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140

암병동,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A.I.솔제니친 作)

작가 A.I. 솔제니친 (1918~2008) 오래 전에 사놓은 '현대의 세계문학'전집에서 읽지 않았던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진밤색표지에 금박글씨로 세련되게 디자인 한 문학전집(32권)을 사놓고 흐믓해 했던 기억이 난다. 1권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중간 좀 지나서부터는 몇 권을 먼저 빼읽고, 다 읽지 못한 전집이었다. 글씨가 작고 시력도 떨어져 돋보기를 쓰고 읽었는데, 진작에 읽지 않은 것이 아쉬울 만큼 좋았다. 그 당시 몹시 분주해서,'암병동'이라는 제목이 풍기는 음울함 때문에 나중에 읽어야지 미루었던 것 같다. A.I.솔제니친이 1967년 발표한 작품으로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1984년에 범한출판사에서 발행했다. 시대배경은 러시아로 스탈린의 죽음, 베리야의 처형, 말렌코프의 해임을 거쳐 ..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법정 잠언집 류시화 엮음 조화로운 삶 출판 이 책을 우연한 곳에서 만나 매일 두어장씩 읽으며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전에 공부를 많이 한 지인이 법정스님의 글은 다 아는 이야기라며 대수롭잖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불교공부를 좀 했거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살은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 아는 것을 실천하며 사는 일은 쉽지 않아 세상에는 이해 못할 일들이 수없이 벌어진다. 매일 아침 얼굴을 세수하며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우리의 마음도 늘 양심의 거울에 비추어보아야 한다. 스님은 '하루 한 생각' 맨 끝장 말미에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결코 인내가 취미인 사람이 아니지만 삶을 살다보니 인내의 연속임을 알게 되었다. 가정을 꾸려 자식을 낳지 않은 ..

위대한 작곡가를 둘러싼 여성들

志鳥榮八郞 著 尹相烈 譯 가곡 선생님 음악실 책장에서 오래된 문고판의 이 책을 발견하고 빌려와 읽었다. 1889년에 세광교양음악문고로 발행된 이 책은 아쉽게도 지금은 서점에 없는 책이다. 영화를 통해서 유명한 음악가들의 삶을 들여다 보아 알고 있었지만 몇 음악가들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천재적 음악가들의 주변에는 당연히 아름다운 여성들이 많았다. 바흐에서 말러에 이르는 16명의 대작곡가들이 사랑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독일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바로크 음악의 거장으로 동독의 소도시 아이제나흐에서 태어나 65세에 숨졌다. 그의 가문은 200 여년에 걸쳐 50 여명의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이다. 그는 어려서는 아버지께, 9 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상죽음 (루이 훼르디낭 셀린느)

지은이 루이 훼르디낭 셀린느 옮긴이 이 형식. 범한출판사 오래 전에 사놓은 '현대의 세계문학' 전집에 있는 책이었는데, 얼마 전에야 읽었다. 1984년 범한 출판 책에서 역자는 '빈곤과 위선에 저항한 작가'라는 제목으로 이 소설을 해설하고 있다. (1983년 중앙일보사에서 발행한 '오늘의 세계문학 22'에서는 '생, 예정된 보상이 없는...'으로 해설을 시작한다. 이 책에는 그의 젊은 시절, 노년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삽화도 몇 점 있어 더 좋은 자료가 된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어릴 적 같으면 깜짝 놀랄 만큼 불편한 심기를 느껴야했겠지만, 이제는 과히 놀랄만한 일도 없을 만큼 온갖 잡다한 세상살이를 보고 듣고 경험한 나이가 되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쓴 프랑스 작가 '루이 훼르디낭 ..

종이여자 (기욤 뮈소)

기욤 뮈소 지음 밝은 세상 펴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읽은 듯 표지가 낡은 책을, 산에 비치된 새장만한 작은 도서함에서 보고 읽게 되었다. 지은이가 프랑스 문단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다 쉽게 술술 읽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책 속에서 튀어나온 여주인공과 작가가 벌이는 이야기가 황당하였지만 실감나는 문장력에 끌려 읽다보니 재미있고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표지도 내용도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할 가볍고 쉬운 내용이었다. 예전에 작정하고 읽어야했던 고전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소설이지만 추구하는 바는 따스한 인간애였다. 소설에 등장하는 세사람의 우정이 각별하고 이해심 또한 프랑스인 특유의 너그러움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1985년 '우디 앨렌'이 만든 영화 '카이로의 보라빛 장미'에서 영감을 얻었..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

우연하게 학창시절 문학을 사랑하는 소녀들에게 유행처럼 번졌던 전혜린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삶의 의미에 대해 번민하던 젊은이들에게 재능이 특출했던 그녀의 서른 한 살 생(1934~1965)의 마감은 충격과 함께 동경으로도 비쳐졌다. 유복한 가정의 8 남매 맏이였던 그녀는 아버지의 전폭적인 기대와 사랑 속에서 서울법대에 재학하지만, 그것은 법학자인 아버지의 바람일 뿐 그녀는 독일로 유학을 가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한다. 고생을 모르던 그녀는 낯선 이국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지만 독일 젊은이들의 지성적이며 검소한 면모에 동화된다. 유학중 결혼하여 딸을 낳고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대학교수로 강의하며 번역일도 부지런히 하였다. 이 책은 독일 뮌헨 대학시절의 일상생활과 그후 고국에서 그곳을 그리워하는 마음, 딸..

어떤 여자 (안느 델베 作)

안느 델베 지음 성옥연 옮김 도서출판 예하 우리집 앞 '관악산 둘레길2'을 오르다보면 삼성산 성지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소나무 쉼터가 나온다. 그곳에는 새집만한 도서장이 하나 있어 열어보았더니 낡고 바랜 책들 중에 이 책이 있었다. 조각가 '로댕'의 연인으로 알려진 '까미유 클로렐'(Camille Claudel. 1864~1943)의 전기라고 할만한 책 (1989년 출판)이었다. 그녀를 소재로 한 영화를 두 편(이자벨 아자니주연 ,줄리엣 비노쉬 주연) 보았기에 관심 있어 읽어보았다. 1988년 '이자벨 이자니' 주연의 '까미유 클로렐'은 젊은 그녀가 조각가로 활동하며 로댕을 사랑했던 시기이고, 2013년 '줄리엣 비노쉬'주연의 '까미유 클로렐'은 정신병원에서 보내던 시기의 후반기 그녀를 다룬 내용이었다..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 ( 전인권 作)

중고서점 '알라딘'에 갔다가 구입한 책이었다. 누구나 그의 소그림은 알 만큼 유명한 화가 '이중섭'의 관한 책이였으므로 얼른 집어들었다. 이 책은 정치학을 전공한 저자가 '화가 이중섭론'으로 신춘문예 당선되면서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게 되고, 그래서 더욱 발전시킨 책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제목처럼 저자는 그를 아름다운 사람으로 명명하였다. 나역시 이 책을 읽고 그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이해하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난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40세로 삶을 마감한 가엾은 그의 삶에 슬픔을 느꼈다. 책의 내용은 모두 10 장으로 구성되어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내용과 그의 생애에 대해서 다루었다. 저자는 '그의 예술을 지배하는 정신적 배경을 규명하는 것이 글을 쓴 가장 큰 목적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그림을 ..

걷는자의 꿈, 존뮤어 트레일 (신영철)

신영철 글 이겸 사진 은행나무 출판 내가 에레베스트 트레킹 한 코스를 했다는 말을 들은 지인이 읽어보라며 빌려주어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친구의 권에 멋모르고 참여했다가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아니 산을 좋아한다면 죽기 전에 꼭 한번은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에레베스트 산 트레킹의 멋진 경험의 순간들이 다시금 생각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라네바다 산맥에 있는 '존 뮤어 트레일'코스는 요세미티 계곡에서 미국 본토 최고봉인 휘트니봉에 이르는 장장 358 km의 힘든 코스이다. 작가 신영철이 그의 친구 하워드, 사진작가 이겸, 화가 김미란 이렇게 네 사람이 허구헌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함께 17일간 종주한, 특별한 시간을 재미있고 실감나게 썼다. 읽는 내내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

헤르만 헤세의 사랑 : 베르벨 레츠 作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자음과 모음 출판 학창시절 나를 감동시켰던 책 '데미안','지와 사랑', '유리알 유희' 등,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의 사랑이라니 얼마나 궁금한가! 1946 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는 독일인 아버지에게서 러시아 국적을 지니고 태어났다. 어머니도 선교사 일을 하는 개신교의 교양있는 집안이었다. 인도에서 동양문화를 접한 그는 신학교를 그만 두고 불교사상 및 노장철학에 심취한다. 그는 전쟁 등으로 스위스로 망명하지만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 글을 엮은 작가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여러 편지와 문서를 찾아내 헤르만 헤세의 여인들을 소개하였다. 그의 생각이나 의견은 거의 담기지 않고 헤세나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사실을 바탕으로 쓴 책이었다. 사진 작가였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