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122

수다 떤 날

2006. 국립 박물관 오랜만에 역 근처 구식 커피숍에 앉아서 한 친구랑 몇 시간이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직 다친 부분이 아프다는 어린 친구는, 늘 그랬듯이 지저귀는 종달새 같았다. 그러나 그녀인들 어찌 살아가면서 아픔과 슬픔이 없겠는가마는 내색하지 않는 양이 제법 의젓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날 만나 수다떠는 것으로 가슴앓이를 위로했을 것이다. 인도 배냥여행을 가고 싶다며 동행하자는 그녀에게 나는 네팔로 먼저 떠나자 한다. 더 나이들기 전에 멋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해보고 싶어서이다. 근데 인도라는 나라는 유럽처럼 녹녹하지 않을 뿐더러 여자끼리는 좀 불안한 감이 없지 않다. 둘 다 영어를 잘 하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뚝심이 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겁없이 배짱이 좀 있을 ..

안녕! 2006.10.28

삼성산의 사계

( 연녹색 새순이 돋아 싱그러운 봄숲 ! ) 우리 집 앞 산은 내 마음의 정원이다. 올 봄도 산은 어김없는 생동하며 화사하게 나를 맞아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철철이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산... * 진달래가 수줍은 아가씨처럼 곳곳에서 고개를 내민다. * 가는 길마다 보라색 예쁜 제비꽃이 발길을 내려다보게 한다. * 개나리도 만발하여 산을 환하게 한다. * 산으로 오르는 비탈길에 핀 철쭉. * 이름을 모르는 들꽃들. * 꽃향기 맡는 맑은 눈 * 노란 뱀딸기 꽃. * 자잘한 복숭아꽃 나무. * 하얀 조팝나무꽃도 무리져 피면 무척 아름답다. * 성스런 신부 세 분이 묻혔다는 성지로 가는 길. 이곳에서 묵념하는 신자들을 종종 본다. *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 상 앞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신자들의 모습은..

안녕! 2006.05.04

한 해를 보내며...

속절없이 한 해가 또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부족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여행도 많이 하고 한문공부도 좀 하면서 그런대로 좋은 2005년을 보냈다. 내가 만난 소중한 인연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함께 마음을 나눈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 가득하다. 부족함 많은 내게 서운함 느꼈던 이 있었다면 용서하길 빈다. 새해면 누구라도 그러듯이 나도 한 두가지 다짐을 해보면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매일 멀뚱히 쳐다보던 피아노 조율을 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아저씨는 잠자던 피아노를 무려 네시간이나 손보면서 공들여 윤을 내주셨다. 아들과 함께 '올해는 피아노 좀 치자 !' 손뼉을 마주쳤다. 어쩌면 서서히 아름다운 욕구가 살아나는지도 모른다. 위대한 사람보다 위대한 사람이 되..

안녕! 2005.12.30

'아프리카 장신구' 전시회를 보고

* 서울시 종로구 화동 (안국역 1번 출구) 정독 도서관 근처에 있는 세계장신구 박물관에서 16일까지 하는 특별 기획전. 아쉽게도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여 사진엽서 몇 장을 올린다. * 남성용 목걸이와 여러가지 모양의 페던트. * 신부용 결혼모자 / 라다크(인도 동북부와 티베트지역) * 호박 목걸이 * 결혼식 목걸이 / 오만 / 금,은 마리아 테레사 동전 * 목걸이 / 투르코만 / 은, 홍옥수 / 19C * 목걸이 / 파키스탄 / 은, 청금석 / 19C말 * 목걸이 겸 브로치 / 은, 칠보, 홍옥수, 비즈 * 팔찌 / 고대 에리트리아 (라사이다) / 은/ 19C말 * 비즈 / 고대 유럽 / 12-18C 아프리카에는 53개국, 인구 7억, 2500개의 부족, 700여 개의 언어와 1300여 개의 문화권이있..

안녕! 2005.10.14

환경 스페셜 '길위의 야생동물 로드킬'을 보고

사진 출처 : 책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作) TV에서 이 프로를 보면서, 문명의 이기를 누릴 수밖에 없는 한 일원으로서의 비애와 함께, '생존' 그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귀한 일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야생동물이 생존하기 위해서 몸부림 치는 장면과 수없이 많은 야생동물들의 죽음은 결코 인간이 강자임을 인정할 수 없게 했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지구환경을 모두 차지하기 위해서 서슴치 않고 속도를 가하는 파렴치함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며 또한 시급한 일이었다. 길!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수없이 차단되는 생태계의 파괴가 그 대책이라고는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리산을 통틀어 인간을 위한 길은 490여개가 넘는데 비해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통로는 단 한 군데였다. 그것도 인간의 기준..

안녕! 2005.09.21

화려한 무슬림 수영복

*이데일리 홍정민기자의 '인기 끄는 독실한 이슬람 여성 수영복'에 대해서 읽으면서 재미있었다. 무슬림 여성들 사이에서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내용을 대충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터키의 인기작가 레아 무흐타르는 최근 한 신문 칼럼에서 "그렇게 이상한 장면은 내 평생 본 적이 없다"고 언급, `이슬람식` 수영복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수영할 때 서구식의 간편한 수영복을 입고, 상의를 벗어젖히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슬람식 수영복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평론가인 아흐메트 하칸도 한 신문에서 이같은 수영복이 '멍청하고 품위없고 이상하다'고 표현하면서 '정숙한 여성들은 이상한 옷을 입고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고 차라리 수영을 하지 ..

안녕! 2005.08.22

내 마음의 정원

(2005. 가을로 가는 산책로) * 어떤 때는 사는 일이 참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끊임없이 사는 일에 흔적을 치워야 할 때 문득 회의가 들기도 한다. 허나 내가 사는 이 하루는 죽어가는 어떤 이의 간절한 하루일 수 있고, 내가 보는 이 세상은 앞 못 보는 이의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간절히 보고 싶은 세상이며, 내가 듣는 광고로 가득한 이 세상은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지저귀는 새소리를,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이가 있는 간절한 세상이다. 베란다 창 밖으로 가득 들어오는 녹음을 보면서 나는 때론 진부한 일상에 싱그러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산에 가자. 풀벌레 가득한 그곳에 내 발로 걸어가서 새소리 함께 산소를 마시며 나무들과 대화하자. 다행히 나는 부자가 아니라 집값 싼 동네로 온 덕..

안녕! 2005.08.21

'국적 없는 애국지사'를 읽고...

* 우리는 살아가면서 신물나는 일을 많이 보고 겪는다. 정치를 위한 정치, 행정을 위한 행정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요즘은 사적인 일이 공적인 일보다 우선 할 수도 있는 시대이지만 일제 식민지 시절의 비참한 상황은 단연코 개인의 행복보다는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심이 존경받아야 마땅한 때였다. 따라서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지사를 홀대하며 영위돼온 역사적 현실에 비애를 느낀다. 그 후손이 더는 마음 상하지 않도록 바로 잡는 행정이 필요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광복절 국기를 다는 일이 눈에 보이는 애국심이라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관심을 갖는 일은 보이지 않는 애국심일 것이다. 모든 나라가 세계화 되어가는 마당에 민족주의를 주장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면면히 이어져온 내 나라의 정체성..

안녕! 2005.08.13

'이슬람 문화기행'을 보고

(2005. 터키 이스탐블에 있는 이슬람 사원) * EBS 에서 주말 이틀에 걸쳐 하는 이슬람 문화기행을 보고 있다. 오늘은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소개했는데, 마치 여행을 간 듯 재미있게 보았다. 나는 이슬람교도가 아니지만 그들의 사원 건물이 맘에 든다. 소박하지만 품위있는 사원에서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갈등 속에서 어렵게 남은 그들의 문화유산을 자랑스럽게 찾아오는 무슬림들의 기도하는 겸손한 모습도 보기 좋다. 어느 곳에서나 같은 경전과 같은 방법으로 정신적 유대를 맺고 있는 그들에게서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기독교와 반목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터어키 여행 중 들은 하루 몇 번씩 울려퍼지던 경소리는 아련하고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모든 것을 신에게 맡기는 그들의 순수한..

안녕! 2005.08.07

책 '노자'를 올리며

*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무지한 나는 '노자'를 읽으며 친구들에게도 그 내용을 알리고 싶었다. 금강경에 이어 이 책의 내용에 진정으로 공감하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양교육에 길들여져 있고 동양 사상을 공부할 기회는 잘 없었다. 정신없이 치달려야 하는 생존경쟁, 적자생존의 시대에 정신적 품위를 지키며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유하면 할수록 마음은 분주해지고 불행해진다는 것을 내 삶을 통해서 알았고, 나는 본의 아니게? 많은 것을 버리고 나서 오히려 심신의 평화와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삶에 지친 나나 친구들이 '노자' 이 글을 읽으며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기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조금씩 옮겨 쓰면서 마음에 새기려고 한다.

안녕! 200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