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한국 영화

더 킹

나무^^ 2021. 11. 18. 20:00

 

2021. 11. 14. (일) EBS TV에서 보았는데 기대보다 예리하게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영화 또하고, 또 우려먹고 하는 안일함에서 벗어난 반가움을 느끼며 인상 깊게 보았다.

1980~2010년 우리나라 검사들의 부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성한 작품인데 아주 실감난다.

누군가의 말처럼 치외법권 밖에서 살아가는 일부 무서운 검사 나으리들의 세계에 대해서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실상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권력층을 고발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도행각을 하던 아버지가 검사 앞에서 무릎 꿇고 빌다 빰까지 맞는 것을 본 태수는 검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안 하던 공부에 매달린다. 못된 짓을 일삼던 태수가 공부에 몰두하는 장면을 코믹하게 만들어가며 재미있게 전개된다. 맘 먹고 달려들면, 거기다 머리까지 좋으면 검사가 될 수도 있는 일! 인생역전의 으쓱함을 즐기는 그에게 떨어진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은 그의 인생을 탈선의 길로 인도한다. 고위급 인사의 아들이라며 구속한 체육교사를 풀어주라는 한강식에게 저항해보았지만 그를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들과 한 패가 되어 승진을 보장한다는 전략부에 들어간다.

 

한재림 감독은 '대한민국처럼 권력자들이 살기좋은 나라가 있을까?'라는 답답함에서 이 영화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영화의 구성이나 전개가 탄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데 이 영화는 끝까지 몰입을 유도하며 설득력이 있었다.

우리는 실제로 별장에서 성잔치를 벌이던 고위직이 해외로 도망가려는 것을 무리하게라도 구속시켰던 뉴스를 보았다. 그 외에 범인이 아닌 약자를 고문으로 강제 자백시켜 몇 십년씩 옥살이 시키는 일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검찰의 과오를 보아왔다. 여전히 검찰개혁을 부르짖지만, 검찰 조직 스스로가 개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모이지 않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 한 가족을 탈탈 털어 현정권에 반발하는 국민들에게 신임을 얻고는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서 인기몰이를 한다. 제 가족의 사기행각에는 아랑곳 없이...

어리석은 국민은 결국 제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나라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 태수의 고향친구 두일은 조폭이지만 의리를 지키며 태수를 위해 희생한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에서 조폭은 의리도 무엇도 없다고 형사계에 오랜 있던 분이 말한다. 토사구팽 당한 태수는 결국 검사옷을 벗지만 한강식을 위협할 수 있는 한 수를 가지고 정치계에 입문한다. 결국 나쁜 짓을 많이 한 놈이 더 나쁜놈을 심판한다는 건데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돌린다.

어이없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건이 속시원히 결말이 나지 않은채, 대선 후보를 보는 많은 국민들은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건들이 더욱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전달되는 느낌이다.

관객에게 오락성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함께 보여주는 수준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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