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다큐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

나무^^ 2014. 7. 21. 19:09

 

 

                           감독    뱅크시

                           제작    미국, 영국 (2010년. 87분)

                           출연  뱅크시, 리스 이반스, 티에리 구에타, 스페이스 인 베이더 외 다수

                                                

             TV 쿡 외국영화를 훒어보다 세계적 그래피디 아티스트 '뱅크시'가 찍은 영화라고 해서 보았다.

                    

                  거칠고 난잡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약간의 인내심을 요하였지만 한 예술가가 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면에서는 흥미로운 다큐였으며 '뱅크시'의 유명한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그를 숭배하던 촬영가 '티에리'가 예술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뱅크시 나름 우정으로 보답하면서 티에리의 무모함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다큐라는 점이 역설적인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영화였다. 

                       

                  뱅크시는 루브르와 대영박물관에 자신의 작품을 게릴라 전시하고, 체포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을 격리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이 쌓은 거대한 장벽에 평화의 염원을 담은 벽화를 그리는 등 저항적인 작품 활동을 신출귀몰하게 

                  펼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이다.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거리미술 다큐 감독을 꿈꾸는 괴짜 티에리의 카메라에 포착된다.

                  위험하지만 짜릿한 쾌감이 있는 거리미술 세계에 매혹된 티에리는 뱅크시의 허락 하에 그의 일련의 작업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카메라에 담는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품화 되어가는 미술계의 세태를 지켜보던 뱅크시의 제안으로, 거리미술의 본질을

                  보여줄 다큐멘터리 편집에 돌입하지만 티에리는는 그 많은 촬영물을 편집할 능력이 없었다. 

                  정신병적으로 촬영에 집착해온 그의 결과물에 경악을 금치 못한 뱅크시는 직접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그리고 티에리는 뱅크시가 연출한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남의 작품활동만을 찍던 그가  일약 유명 아티스트 반열에

                  오르는 전시회를 열면서 성공한 예술인이 된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읉는다...' 완전 그 식이다.

 

                  티에리는 독특해야 살아남는 예술세계에서, 수많은 모방에서 한걸음 나아가 살짝 비틀기식 창조를 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티에리가 쓰는 'Life is Beautiful' 그리고 풀썩 무너져버리는 벽... 인상적이다.

                  그는 그저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미친듯이 촬영에 집착했다. 물론 그 행위에는 심리적 동기가 있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갑작스레 잃은 그는 사라져버리는 순간들이 싫었다. 영원히 붙잡아 두고싶은 순간들, 

                  그 마음을 비디오 카메라 영상을 통해 실현시키고 싶었다.   

                  티에리의 순수한 열정은 뱅크시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는 그의 유명세를 딛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

 

                  무엇이든지 한 가지에 미쳐서 온 열정과 정성을 바치다보면 무언가 이루게 되는 세상살이이다. 

                  내가 공들이는 그 어떤 행위도 헛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또한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은 죽을 듯이 열심히 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것이 삶을 즐기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부처가 말하는 '있으면서 없고 없으면서 있다' (色卽是空 空卽是色)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형상은 일시적인 것일 뿐 그 실체는 사실 없다는 뜻이다. 

                  금방 뜯기워 버려지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힘들이고 애쓰는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그래피디 뱅크시는

                  그 사실을 가장 잘 드러내 보여준다. 그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예술과 삶을 즐기며 어리석은 일반인을 조롱하는 것이다.

                  티에리 역시 그러했다. 가족조차 돌보지 않고 제마음 가는대로 살아온 그에게 결국 성공이라는 보상이 주어졌지만,

                  그는 그조차 장난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 느껴진다. 그리고 뱅크시는 그런 그를 이해했기에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티에리보다는 뱅크시에 열광할 것이다. 드러나지 않는 그가 더 멋있으니까ㅎ...

    

                  예술가가 순수함을 벗어났을 때 이미 그것은 예술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예술가들은 당대에 고통스럽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물론 당대에 부귀를 누리는 예술가도 있지만

                  그렇게 처세술이 발달한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요즈음은 예술가나 감상하는 사람들이나 가치관이 바뀌었다. 

                  그래서 창조하는 예술가들 못지않게 그들을 부러워하면서 그들이 창조해 놓은 예술을 즐기며 감상하는 사람들도

                  행복하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작고 소소한 많은 것들에서 자신의 개성을 부여하며 삶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