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141

인간의 위대한 스승들 (제인구달 외 다수 作)

바이북스 어릴적 개에게 물린 적이 있는 나는 자연히 개를 무서워하며 귀여운 강아지조차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와의 만남은 내 의도 이상의 그 무엇이 있는지, 직장을 그만 둔 나에게 올케는 떠맡기듯이 낳은지 한 달 정도 된 귀여운 강아지를 안겼다. 짐승은 그냥 가져가는 게 아니라며 돈 삼만원까지 내놓으라며... 자신 없다고 사양하던 나는 정 못키우겠으면 다시 가져오라는 말에 그 귀여운 모습을 들여다 보다 그만 안고 돌아왔다. 시끄러운 전철 소리 등에 죽은듯이 꼼짝않고 내 품에 안겨있던 따뜻한 생명은 그대로 거실 상자곽에서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밤, 정신을 차렸는지 막무가내로 거실에서 혼자 자지 않겠다며 침실문을 긁어댔다. 처음부터 따로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생각하고 버티던 나는 강아..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윤구병 作)

옳은 말을 하기는 쉬우나 그것을 몸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임을 우리는 모두 잘 안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농촌에서의 공동체 삶의 실천은 훌륭하고 빛나는 설득력을 지닌다. 의식주의 자급자족 능력을 점점 잃어가며 도시 문명에 의존해 살아가는 불안한 도시의 한 사람으로 그 분의 올곧은 추상같은 질책에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삶의 수단이 본질이 되어가는 서글픈 현실을 되돌아보며 반성과 함께 각성을 하게 하는 글들이다. 에서 '가정이 사회의 기초단위가 되려면, 시간적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그 안에서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공간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그안에서 통합되는 삶터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뿌리가 없는 줄기에서 열매가 맺힐 수 없고,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 온전..

소설로 읽는 철학 '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作)

요슈타인 가아더 作 (현암사) 번역 장영은 교열 이수열 감수 김상봉 지은이 요슈타인 가아더는 노르웨이 출생의 철학가이자 소설가이다. 이 책으로 그는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상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는 철학교사였다. 작년 덕수궁에서 열린 북훼스티발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함께 간 친구가 좋은 책이었다며 소장하고 싶다고 사길래 나도 사서 읽어보았다. 청소년을 위한 철학입문서라고 하지만 일종의 철학적 줄기를 요약해 놓은 정리서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그 역시 실체와 허상을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기법이었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서 보고 들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쉽고 간단명료하게 알려주지만 사전 지식이 없다면 그리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책의 부피 또한...

숨어사는 즐거움 (허균 엮음)

이 책은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한정록'을 추려 번역한 책이다. 숭불 자체가 탄액의 대상이었던 유교사회에서 불교에 깊이 심취하여 파직 당하면서도 늠름했던 그가 도교사상, 은둔 및 신선 사상과 함께 사회 개혁적인 면모를 보인 것은 훗날 실학의 비조라 할 수 있다. 그는 삶의 지침이 되는 주옥 같은 글들을 읽으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글들을 골라 편집하였다. 이 글들을 한문을 모르는 이들을 위하여 역자는 한글로 읽기 쉽게 풀었다. '이태백의 시에, 청풍명월은 일전이라도 돈을 들여 사는 것이 아니다. (靑風明月不用一錢買)라고 하였고,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에는 이르기를, 저 강상의 맑은 바람과 산간의 밝은 달이여, 귀로 듣노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노니 빛이 되도다. 갖자 해도 금할이 없고 쓰자 해도 다할..

크로이체르 소나타 (톨스토이 作)

'라뮤즈' 음악감상실에서 '베토벤 특강'으로 감상한 곡들 중에 'Kreutzer Sonata'를 감명깊게 듣고 돌아가던 중 인물화 사진이 필요해서 지하철 간이서점 앞을 기웃거리다 이 책을 발견했다. 핸드백에 들어갈 자그마한 크기의 이 책을 보는 순간, 반액세일 가격까지 맘에 들어 구입하여 차를 타고 오가는 시간에 흥미롭게 읽었다. 톨스토이가 62 세에 발표한 이 소설은 자신의 결혼생활에서 느낀 불행한 느낌을 소설화한 것은 아닐까 생각될 만큼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사실적이다. 베토벤의 중기 작품의 하나인 '바이올린 소나타 9 번 A-Major Op.47 는 프랑스의 바이올리스트 R.크로이처에게 헌정되면서 '크로이체르 소나타'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극히 감미로우면서도 위험할 만큼 열정적인 그 음악에 심..

꾸베씨의 행복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作)

꾸베씨의 행복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作 오유란 譯 오래된 미래 출판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정신과 의사인 지은이는 온유하게 느껴지는 문체로 자신이 떠난 여행에서 겪고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을 '행복'과 연관시켜 정의하면서 공감을 느끼게 한다. 지은이의 말처럼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부유한 도시에서 그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돌아와 새로히 자각하게 된 행복에의 느낌을 자신의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며 만족한다. 그가 메모한 23 가지의 배움을 본 한 노승은 그에게 덧붙여 근원적인 행복에 대해서 깨닫게 한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

사기, 사기열전 (사마천 作)

『사기, 사기열전』 사마천 作 한 권으로 읽는 사기, 사기열전이라니! 그 유명한 총 130편의 사기를 달랑 2권으로 간추린 책이었지만 감동적이며 재미있게 읽었다. 중국 황제시대부터 사마천이 살았던 무제까지의 고대사 기록인 이 책은 그 당시의 인간 사회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출판사에 따라 차이가 많이 있을 것 같아 서점에서 살펴보고 사야할 일이다. 나는 '아이템북스'에서 발행한 것을 우송해 읽었는데, 지면 공간을 넉넉하게 활용하고 문화재 사진을 실어 집에서 읽기는 편하였지만 책의 부피나 크기가 필요 이상으로 크고, 오자도 많았으며, 중요한 단어에 한자를 달지 않아 뜻풀이가 애매한 것들이 있었다. 태사령이라는 직분을 가졌던 사마천은 역시 태사령이였던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역사자료를 수집하기에 힘쓰며..

보르헤스의 불교강의 (H.L.보르헤스· 알리시아 후라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알리시아 후라도 共著 김 홍근 편역 여시아문 출판 1899년-198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출생한 보르헤스는 세계 여러나라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세르반테스 상을 비롯하여 국제적 권위의 상들을 수상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작가이다. 불교공부를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이 책은 '주머니 속의 대장경'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불교에 대한 그의 생각과 함께 불교 정법을 고스란히 압축해 담고 있다. 필자는 유년시절을 아버지의 서재에서 보냈으며 영국계 할머니의 영향으로 영어와 스페인어를 함께 익히고, 스위스로 이주한 후에는 범신론, 불교 등과 프랑스, 독일 문학을 섭렵하며 라티어까지 익혔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그는 자신이 속한 세계 안팎의 다양함을 바라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