '옥자'는 요란스럽지만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감독이 던지는 메세지와 함께 엄청난 노력, 기발한 상상력 등을 느낄 수 있었다.  

'마더'는 내 취향은 아니여서 보지 않았는데 며칠전 TV에서 해주길래 보았다. 

어머니의 맹목적인 자식사랑, 물론 죄책감에서 더해졌지만...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의 멀쩡한 사리분별의 반전!

영화는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심리를 도덕적 차원에서 묻고 있었다.  

 

이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게 보았다. 이제 영화는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빈부 격차로 생기는 불평등의 갈등을 문제로 다룬다. 어쩜 그 빈부가 곧 선과 악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사회문제로 야기되었다.

세계영화 시장에 나가 여러 개의 상을 휩쓸며 유명해진 이 영화의 내용이 비단 한국이라는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나라들에도 회자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허나 형태가 달라졌을 뿐,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속에서 불평등의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유산처럼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욕심 많은 인간의 능력 자체가 다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를 교훈 삼아, 인간이 이룬 문화속의 수많은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이다.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가족에게서 음습한 냄새를 맡는 부유한 집의 아빠와 트라우마가 있는 어린 아들, 외로운 딸,

아빠를 취직시키기 위해 몹쓸짓을 서슴치 않는, 가난한 집의 영악한 딸과  행운을 준다고 믿으며 산수경석을 움켜쥐는 기택의 머리좋은 아들, 퍼질러진 언행을 언제 그랬던가 감추며 부잣집 가정부로 변신하는 기택의 아내, 

사장이 긋는 선을 슬그머니 넘나들며 능청맞은 언행을 하는 기택과 그에 따른 암시들,

주인들이 나가고 그들만의 세상이 되었을 때 그들 본연의 방만한 자세로 되돌아가는 상황... 

마치 바퀴벌레가 흩어지듯 재빨리 도망치며 웃음을 자아내지만, 물난리로 난장판이 된 지하방은 그들의 미래를 보여준다. 부유한 한 가정을 숙주삼아 기생하는 하층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과장하여 표현하였다.

 

빈부의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던 예전에는, 또 지금도 가난하지만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서민들에게 이 영화는 왠지 씁쓸함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는 수많은 상을 받으며 축제를 즐기게 되었다.

재미를 위한 구성이지만, 너무도 실감나는 이야기로 사회문제와 인간의 심리를 파헤쳤기 때문이다.

정당하게 땀흘려서 살아가는 일이 어렵기만 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언제나 구원의 손길은 있으며, 한 세상 살아가는데 그리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지나친 욕심에서 삶을 그릇치고 어리석음으로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마음 깊숙히 여운을 남기며 빈부의 문제를 씁쓸한 웃음으로 드러내는 흥미로운 각본이다.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이 영화를 빛나게 했다.  인상좋은, 수많은 디테일에서 느낄 수 있는 성실한 봉준호 감독의 능력이 앞으로 더욱 더 숙성되기를 바란다.

모처럼 아들과 공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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