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1)
2008. 7. 21 (월)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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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 (죽을 사 : 뼈가 발라지고 살이 줄어버린 상태. 흩어짐)
'몸'이란 '모임'의 준말이다.
그 몸이 태어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고려해 만들어진 글자가 '身'(몸 신)이다.
이 모양은 몸속에 든 몸까지를 중복시켜 이뤄진 글자다.
몸은 반드시 몸속에 들었다가 몸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다는 '몸'에 대한 시간성을 보고 만든 글자다.
이에 비해 같은 '몸'을 나타내는 글자로 '體'(몸 체)는 몸의 구조를 고려해 만든 글자로
몸은 단단한 뼈(骨)를 부드러운 살이 감싸고 있음을 뜻한다.
어떤 몸이든 몸은 뼈와 살이 그 주된 요소라는 점을 밝혀 '몸'에 대한 공간성(구조성)을 잘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몸이 몸답게 잘 유지되려면 몸을 이룬 음양의 요소가 서로 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음양 두 구조는 곧 부정모혈(父精母血-아비와 어미의 정기)로 상징되는
'기능'과 '바탕' 두 측면을 말한다. 즉 음양이 잘 골라 맞으면 건강한 상태이나
음양이 조화를 잃어 부조화 상태로 치닫게 되면 곧 '병'(病)이며,
병의 끝은 곧 '死'(죽을 사)일 뿐이라는 것이 종래로 믿어져 내려온 우리의 생명관이다.
그렇다면 '병들다'는 뜻과 '죽는다'는 뜻은 어떻게 나타냈는가?
침상(片)위에 사람(人)이 드러누운 모양을 붙여 '녁'(병들 녁)이라 했고,
' '(뼈발라낼 알)에 풍성했던 살이 잔뜩 말라 변화(化)가 되었음을 맞붙여 '死'(죽을 사)라 했다.
따라서 화살에 맞아 병든 것을 '疾'(병들 질), 오장육부의 기능이 낮아져 나온 병을 '病'(병들 병)이라 하며,
전자는 외상을 말하고 후자는 주로 내상을 말한다.
그리고 질병으로 인한 죽음을 '다한 것이다. 정기가 다한 것이다.'(也. 精氣窮也-설문해자)라 했다.
이때 '精'(맑을 정)은 음으로서의 '魄'(넋 백)이라면
'氣(기운 기)는 양으로서의 '魂'(영혼 혼)이다.
몸은 모임이요 죽음은 흩어짐 바로 그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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