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한국 영화

자산어보

나무^^ 2021. 9. 25. 19:55

                                               감독  이준익

                                               개봉  2021. 3. (126분)

                                               출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민도희 외 다수

 

추석 연휴 마지막날  TV SBS에서 보았는데, 개봉시 영화관에 가서 보지 못한 것이 미안할 만큼 멋진 영화였다.

민중의 비애를 깊이있게 다루고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산수를 표현하기 위해 무채색의 미학을 살린 흑백이 탁월했다.

명대사도 많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여 몰입할 수 있는 재미있는 수작이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조선 순조 1년 신유박해로 흑산도에 유배되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만든,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수산학 연구서로 3권 1책이다. 그 책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 창대는 실존인물로 책에 몇 줄 언급되어 있는 것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촬영지였던 도초도에 태풍이 3 번이나 와서 촬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실학사상을 집대성하며 목민심서 등 200여권의 책을 쓴 정약용의 형 정약전은 동생이 책을 쓸 때마다 자문을 고할 만큼 학식이 높은 이로 유배 조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섬에서의 생활을 즐긴다. '나는 성리학으로 서학을 받아들였는데 이 나라는 나 하나도 못 받아들였다' 한탄하지만 삶의 본질을 잘 알고 영위해 나간 지혜로운 인간이었다.

섬의 어부인 청년 창대는 양반의 씨를 받은 만큼 글공부에 열심이지만 한계를 느낀다.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바다생물에 대해 박식한 창대에게 도움을 청하나 그는 대역 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거절한다. 그러자 정약전은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며 거래를 하자 하니 혼자 하는 글공부가 막혀 아쉬운 참이었던지라 못 이기는 척 응하여 두 사람의 상부상조가 이루어진다. 그들이 티격태격하며 친해지는 과정과 정약전을 보살피는 가거댁의 연기도 재미를 더한다. 

청년 창대는 공부가 좀 늘자 아버지를 찾아가 출세를 하고 싶었지만, 아전들의 부정부패와 비참한 민초들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한편 책이 끝나기 전에 창대가 떠나버리고 정약전은 그가 없는 아쉬움을 누르며 집필에 열중한다. 

자신을 돌보는 가거댁을 존중하며 자식을 낳고 사는 모습도 인간적인 훈훈함을 더한다. 

 

이준익 감독님의 영화는 '사도', '동주', '박열' 모두 깊이가 있고 시대감각이 탁월한 수작들로 훌륭한 감독님이다.

설경구님의 영화를 여러 편 보았는데 이 영화가 그를 가장 빛나게 한 것 같다. 다른 영화에 비해 고생은 덜 했을 것 같은데...

변요한님의 능숙한 사투리가 현장감을 더하고, 이정은님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다. 그 외의 분들도 모두...

다시 한번 더 보고싶은 아름다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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