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140

1평의 기적 (이나가키 아츠코 作)

얼마전 신림역 부근에 생긴 중고책 매장 '알라딘'에 들어가 이 책 저책 구경하다 몇 권을 구입하였다. 나는 이제 돈 벌 생각은 하지 않으므로 이 책을 구입한 건, 한 여인의 집념어린 노고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앞으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나, 현재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산 교훈이자 지침이 될 수 있는 책이었다.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는 다는 것은, 부모와 다른 생각을 가진 자식이라면 쉬운 일이 아니나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감지덕지 손쉬운 선택일 수도 있는 일이다. 내가 아는 분 중에는 운수업을 하면서 이와 관련된 주유소 등 세 가지 사업을 자식 셋에게 고루 나누어 운영하게 하는 현명한 이가 있다. 그 자녀들은 어머니 덕에 취업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가 없는 건 물론이고 벌써 나..

세종대왕실록 (박영규 作)

박영규 作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가끔, 지나가다 만나는 할인 도서매장에 눈길을 주면 생각지 않았던 좋은 책을 구입해 읽을 수 있다. 학창시절 배웠다기보다는 짧은 지식을 달달 외었던 역사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기억이 되살아났다. 한글의 고마움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소 세종대왕을 존경하였기에 선듯 이 책을 손에 들었다. TV 드라마를 통해서도 여러 번 접했던 세종대왕, 과연 얼만큼 사실에 충실했나 알아볼 수 있었다. 역사연구를 하는 학자가 아닌 이상 방대한 양의 실록을 열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런 책을 쓴 작가의 열정어린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무력이 아닌 순리에 의해 왕위계승을 한 조선의 왕인 세종은 그야말로 태종의 업적이라 할 만하다 첫아들 양녕이 왕으로서 적합치 않았기에 둘째아들..

숲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作)

다케타즈 미노루 作 김장원 옮김 진선북스 출판 이 책은 일본 훗카이도 동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야생동물의 보호와 치료, 재활훈련을 천직으로 삼아 온 수의사 '다케타즈 미노루'가 야생동물들을 관찰하며 경험한 일들을 멋진 사진 90여컷과 함께 쓴 흥미로운 글이다. 다재다능한 작가의 담담하지만 진솔한 글들은 그가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있어 읽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더한다. 40여년에 걸친 관찰과 기록들을 정리하여 4월 봄부터 다음해 3월까지의 특징들을 문학적으로 잘 서술하였다. 4월의 기록에는 고로쇠 나무에 찻집을 차린 북오색딱다구리, 유빙위에서 태어난 새끼 바다표범, 복수초와 말똥바람, 호수를 가득 덮는 백조들, 귀여운 검은 딱새와 하늘 다람쥐, 얼레지 꽃 등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5월에는 초원의 들불..

승려와 철학자 (장 프랑수아 르벨. 마티유 리카르 作)

장 프랑수아 르벨. 마티유 리카르 作 이용철 옮김 이끌리오 출판 철학이나 불교에 관심있는 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이 승려와 철학자이기에 앞서 가치관이 좀 다르지만 혈육지간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프랑스 한림원의 정회원인 유명한 철학자인 아버지와 분자생물학 박사 출신의 과학자였던 아들이 티벳의 승려가 되어 서로의 입장에서 질문하며 그에 따른 명쾌한 답으로 독자들을 사유의 길로 이끌어 간다. 불교는 무조건의 믿음을 전제로 비는 구복신앙과 달리 자기자각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따라서 부처님의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깨달음이 필수이다. 따라서 나역시 석가의 가르침은 종교이기 이전에 철학이며 삶의 지침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현상세..

불타 석가모니 (와타나베 쇼코 作)

와타나베 쇼코 作 법정 옮김 문학의 숲 출판 '불교를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불타 석가모니의 생애를 알아야 한다. 지난 2천5백 년간 인류의 스승으로서 많은 이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한 불타 석가모니가 어떤 생을 살았으며 또 그의 가르침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불교 공부의 시작이다.' 책 서두의 글이다. 나는 불교 법문과 경전을 통해서 '석가모니'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좀 더 자세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이 책을 사 보았다. 저자인 '와타나베 쇼코' 박사는 됴쿄대학 문학부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3 년간 독일유학을 한 후 동양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동양문고 연구원으로 일하다 1977 년 세상을 떠난, 불교 저서 전문인이다. 이 글을 옮긴 '법정'스님은 많이 알려져 굳이 설명이..

나홀로 즐기는 삶 (강혜선 作)

지은이 강혜선 출판사 태학사 한국한문학 전공의 국문과 교수인 강혜선 선생은 그가 10여년 간 곰삭히며 즐긴 옛선조들의 글들을 담아 자신이 알고 느끼는 점들을 해설하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도와줌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더하였다. 선생은 글의 제목을 표암 강세황의 '나홀로 즐기는 삶' 글에서 취하였다고 한다. 표지의 그림은 표암이 70 세때 그린 자화상이다. 그리고 그는 화상찬(畵像讚)에 쓰길 '세상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나 홀로 즐길 뿐 (人那得知 我自爲樂)'이라고 했다. 점차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따라서 행복한 삶이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을 다룸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조금씩 읽으며 조상들이 즐겼던 사색의 즐거움에 시공간을 초월한 공감을 느끼며..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作)

히로나카 헤이스 지음 방승양 옮김 김영사 출판 공부해야하는 젊은 시절, 성숙치 못한데다 몸까지 늘 아파서 마음껏 공부하지 못했기에 이제는 좀 매사에 자유로워져 경쟁과 상관없이 이런저런 공부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즐겁다. 그래서 이 책 제목에 마음이 끌렸고, 무엇보다 어려운 공부를 즐거운 마음으로 끈기있게 해낸 평범했지만 남달랐던 수학자가 쓴 글이라 읽어보았다. 책의 내용은 전문적인 수학에 관한 지식보다는 일반적인 삶의 지혜와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담아내어 읽는 이가 어렵지 않게 마음에 담을 수가 있다. 유복한 가정에서 건강한 체력까지 갖춘 수많은 학생들이 많은 반면, 공부를 하고싶으나 여건이 되지 않아 먹고사는 일에 매여 학구열을 뒤로 밀어두어야 하는 젊은이도 많다. 저자는 부모가 두 분 다 재혼인 덕에..

인간의 위대한 스승들 (제인구달 외 다수 作)

바이북스 어릴적 개에게 물린 적이 있는 나는 자연히 개를 무서워하며 귀여운 강아지조차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와의 만남은 내 의도 이상의 그 무엇이 있는지, 직장을 그만 둔 나에게 올케는 떠맡기듯이 낳은지 한 달 정도 된 귀여운 강아지를 안겼다. 짐승은 그냥 가져가는 게 아니라며 돈 삼만원까지 내놓으라며... 자신 없다고 사양하던 나는 정 못키우겠으면 다시 가져오라는 말에 그 귀여운 모습을 들여다 보다 그만 안고 돌아왔다. 시끄러운 전철 소리 등에 죽은듯이 꼼짝않고 내 품에 안겨있던 따뜻한 생명은 그대로 거실 상자곽에서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밤, 정신을 차렸는지 막무가내로 거실에서 혼자 자지 않겠다며 침실문을 긁어댔다. 처음부터 따로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생각하고 버티던 나는 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