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음악, 무용

마지막 4중주 (클래식)

나무^^ 2024. 3. 15. 12:16

 

 

감독  야론 질버몬

제작  미국 (2013년, 106분)

출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크리스토퍼 월켄, 캐서린 키너, 마크 아이반니 외 다수

 

*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음악을 주제로 하는 영화를 즐겨보게 되고 이 영화 역시 감동깊게 보았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거실에 나오면서 FM 93.1 에 고정된 버튼을 누르면 울려퍼지는 클래식 음악은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게 해준다.

내가 선곡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다양한 음악을 해설과 함께 들려주는 KBS 클래식 음악방송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 영화는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 '푸가' 단원들 사이의 갈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음악에 있어 정신적 멘토 역할을 하던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으면서 단원들은 충격에 빠진다. 스승과 제자, 부부, 옛연인이자 친구인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네 사람이 25 년간 감추었던 감정들이 드러나면서 파국에 이른다. 그러나 4중주단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염려하는 피터,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 기념공연에서 난이도 높기로 유명한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 을 연주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떠날 때를 알고 미리 준비하며 떠나는 이의 감동을 선사한다.

 

줄리엣이 한때는 사모했던 연인이자 친구인 제1 바이올리스트 '대니얼'이 자신의 딸과 연인관계에 있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의 충격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는 일이다. 또한 그녀의 남편 '로버트'의 분노 역시 설득력이 강하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중년을 지난 나이이며 함께 한 음악적 동지로서의 세월은 그 모든 갈등을 포용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동지이자 어른이었던 피터의 아름다운 은퇴를 기념하는 자리이지 않은가! 

예술가들은 특히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이다보니 줄리엣의 행동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경솔하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질투심이 아닌 자신의 딸을 진심으로 존중한다면, 또한 동료 대니얼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고 축복해야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어린 딸의 시행착오가 걱정되기도 하겠지만 인간은 너나 할것 없이 잘못을 통해서 어리석음을 깨달아가는 존재이다. 애지중지하는 내 딸이라고 예외가 있을 수 있겠는가.  

사랑의 감정은 변하는 것이다. 특히 폭풍처럼 강렬한 사랑은 더더욱 빨리 소진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다양함을 인정하고 포용하며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미숙함과 불완전함을 승화시키는 감동의 축제가 아닐 수 없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자체가 이 영화의 내용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니, 베토벤은 이러한 음악으로 어디서나 벌어지는 인간의 수많은 부조리하고 모순된, 그러면서도 아름답기를 바라는 삶의 열망을 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피터가 수업 중에 이 현악 4중주 14번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보통 5 악장으로 구성되는 현악 4 중주와는 달리 베토벤은 7 악장이나 되는 이 곡을 숨돌릴 시간 한 번 주지 않고 4명의 연주자를 극강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활을 다듬을 시간도, 한 숨 한 번 쉴 시간도 없이 연주하다 보면 4 명의 연주자의 화음은 깨지고 조화롭게 곡을 완성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지는데, 그러면 연주자들은 깨진 화음을 억지로 끌고서라라도 마쳐야 하는가? 아니면 작곡가의 의도를 무시하고 중간에 호흡을 고르면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인생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이렇다 할 답을 찾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깨닫고 묵묵히 기쁜 마음으로 살아내는 일이 필요할 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베토벤이 가장 사랑했다고 하는 이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았다. 

일상적이고 힘든 삶 속에서 잠시 쉬며 찾아보면 삶의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고통스러워하고 무료해할 시간이 없을 만큼...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치는 열정으로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많은 예술품은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자의 몫이 되어 고단한 인생에 즐거움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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