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140

자연의 예술가들 (데이비드 로텐버그 作)

데이비드 로텐버그 지음 궁리 출판. 정혜원, 이혜원 옮김 이 책은 한 지인에게 선물받아 읽게 된 책이다. 그 지인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우여곡절로 소원해졌다. 몇 번 어울리면서 부족한 내가 매사에 완고(頑固)했던 지인의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을 번역한 두 사람은 그 지인의 사랑 가득한 사위이며 딸이다. 그 두 사람은 대학교 클래식 음악 동아리에서 인연을 맺었다고 들었다. 조금씩 재미있게 읽으며 책을 선물한 지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로텐버그는 클라리넷 연구자이자 재즈 음악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고래, 매미, 새들과 함께 즉흥연주를 벌이고 동물들의 노랫소리로 음악을 만들어서 ‘종간 음악가(interspecies musician)’로도 불린다고 한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作)

아진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연금술사 발행 흥미로운 제목과 함께 류시화님이 번역한 책들을 감동깊게 읽었기 때문에 사서 읽게 되었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살면서 늘 공감하게 되는 진리의 말씀이다. 작가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공부하였으며 17세까지는 기독교인이었다가 승려가 된 분이다. 그는 태국의 고승 '아잔 차'를 찾아가 철저한 금욕수행을 하며 가르침을 얻었다. 그후 호주로 가서 절을 세우고 포교를 하면서 삶의 경험에서 깨달은 통찰을 10장에 걸쳐 108가지 일화로 들려준다. 흔히 말하는 108 번뇌이며 코끼리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번뇌의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스승 아잔 차의 절에 쓰여있다는 '세상에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됨을 기뻐하라' 고 한 말은 진실이다. ..

순진한 걸음 (순진 作)

2010년 문화관광부 우수 교양도서라는 이 책은 카톨릭 신자인 지인을 통해서 읽게 되었다. 작가의 본명은 김수진이고 '순진'은 그의 필명이다. 이름처럼 영혼이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젊은이인 것을 느끼게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쪽 발목이 아픈 그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걸음, 마치 달팽이처럼 천천히, 천천히 걸으며 하루하루를 깨알같이 적어내려간 소중한 일기책이다. 마음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글, 재미있었다. 마치 함께 그 길들을 걸어온 듯 느껴진다. 산티아고 순례를 무사히 끝낸 듯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힘겨웠던 히말라야 트레킹의 경이로웠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체력이 약해서 나는 일행과 보조를 맞출 수 없었다.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매일을 혼자 걸으며 '고독한 순례자'가 되..

몽테뉴 수상록 (몽테뉴 作)

폐품 분리수거를 하다 누군가 아주 오래된 책이라 버린 것을, 익히 들어본 책인데 읽지 않아 주워 와서 읽었다. 어느 '길위의 철학자'는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고 했다. 1965년 세로쓰기로 인쇄된 책이다 보니 번역(문학박사 손우성)에 낯선 한자어가 필요 이상으로 많고 글씨가 작아 좀 인내심을 요했다. 외출하지 않는 날이면 한문 사전을 찾기도 하며 식탁에 펼쳐놓고 조금씩 읽었다. 앞부분은 몽테뉴론이라며 옮긴이의 장황하지만 도움이 될 수 있을 논문이 70쪽에 이른다. 그 내용은 몽테뉴(1533년~1592년. 프랑스)의 생애와 그의 생명사상, 문예부흥기의 지적환경, 수상록의 구성요소, 초기 스토아사상, 회의주의적 사색의 희롱, 실제적 생활관, 인간관념과 정신생활, 도덕과 정치사상, 종교사상 등 그를 잘 이..

DNA : 생명의 비밀 (제임스D. 왓슨)

지은이 제임스D.왓슨, 앤드루 베리 옮긴이 이 한음 발행처 까치글방 발행인 박종만 한 독특한, 친구가 되기 어려운 지인이 선물한 두툼한 책이었는데, 생물학에 문외한인 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이므로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알고자 하는 독자는 DNAi.org를 참고하기 바란다는 안내가 있었다. 번역한 분의 실력 또한 돋보이는 책이다. 어느 한 군데 어색한 부분이 없이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명확함이 느껴졌다. 생명의 비밀이 화학적이라는 사실을 창조설을 믿는 신앙심 깊은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유전자의 비밀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학자들 중 선두적인 역할을 하는 작가는 1962년 DNA 구조의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작가는 놀..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

에릭 호퍼 지음 이다미디어 출판 나이 들면서 철학책들이 더 관심있어지는 건 살면서 겪은 경험들이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일게다.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떠돌이 삶을 살면서 자신이 보고 경험하며 느낀 생각들을 적은 이 책은 어렵지 않고 진솔하여 쉽게 읽혀지지만 울림이 있어 좋은 책이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주는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그의 교육관이다. 교직생활을 오래 한 나는 과연 어린이들을 그렇게 교육했는지 반문해본다. 노력은 했지만 그 성과는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은 여러 선생님들을 거치면서 교육을 잘 받았는지 끊임없이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나이..

바하 (이순열 作)

바흐( 독일. 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이 책은 지인께서 주셔서 읽게 된, 아주 오래되어 절판된 문고판을 복사한 책이었다. 오래 전에 바흐 기념 100주년 음악회를 갔던 생각이 난다. 남편이 해외 연수중이여서 혼자 가고있는데, 마침 그가 전화를 해서 바흐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는 음악 전반에 걸쳐 박식한 사람이다. 덕분에 나도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고 좋아하게 되었다. 흔히들 '음악의 아버지' 또는 '모든 음악은 바흐에서 나와서 다시 바흐에게로 돌아간다'는 말을 한다. 바흐의 음악이 특히 품격 높은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며 좋아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말의 의미를 좀 더 알게 되었다. 책의 첫 장을 열면 젊은 시절의 바흐사진이 있다. 그래서 ..

백야 외 (도스또에프스키 전집)

대학시절 '죄와 벌','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책을 읽고 나는 '도스또에프스키'라는 러시아 작가에게 매료되었다. 그러나 바쁜 직장생활 등으로 그의 전집을 사지 못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난 후에 벼르던 '도스또에프스키 전집'을 구입하였다. (2002년 열린책들 출판사. 이항재, 석영중 외 옮김) 그 때 여러 가지 분주한 탓에 다 읽지 못하고 멈추었다 이제야 다시 '백야외'를 읽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의 제목과 내용을 간단히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쁘로하르친씨 - 20 년간 하숙집에서 누더기로 살은 갑부의 임종에 관한 이야기로 한 남루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 아홉통의 편지로 된 소설 - 두 친구의 어긋나는 편지 소통이 오해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 * 뻬쩨르부르그..

불새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바티스트 보리유 作)

읽을 책이 많이 쌓여있는데 우연히 손에 쥐게되어 재미있게, 가슴 짠한 웃음과 함께 읽었다. 생명에 관한 따스한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라서... 작가는 프랑스 남부 오슈의 한 종합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27살의 청년이다. 그가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블러그에 올리고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라고 한다. 암치료 이전 머리색이 붉었다는 여인, 불새여인의 희망을 위하여 그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일주일간 이어진다. 숨막히게 바쁜 병원 응급실의 진료 틈틈히 7층에 있는 그녀를 들여다보며 주인공 나는 그녀의 의대공부를 하는 아들이 돌아올때까지 희망의 웃음 릴레이를 펼쳐간다. 세상살이를 '선물'이라고 말해준 그의 어머니는 세상에 한 번 존재한 것들은 절대로 사라자지 않는 법이고 엄마는 죽는 게 아니라 널 통..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정여울 作)

정여울 글. 홍익출판사 이 책은 작년에 한 친구가 선물해서 조금씩 읽게 된 책이다. 만난지 한참된 그 친구 생각이 난다... 오래전에 영국배냥여행을 한 후 수박 겉핥기식 서유럽여행을 하여 아쉬운 차에 재미있게 보았다. 글을 쓴 정여울씨는 문학평론가인데다 혼자 많은 여행을 하였으므로 이러한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잔잔히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들을 그 지역만의 특별함과 자신의 생각을 담아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느낌별로 분류하여 사진과 함께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집을 찾아간 곳에서는 작가의 생각과 함께 그녀의 글을 소개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이끈다.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