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141

단순한 기쁨 (피에르 신부 作)

Abbe Pierre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출판 "타인은 지옥이다' 라고 사르트르는 썼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 반대라고 확신한다. 타인들과 단절된 자기자신이야말로 지옥이다... 타인은 내 삶의 '단순한 기쁨'이 될 수 있다." 라고 필자는 말한다. 카톨릭 신부라는 종교인에서 나아가 진정한 휴머니스트의 삶을 살다간 그는 세상의 빈곤과 불평등, 불의에 맞서 치열하고 걸림없는 박애주의를 실천한 성인이나 진배없는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전쟁과 살인과 불의에 길들여져 자신의 안락만을 꿈꾸며 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인간다운 삶의 '구원'을 몸소 실천하며 세상을 밝힌 그의 업적들을 읽으며 숙연해진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곡식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듯이 그는 '엠마우스'를 통해 상처입은 독..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가리 作)

로맹가리 지음 문학동네 펴냄 어릴적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을 감동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에밀 아자르'가 '로맹가리'의 또 다른 필명이었다. 그 작품은 1975년 콩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권총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 유태계 프랑스인 로맹가리는 자기자신의 개별적 정체성에서 나아가 인간이라는 종(種)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뇌했다. 따라서 그가 살면서 경험해야했던 소외와 전쟁, 홀로코스트와 불평등, 심연 깊숙이 자리잡은 고독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에 실린 16편의 단편 모두,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과 반전은 독자로 하여금 잠시동안 하나하나의 작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운 속에 있게 한다. 자기를 지키지 못하는 선함은 어리석음에 불과하고, 남에게 이용당하는 순수함은 아름다울 수 없다. 무..

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영상 음악회에서 오페라 한 부분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고 그의 춤과 인간성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책을 사 읽으면서 현대 그리스 문학의 대표적 작가라 할 수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알게 되었다. '20 C 문학의 구도자'로 불리는 그의 사상적 배경이 된 베르그송, 니체, 그리고 붓다는 '조르바'라는 실존인물인 주인공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투영된다. 신이란 인간이 딛고 넘어가야하는 단계에 불과한, 그 도약의 디딤돌로 인간이 창조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그의 생각을 베르그송의 생철학에서 확인한 그는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의 심연으로서 초인의 자리를 우리의 의지로 차지해야 함을 알린다. 주인공 나와 조르바가 함께 겪는 삶의 일상은 결국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 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 · 데이비드 올리버 렐린 作)

지은이 : 그레그 모텐슨 · 데이비드 올리버 렐린 옮긴이 : 권영주 여동생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K2 등반에 나섰던 등반가 모텐슨은 조난을 당해 죽을 뻔한 목숨을 살려준 히말리아 발치의 작은 마을 코르페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아이들을 위한 학교였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병원 야간근무까지 하며 사회 유명인사들에게 508통의 편지를 띄우면서 그의 과업은 시작된다. 답장과 함게 100달러를 보낸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열정과 집념을 막을 수 있는 장애는 없었다. 그가 연이어 지은 80여개의 학교에서 3만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느끼는 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벌어지..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作)

건축에 이렇다 할 상식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깊은 내적 통찰력에서 비롯한 설득력 있는 해설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건축이란 어떠해야하는지 그 발달과정을 문화적 가치와 아이디어에 더하여 설명함으로 우리들에게 건물을 보는 올바른 식견을 키워준다. 지은이 Alain de Botton은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공부를 한 사람이다. 그가 집필한 여러 가지 책들로 미루어 보아 그는 문학과 철학, 역사를 두루 섭렵한 학자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모두 6장으로 나누어 소제목을 정한 그의 해설은 사진과 함께 친절하고 심미안적이다. 1. 행복을 위한 건축에서는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축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많은 아름다..

Power of Art (사이먼 샤마 作)

지은이 사이먼 샤마 옮긴이 김진실 출판사 아트북스 책의 크기가 크고 꽤 두툼한 책이라 다른 책과 더불어 읽으며, 또 책 속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읽었다. 영국의 BBS 방송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지은이 '사이먼 샤마'의 이해하기 쉬운 문장전달력이 돋보인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미술사와 역사를 가르치는 그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가디언'에 기고하는 작가이다. 교황이 사랑한 타락천사 '카라바조', 기적을 만드는 남자 '베르니니', 화려한 저택에 걸린그림들 '램브란트' 혁명보다 잔인한 아름다움 '다비드', 폭풍을 일으키는 그림 '터너', 뜨끈하고 땀에 젖은, 화가의 다정한 악수 '반 고흐', 예술보다 큰, 정치보다 힘이 센 '피카소', 말없이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Oliver Sacks)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마고 출판 이 책은 영국의 신경학 전문의인 저자가 환자들을 치료하며 겪은 임상사례들을 인간적인 따스함을 지니고 자세히 서술한 내용들이다. 따라서 어렵지도 지루하지도 않게 읽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경학적 신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며 미처 생각할 수 없었을 기묘한 현상들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제목부터 특이하여 의아한 생각이 들게하는 것처럼 이 책에는 수많은 신경계통의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가실려있다. 의학의 발달로 이제는 웬만한 육체적 병상들은 진단이 가능하고 치료 또한 가능해진 오늘날이지만 아직도 제대로 원인을 알 수없는, 또 의학의 힘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신경 이상의 장애들이 수많이 많음을 알 수있다. 서문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作)

에리히 프롬 作 황문수 譯 독일태생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지은이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는 이 책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주려고 한다' 이 글을 입증하는 듯 그의 사생활 역시 몇 번의 실패를 겪고, 중년에 이르러서야 안정된 사랑의 능력을 발휘하며 이 책을 저술하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곳에 줄을 그으며 나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우리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