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같은 글 67

이 빠지다.

(2007. 울산 대왕암) 이 빠지다 나무 황당하게도 밥을 먹다 연이은 송곳니 두 개가 툭 떨어진다. 세상에, 반짝거리는 화려한 금니 속이 텅 비었다. 삼십여년을 버틴 안전했던 집이 텅 비어버렸다. 지난 번 치과의사와의 악연은 이렇게 끝이 났다. 마취주사를 놓고 또 놓아도 도무지 남은 뿌리를 뽑을 수가 없다. 전신을 찌르는 무서운 통증, 삐뚜러진 입을 한 채 그냥 돌아왔다. 염증 치료한 다음 날, 벌벌 떨며 빠진이 두 배나 큰 뿌리를 뽑았다. 아흔 넘어 가실 때까지 치과 한 번 안 가신 아버지 튼튼니는 안 닮고 평생 누구에게도 아쉰 소리 안 하시던 그 性質만 받은 모양이다. 휴, 친구가 만나자는 메세지, 전화가 온다. 늘 있던 자리가 빈 허망함이 마음까지 그득하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려 호국룡이 되었다..

시 같은 글 2008.11.12

봉숭아 물들이던...

봉숭아 물들이던... 나무 뒷마당 울밑에 핀 여리디 여린 고운 꽃잎을 고사리 작은 손 똑똑 따 담던 날 짓이겨진 검은즙 쪼그만 손톱에 올려지고 꽁꽁 싸맨 작은 손가락 밤새 뒤척이다 잠든다. 쫙 펴본 손가락 온통 검붉게 물든 아침 하루 이틀 며칠 낯을 씻고나면 그 여름이 다 가도 붉은 손톱 눈길을 끈다. 여자가 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 시절 봉숭아 꽃잎 지워지지 않는 붉은 손톱 되는 일은 그저 엄마랑 함께 한 예쁜 장난 정겨운 놀이였다. 화장품 가게 반짝이는 빨간 메니큐어 봉숭아 물 잊혀지고 손톱 발톱에 칠해진다. 엄마랑 나눈 어린 시절 정다운 예쁜 꿈이 사라진다.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 하룻밤 수고도 없이 채워진다.

시 같은 글 2008.08.08

사는 일이 아름답다.

사는 일이 아름답다 娜 舞 세상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은 참 어렵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 아름답지 않은 생명이 있던가 네가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만두어야 평화로울 수 있으며, 그 마음이 위로받을 때 행복하다. 여행은 분주한 나에게서 비켜나 세상을 그대로 보고 느끼기 위한 자유 사진을 찍는 일은 나 자신을 투영하는 일 본질에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세상을 보기 위해 그래서 깨달음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간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는 유동적 흐름 순간 포착을 하는 관찰자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 여행을 하지 않아도 셔터를 누르지 않아도 세상을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있을 때 그리고 나를 충분히 알았을 때..

시 같은 글 2008.06.13

한적한 아침의 행복

한적한 아침의 행복 娜 舞 햇살이 가득하다. 가만히 음악이 흐른다. 죽은 이와 함께 한 시간을 한 조각 베어문다. 사과향의 달콤새콤함... 한 개피 담배연기 커피향과 번진다. 아랑곳없이 당선된 대통령 얼굴을 실은 조간신문은 태안반도 시커먼 기름으로 범벅이 된다. 다시 감미로운 선율에 귀 기울인다. '다녀오겠습니다' 밝은 얼굴로 나가는 아들의 뒷통수는 늘처럼 뽀족하다. 어미젖 한 모금 못 먹고 자란 녀석 아직도 송아지인 채로 머물러있다. 내가 살아있다는 기쁨도 늘 있을 수는 없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소용돌이 변하는 사람들 마음따라 휘몰아친다. 어제 함께 일한 지인이 건낸 곱게 포장한 선물 '행복하세요' 지금 이곳에서 내가 느끼는 행복이 소중하다. 'carpe diem!'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

시 같은 글 2007.12.22

친구에게 (7)

그에게 娜 舞 해마다 복사꽃잎 날리는 양양땅을 갈 때 언젠가는 둥지 틀 보금자리를 꿈꾸었다. 어젯밤 붉게 물든 눈망울 가득 고인 눈물이 내 마음 붙잡고 놓지 않아 슬프다. 소원성취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축하하며 잠에서 깨었다. 함께 나무 심던 땅이 새 자동차를 굴리며 떠났다. 무참함이 더해지는 시간은 꿈처럼 깨지도 않는다. 이제 그대 위해 흘릴 눈물 한 방울 없는데 움직일 때마다 느낄 아픔 말하던 그대 목소리 듣는다. 언제나 그대는 나와 상관없이 한 마리 짐승처럼 고독했다. 깨어난 꿈처럼 다시는 꿈꾸지 못하는 사랑이 꿈에서는 이어진다. 해마다 복사꽃잎 날리는 또 다른 땅에 둥지를 틀고 싶어 기다린다. 꽃단장하고 길 떠날 새댁처럼 기다린다.

시 같은 글 2007.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